지각은 마음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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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희 / 국제회의 통역사, 브라마 쿠마리스 명상 강사 bkmeera@hanmail.net

지각은 마음의 파수꾼

우리의 정신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생각을 하고, 기억을 하며, 느낌이나 감정을 경험하고, 분별하고 판단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우리는 때때로 마음 속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파악할 겨를도 없이 한 행동에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기에 바쁘다. 정신이 있다는 것은 의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의식이 있다는 것은 육체를 움직이는 생명의 에너지인 영혼이 깨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깨어 있는 영혼이 수행하는 여러 기능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으뜸가는 것이 분별하고 판단하는 기능일 것이다. 왜냐 하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즉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와 구분되는 가장 본질적인 차이가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지혜의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좀 더 편안하고 충족된 상태를 얻기 위한 욕구를 표현해 오는데, 우리의 정신, 즉 영혼은 그 때와 상황을 봐서 과연 몸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할 때인지를 분별하고, 만일 그렇게 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뇌를 통해 몸에 전달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분별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지각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양심 또는 지혜라 부르는 것이 바로 지각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판단해서 현명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각은 지능지수와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지각이 더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아주 진실해지는 순간에는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감지할 수 있는데, 지각은 그 질서를 존중하고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지켜주는 파수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각이 있는 사람은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자유로우며, 자기 자신과 남에게 두루 유익이 되는 긍정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는다.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내적인 힘, 주변의 상황에 휩쓸리거나 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평화와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초연함, 물질적인 수단이나 다른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자유, 가장 깊은 어두움 속에서도 살아 있는 빛을 볼 수 있는 지혜 - 이 모든 것이 지각이 얼마나 맑고 깨끗하게 닦여 있느냐에 달렸다. 지각이 선명할 때 외부의 상황은 흐릿한 곳 없이 모든 것이 투명하게 비친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내적인 갈등과 혼란을 느낄 때는 지각에 불순물이 끼어 있어서 선명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각을 흐리게 하는 불순물들은 영혼의 순수한 본성을 잊어 버리고 육체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서 생기는 욕망, 애착, 에고, 화, 탐욕 등이다. 우리가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 영혼의 순수성과 평화를 경험할 때에는 이 불순물들이 씻겨 나가고, 그 결과 지각은 점점 맑고 깨끗하게 정화된다. 맑은 지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깨끗한 거울을 들여다 보듯이 모든 것의 이치가 선명하게 보인다. 세상이 명료하게 비칠 때에는 내적인 갈등이 없으며,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가장 합당한 길을 갈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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