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배/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논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와 있는 것이
있다
나는 아직 닿지 않았는데
향기가 먼저 나를
지나간다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낮아질수록
조금 더 아래에서
다른 공기가 일어나
숨을 들이마시면
바깥이 아니라
안쪽이 먼저 흔들린다
분홍은 번져 있을
뿐인데
그 위를 계속 건너
다닌다
닿았는지 아닌지 모를
만큼
가볍게
왔다가
머물지 않고
곱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
나는 말 대신
숨을 더 깊이 들이마신다
그때마다
공기가 한 번씩 뒤집히고
방금 지나간 자리만
남는다
나는 점점
무게를 잊어가고
내 안과 밖의 경계가
같은 냄새로 풀릴
때쯤
아, 하고 알아차리지만
이미 늦어서
나는 잠깐
붙잡히지 않는 쪽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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