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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강국 대한민국과 크루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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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10-22 09:16

정관일/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팬스타 미라클호(대한민국이 건조한 최초의 크루즈 페리선)가 드디어 지난 4월 13일 부산-오사카 구간을 취항했다. 선박 운항사인 주식회사 팬스타는 일본 오사카로 가는 새로운 뱃길이 탄생하였으며, 고급스러운 객실과 각종 편의시설, 선상에서의 즐거운 이벤트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안락하고 품격 있는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배의 길이는 170m, 폭 25m 중량 약 2만 2천 톤으로 승객 545명과 화물 20피트 컨테이너 254개를 싣고 시속 약 40km로 부산항을 오후 5시에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 10시에 일본 오사카항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오랫동안 해운업계에서 종사하다 그곳에서 은퇴한 해운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조선 강국 대한민국이 이제는 화물선 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여객용 크루즈선 건조에 도전할 시점이라고 주장해 왔다. 

 

알고 보면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월호도 이 “팬스타 미라클”호와 마찬가지로 크루스 페리형 선박이다. 다른 점은 세월호는 일본에서 건조되어 20여 년간 일본에서 사용한 후 노후 선박을 한국에 도입하여 인천-제주 간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다 사고가 났다. 당시 세월호는 6,825톤 규모로 이 팬스타 미라클호(22,000톤) 보다는 상당히 적은 배였음을 알 수 있다.

 

세계 크루즈 선박 동향을 보면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10만 톤을 넘어선 지 오래였고 지금은 20만 톤을 넘는 크기의 배에 7,000여 명의 승객을 싣고 세계 명승지를 유람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볼 때 조선 강국 대한민국의 22,000톤 “펜스타 미라클”호는 크루즈 조선 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대 크루즈 선박은 “아이코닉 오브 더 시( Iconic of the Sea)”호로 길이 360m, 폭 50m로, 약 25만 톤급의 선박으로 승객 7천여 명과 승무원을 합해 약 1만 명이 그곳에서 생활하며 바다를 떠다니는 중이다. 이 정도면 이곳 캐나다의 조그만 도시의 인구와 맞먹는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도 부디 이 분야에서도 컨테이너나 엘엔지( LNG ) 선박 건조와 같이 기술력을 뽐내 차츰 명성을 얻어 마침내 20만 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까지 치고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세계 최대의 항공모함인 미국의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 호는 길이 337 미터, 폭 80미터, 만재 배수량 10만톤, 승조원 약 5000명 정도이니 이 크루즈선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이런 대형 여객선 탑승과 관련하여 여객선 회사가 승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의외로 이렇게 큰 배를 타도 뱃멀미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단다. 배의 호화 시설, 경유지, 음식이나 각종 엔터테인먼트에 못지않게 뱃멀미를 걱정하는 것이다. 현역 시절 필자도 가끔 어느 정도 크기의 배를 타야 뱃멀미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이는 어느 정도 크기의 배가 아니라 그날 바다의 날씨와 파도에 크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전, 한-중 수교(1992년) 후 수년 뒤에 인천- 중국 옌타이 간 카페리 취항에 따라 한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중국을 왕래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이 배에 동승했던 모 신문사 기자의 후일담이다. 인천- 옌타이의 카페리를 타고 몇 시간 안 돼 바다에 파도가 일기 시작했는데 기자를 포함한 많은 승객들이 갑판에 나와 난간을 붙잡고 토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뱃속에 똥물(?)까지 토해내는 느낌이었다고 썼다. 멀미 약 드링크제나 키미테(귀에 붙이는 파스형 멀미 방지 패치)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 카페리가 세월호급이어서 지금의 인천-옌타이 페리호(약 3만 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적은 배로 비교적 조그만 파도에도 크게 흔들렸으리라고 짐작이 가지만. 

 

필자가 근무했던 해운회사의 당시 최신 컨테이너 선박은 아주 큰 것이 길이 350m, 폭 46m, 중량 톤수 약 6만 톤으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세 개 반 규모로 그 배는 태평양의 웬만한 파도에도 끄떡없었다. 이 배에 승선할 기회를 얻은 필자가 선내 식당에서 식사 중 선장에게 물었다. “이렇게 큰 배도 가끔 흔들리고 선원들은 멀미를 합니까? “선장, 네! 항해를 하다 보면 가끔 산 같은 파도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 때는 속이 울렁거리지요. 아니? 그럼 선장님도 뱃멀미를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저도 2~ 3주 휴가를 마치고 배에 들어서면 처음 2~3일 동안은 뱃멀미를 합니다. 그런데 이틀만 지나면 적응이 됩니다.” 선장도 뱃멀미를 하다니? 그러나 그것도 사실이다.  

 

세계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3대 조선소는 이탈리아의 판칸티어리(Fancantieri), 독일의 마이어베르프트(Meyer Werft), 노르웨이의 아카야드(Aker Yard)로 이들의 첨단 기술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바로 이 뱃멀미이다. 한국의 빅3 조선소(대우, 삼성, 현대)는 아직까지 이 분야에 발도 들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의 롤링(배의 좌우 흔들림)을 크게 축소하는 장치, 핀 스테빌라이저(Fin Stabilizer)를 개발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탑승했던 알래스카 크루즈의 뉴 암스테르담(Nieuw Amsterdam: 약 9만 톤)과 남 카리브해 크루즈의 크라운 프린세스(Crown Princess: 114,000톤)호는 이 장치의 효과를 보았음 인지 아니면 날씨가 좋았던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최신 기술과 날씨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들은 안심하고 크루즈 여행을 즐기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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