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락준/(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가 침묵하면
통속적 영화 대사에 익숙한 나로써는
어색해진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찌 됐든
그의 침묵에 젓어들면
미미한 수증기가 안개가 되듯
아무것도 아닌 작은 공백이 큰 의미를 띤다
내가 할 말이 없어지고 그도 할 말이 없어지면
그런 랑데뷰가 일어날 때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재촉할 것이다
말좀해 하면서
아무 말이나 두서없을 것이다
그가 화가 난다면 무겁게 침묵할 것이다
작고 단단한 돌멩이가 되어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침묵은
사랑의 마지막에 함께 온다
그저 그런 말 사이에
잠깐 있다 사라지는
눈치 못 챈 침묵이다
점으로 시작된 침묵은 실타래가 되어
모든 말을 다시 다 감어 버리고
우리를 망각의 서랍 속에 넣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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