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속 바위 아래 웅크린

가재 한 마리가 몸을 비틀고 있다


살아남으려 껴입은 갑옷은 어느새

숨을 옥죄는 감옥이 되었다

터져 버릴 것 같은 몸을

좁은 문틈으로 밀어낸다

죽음의 동굴을 빠져나온다


무방비하고 말랑한 새 몸

가재는 벗어낸 뿌연 몸뚱이와 마주한다

나를 지키던 세계를

조각조각 씹어 삼켜

새로운 갑옷을 만든다

다음 죽음까지 또 한 번의 영원을 준비한다


유명한 그림 속 붉은 가재를 떠올리다

고개를 내젓고는

청록의 꼬리를 접었다 펴

물살을 가로지른다

바다로 바다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