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훈/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창조자의 섭리로
봄의 문이 열리고
야생화의 작은 속삭임으로
들녘마다 한 편의 시가 쓰인다
길섶의 민들레
시냇가의 수선화
돌 틈에 몸을 낮춘 할미꽃
아무도 이름 불러 주지 않는
이름 모를 꽃들까지
누가 먼저 오라 하지 않았는데도
햇살이 따스해지면
너희는 어느새
환한 얼굴로 와 있구나
산들바람에 몸을 맡겨
가만가만 춤을 추고
말없이 향기를 피워 올리면
하늘의 전령인
벌새와 나비와 꿀벌이
빛깔과 모양을 가리지 않고
너희 곁으로 찾아 든다
내가 심은 꽃이 아니어도
내 정원에 피지 않았어도
너희의 아름다움은
누구의 것이 될 필요가 없다
비를 견디고
바람을 건너
제자리에서 피어난 것만으로도
너희는
하늘이 대지 위에 써 내려간 시요
흙이 햇살을 품어
마침내 불러 낸 노래다
나는 오늘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앞에 멈추어
아무 말 없이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법을
가만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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