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곰의 겨울잠 파티

윤경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8-07 09:20

윤경란/(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던 날, 실버우드 농장 친구들에게 곰이 보낸 초대장이 도착했다.



숲속 겨울잠 파티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잠옷을 챙겨 친구들과 함께 와!


언제: 첫서리가 내리는 날부터 첫꽃이 필 때까지


어디서: 실버우드 숲속 큰바위 동굴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꼭 알려줘!





개는 초대장을 보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외쳤다.


“우와!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자는 파티라고? 우리 함께 가자!”


 


돼지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난 어느 잠옷을 입을지 못 정하겠어!”


 


소는 빙그레 웃었다.


수탉은 날개를 퍼덕였다.


생쥐는 굴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보름이 가까워오자 농장 친구들은 곰에게 답장을 보낸 뒤 저마다 파티에 가져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개는 모아 놓았던 뼈들 중에서 큰 것들만 골라 가방에 담았다.


돼지는 분홍 잠옷, 줄무늬 잠옷, 땡땡이 잠옷, 털 잠옷을 챙겼다.


소는 가방 가득 건초를 담았다.


수탉은 말린 지렁이와 옥수수 알갱이를 챙겼다.


생쥐는 구멍이 뻥뻥 뚫린 치즈를 가방 가득 담았다.


 


첫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반짝이던 아침, 실버우드 농장의 친구들은 곰이 사는 큰바위 동굴을 향해 떠났다. 거센 겨울바람이 앞을 막았지만, 서로를 붙들어 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저녁 무렵 도착한 동굴 안은 바깥보다 훨씬 따뜻했다. 은은한 꿀 향기가 감돌았고, 먼저 온 친구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바위 사이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높은 동굴 천장에는 박쥐 가족이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가터뱀 가족이 서로 몸을 포개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동굴 구석에서는 다람쥐와 우드척이 마른 잎사귀를 모아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곰이 농장 친구들을 보고 활짝 웃었다.


“어서 와.”


 


농장 친구들은 달려가 곰을 꼭 껴안아 주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동물들은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아 저마다 준비한 음식을 펼쳐 놓았다.


 


곰은 선반에서 꿀단지를 꺼냈고, 개는 가방에서 뼈를 나누어 주었다.


돼지가 어느 가방부터 열지 고르는 사이에 소는 가방 가득 든 건초를 꺼내 놓았다. 


수탉이 말린 지렁이와 옥수수를 펼쳐 놓자 옆자리의 다람쥐가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 먹었다.


생쥐는 치즈를 잘라 접시에 담았다.


 


마침내 돼지가 가방을 열었다.


“짠!”


가방 속에는 알록달록 잠옷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배가 부르자 동물들이 하나둘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만은 달랐다. 아직도 턱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너 아직도 먹는 거야?”


곰이 물었다.


 


소가 눈을 깜빡였다.


“응. 나는 되새김질하는 중이야. 너희들 먼저 자도 괜찮아.”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기다릴게!”


 


“하지만 너무 졸려.” 다람쥐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소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난 누워서 되새김질할게.”


 


그때 우드척이 먼저 동굴 구석의 마른 잎더미 속으로 파고들었다.


 


“모두 잘 자!”


“좋은 꿈 꿔.”


“새봄에 만나!”


 


동물들은 인사를 나누고는 저마다 자리에 누웠다.


 


곰이 호롱불을 끄자 친구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쓱. 사각. 갉작갉작.


무언가를 갉고 있던 생쥐가 속삭였다.


“이가 근질근질해.”


 


“쉿.”


가터뱀들이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앗, 미안해.”


생쥐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한참을 잔 후였다.



“얘들아, 우리 이제 잠옷 갈아입을까?” 돼지가 물었다.


 


“봄까지 안 돼.”


바위 틈에서 자던 여왕 호박벌이 윙윙거렸다.


 


“알겠어…” 돼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또 한참을 잔 후였다.



“꼬끼오!”


수탉이 힘차게 울었다.


“아침이다!”


 


박쥐들이 화들짝 날아올랐다.


그러자 친구들도 하나둘 깨어났다.


 


“봄이 올 때까지는 깨우지 말아주렴.”


엄마 박쥐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


수탉이 얼른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봄까지 기다릴게.”


 


그때, 숨죽이고 잠을 청하던 농장 친구들이 몸을 꿈틀거렸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개가 동굴 구석에서 복슬복슬한 털뭉치를 보며 속삭였다.


“얘들아, 우리 공놀이 어때?”


 


“여기 공이 어디 있어?”


수탉이 말했다.


 


곰이 한쪽 눈을 슬며시 떴다.


“그건 우드척이야.”


 


“앗.”


개가 얼른 발을 거두었다.


 


우드척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어 있었다.


 


곰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너희는 여기 겨울잠을 자러 온 거 아니었어?”


 


“나도 실컷 잠만 자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 보니 하룻밤이면 충분한 것 같아.” 개가 말했다.


 


“맞아.”


농장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새봄에 다시 만날까?”


곰이 말했다.


 


“좋아. 그땐 우리 농장으로 놀러 와.”


개가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곰의 배웅을 받으며 농장 친구들은 잠든 친구들 곁을 살금살금 지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침이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숲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농장에 가서 눈싸움하자!”


수탉이 날개를 퍼덕이며 말했다.


 


“난 눈송아지를 만들고 싶어. 신난다!”


소가 대답했다.


 


다섯 친구의 웃음소리가 숲속으로 번지자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후두둑 떨어졌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곰의 겨울잠 파티 2026.08.07 (금)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던 날, 실버우드 농장 친구들에게 곰이 보낸 초대장이 도착했다.숲속 겨울잠 파티에 초대해!맛있는 음식과 잠옷을 챙겨 친구들과 함께 와!언제: 첫서리가 내리는 날부터 첫꽃이 필 때까지어디서: 실버우드 숲속 큰바위 동굴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꼭 알려줘!개는 초대장을 보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외쳤다.“우와!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자는 파티라고? 우리 함께 가자!” 돼지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윤경란
이동호/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아내와 함께 갔다. 테라스에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고, 준비된 음식과 술은 대화를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우리는 웃음을 나누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사람은 가볍게 스쳤고, 공기는 따뜻했다. 잔 위의 술은 천천히 비워졌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그 평혼 속에서 잠시...
이동호
조순배/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비 오는 오솔길 웅덩이에문득 바다가 들어와작은 파도를 안았다가 놓아준다 둥글게 번지는 물주름마다한때 내 안에 머물던 날들이젖은 하늘빛으로 되살아난다 맑은 웃음소리 하나따뜻한 손끝의 떨림 하나말없이 바라보던 눈빛...
조순배
건너간 것 2026.07.31 (금)
점심 무렵아들에게서문자 하나 도착했다엄마 김밥오늘도 내 몫은 없었어점심시간이면김밥은 이미 동난다나는오이와 비트머위대와 참비름깻잎, 적상추, 당근을흙의 시간을 접듯김 위에 올렸다계란 하나 말아 넣을 때마다바람 한 줄햇살 한 줄이슬 한 줄말려 들어갔다아들은다른 사람의 도시락을 먹고다른 사람들은내 텃밭의 계절을 먹는다말은 통하지 않아도한입 베어 문 사람들의 표정이먼저 번역된다나는 오늘도흙을 만지며내일을 만다
김회자
로히드몰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주변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문득 생을 마친 내 주변의 이웃들이 하나둘 삶의 문을 닫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몰 밖으로 나오니 넓은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만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내 차를 향해 걸어가는데, 오래전 어느 후배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후배는 삭발하고 절에서 수행하던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금 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이종구
이봉희/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스마트 폰을 매개체로 하여 SNS 활동, 동영상 특히 짧은 동영상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으며, 오죽하면 아이가 태어나면 유튜브를 안고 태어난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인쇄된 책을 오프라인에서 읽는 모습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일처럼 참으로 보기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마셜 맥루한이 “미디어가 메시지” 라고 전자 미디어를 통한 하나의 지구를 정확하게 설계한 이...
이봉희
7월 27일. 6·25 한국전쟁이 정전(停戰) 또는 휴전(休戰)한 지 벌써 73주년이 된다. 1960년 발표된 최인훈의 소설 ‘광장(廣場)’에선 주인공인 북한 인민군 반공포로(反共捕虜) 이명준이 남한이나 북한을 택하지 않고 제3국, 중립국을 택해 인도(印度)로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닷속에 빠져 사라진다.   인도로 해항(海航) 중에 세상을 떠나는 이명준과는 달리 휴전협정 다음 해인...
김정남
세월은 쉼 없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지난 76년의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문명이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와 세상을 바꾸어 놓은 시대였다. 때로는 그 변화가 너무 빨라 숨을 고를 틈조차 없었다. 문득 뒤돌아보면, 지난 반세기 남짓한 시간의 변화는 수천 년의 역사보다 더 놀랍고 극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동네 한가운데 놓인 라디오 한대는 마을 사람들의 귀였다. 한 집에서 뻗어 나온 전선이 집집마다 연결되어...
김유훈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