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던 날, 실버우드 농장 친구들에게 곰이 보낸 초대장이 도착했다.
숲속 겨울잠 파티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잠옷을 챙겨 친구들과 함께 와!
언제: 첫서리가 내리는 날부터 첫꽃이 필 때까지
어디서: 실버우드 숲속 큰바위 동굴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꼭 알려줘!
개는 초대장을 보자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외쳤다.
“우와!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자는 파티라고? 우리 함께 가자!”
돼지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난 어느 잠옷을 입을지 못 정하겠어!”
소는 빙그레 웃었다.
수탉은 날개를 퍼덕였다.
생쥐는 굴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보름이 가까워오자 농장 친구들은 곰에게 답장을 보낸 뒤 저마다 파티에 가져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개는 모아 놓았던 뼈들 중에서 큰 것들만 골라 가방에 담았다.
돼지는 분홍 잠옷, 줄무늬 잠옷, 땡땡이 잠옷, 털 잠옷을 챙겼다.
소는 가방 가득 건초를 담았다.
수탉은 말린 지렁이와 옥수수 알갱이를 챙겼다.
생쥐는 구멍이 뻥뻥 뚫린 치즈를 가방 가득 담았다.
첫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반짝이던 아침, 실버우드 농장의 친구들은 곰이 사는 큰바위 동굴을 향해 떠났다. 거센 겨울바람이 앞을 막았지만, 서로를 붙들어 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저녁 무렵 도착한 동굴 안은 바깥보다 훨씬 따뜻했다. 은은한 꿀 향기가 감돌았고, 먼저 온 친구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바위 사이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높은 동굴 천장에는 박쥐 가족이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가터뱀 가족이 서로 몸을 포개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동굴 구석에서는 다람쥐와 우드척이 마른 잎사귀를 모아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곰이 농장 친구들을 보고 활짝 웃었다.
“어서 와.”
농장 친구들은 달려가 곰을 꼭 껴안아 주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동물들은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아 저마다 준비한 음식을 펼쳐 놓았다.
곰은 선반에서 꿀단지를 꺼냈고, 개는 가방에서 뼈를 나누어 주었다.
돼지가 어느 가방부터 열지 고르는 사이에 소는 가방 가득 든 건초를 꺼내 놓았다.
수탉이 말린 지렁이와 옥수수를 펼쳐 놓자 옆자리의 다람쥐가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 먹었다.
생쥐는 치즈를 잘라 접시에 담았다.
마침내 돼지가 가방을 열었다.
“짠!”
가방 속에는 알록달록 잠옷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배가 부르자 동물들이 하나둘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만은 달랐다. 아직도 턱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너 아직도 먹는 거야?”
곰이 물었다.
소가 눈을 깜빡였다.
“응. 나는 되새김질하는 중이야. 너희들 먼저 자도 괜찮아.”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기다릴게!”
“하지만 너무 졸려.” 다람쥐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소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난 누워서 되새김질할게.”
그때 우드척이 먼저 동굴 구석의 마른 잎더미 속으로 파고들었다.
“모두 잘 자!”
“좋은 꿈 꿔.”
“새봄에 만나!”
동물들은 인사를 나누고는 저마다 자리에 누웠다.
곰이 호롱불을 끄자 친구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쓱. 사각. 갉작갉작.
무언가를 갉고 있던 생쥐가 속삭였다.
“이가 근질근질해.”
“쉿.”
가터뱀들이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앗, 미안해.”
생쥐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한참을 잔 후였다.
“얘들아, 우리 이제 잠옷 갈아입을까?” 돼지가 물었다.
“봄까지 안 돼.”
바위 틈에서 자던 여왕 호박벌이 윙윙거렸다.
“알겠어…” 돼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쌔근쌔근
콜콜
드르렁
또 한참을 잔 후였다.
“꼬끼오!”
수탉이 힘차게 울었다.
“아침이다!”
박쥐들이 화들짝 날아올랐다.
그러자 친구들도 하나둘 깨어났다.
“봄이 올 때까지는 깨우지 말아주렴.”
엄마 박쥐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
수탉이 얼른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봄까지 기다릴게.”
그때, 숨죽이고 잠을 청하던 농장 친구들이 몸을 꿈틀거렸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개가 동굴 구석에서 복슬복슬한 털뭉치를 보며 속삭였다.
“얘들아, 우리 공놀이 어때?”
“여기 공이 어디 있어?”
수탉이 말했다.
곰이 한쪽 눈을 슬며시 떴다.
“그건 우드척이야.”
“앗.”
개가 얼른 발을 거두었다.
우드척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어 있었다.
곰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너희는 여기 겨울잠을 자러 온 거 아니었어?”
“나도 실컷 잠만 자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 보니 하룻밤이면 충분한 것 같아.” 개가 말했다.
“맞아.”
농장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새봄에 다시 만날까?”
곰이 말했다.
“좋아. 그땐 우리 농장으로 놀러 와.”
개가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곰의 배웅을 받으며 농장 친구들은 잠든 친구들 곁을 살금살금 지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침이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숲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농장에 가서 눈싸움하자!”
수탉이 날개를 퍼덕이며 말했다.
“난 눈송아지를 만들고 싶어. 신난다!”
소가 대답했다.
다섯 친구의 웃음소리가 숲속으로 번지자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후두둑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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