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는 항상 신선하다.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며 잠들었던 능력을 깨우는 순간이다. 새로운 하루를 탐구하며 이윽고 맞게 될 삶의 희열과 축복을 기다리는 시점이다. 때로는 비 오고 바람 불어 생각지도 못한 어둠이 찾아오지만, 그 또한 내일의 새벽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발 끈 고쳐 메고 다시 먼 길 나설 수 있어서 좋다.
내 나라 아닌 땅에서 오랫동안 문학동호회를 이끌어 오고 있는 사람들은 해마다 신인 작가들이 들어오면 새벽처럼 그리 반갑다. 더구나 별처럼 달처럼 빛나는 문학작품들을 한 꼭지씩 선보이면 가슴이 다 설렌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인연이 비롯될 터이기 때문이리라.
2026년 제14회 ‘한카문학상’에도 이런 새내기 문우들이 함께했다. 작품 내용들을 살펴보면 새내기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훌륭한 문예를 선보인 분들도 있다.
허나 시작은 시작이다. 팡파레의 시작에 머물지 말고 계속 정진하여 밴쿠버 교민들과 서로 웃고, 울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함께 걸으며 찬란한 내일을 함께 디자인하는 문학 선구자들이 되어 주시기를 바란다.
<운문 부분 으뜸상, 시> 안방 비너스 / 방기호
이 시는 한낮의 낮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통해 현실과 기억, 상상과 욕망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장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땐 늘 담배 냄새가 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곤 늘 장롱 냄새가 났었다.” 가족의 흔적이 생생하게 스며든다.
또한 공간 속에, “온전히 공간을 독차지하고 "우르비노의 비너스처럼 누워있는”
갑자기 나타난 “우르비노의 비너스’ 같은 여인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꽃장식 커튼, 파란색 원피스 등 감각적 디테일이 풍부하여 독자로 하여금 더위와 함께 긴장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 상실과 그리움, 살아있는 욕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제목이 암시하듯, 고전과 일상을 겹쳐놓는 시적 발상이 산뜻하다. 짧지만 이미지와 정서의 밀도가 높아 여운이 깊은 시라 할 수 있다. 봄물이 차오르듯 계속 좋은 시 발표하시기 바란다.
<운문부분 버금상, 시> 웅덩이에 머문 바다/조순배
이 시는 작은 웅덩이라는 일상의 소재를 통해 깊은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여운을 섬세하게 그려낸 시다. 비 오는 오솔길에 고인 물에 문득 바다가 들어와 파도를 일으키는 순간, 과거의 사랑하는 얼굴들이 물결 위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맑은 웃음소리 하나, 따뜻한 손끝의 떨림 하나, 말없이 바라보던 눈빛 하나”라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디테일이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며 독자의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얕아 보이던 물도 때로는 바다였다는 것을”이라는 마지막 반전의 깨달음이 강렬하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사실은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였음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성찰의 깊이가 돋보인다. 물 주름, 파문, 구름처럼 멀어지는 얼굴들 등 시종일관 부드럽고 투명한 물의 이미지가 전체를 주도하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느낌을 새롭게 하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잔잔한 시이다. 진실이 있는 작가의 예리한 메시지를 계속 기대한다.
<운문부분 버금상, 시> 나를 정리하는 시간 / 정경숙
일상적 사물을 통해 내면 과정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실험적 산문시다. 특히 겉과 속의 대비, 물질로 형상화된 욕망에서 벗어나고픈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겉으로는 반짝이는 도자기 같은 하루들 그러나 안쪽은 오래된 나무 탁자처럼 균열이 가고”
도자기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녹슨 그릇과 균열 간 나무 탁자는 ‘오래되어 닳고 버려진 진짜 내면’을 상징한다. ‘한 번도 쓰이지 않은채’ 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은 채로 묵혀가는 욕망과 가능성들을 암시.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곧 나를 가볍게 하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이제야 가벼워진 내가 조용히 제자리를 찾는다.”
정리 후의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제자리’라는 표현으로 완전한 자기 회복과 마음의 평화까지를 암시한다. 시를 많이 접하고 습작이 많을수록 좋은 시가 나오는 법이다. 좀 더 조리 있게 성찰하고 은유가 들어있는 탄력 있는 시를 구성하기 바란다. 더 정진하여 내공을 기르시기 바란다.
<산문부분 수필 으뜸상> 연어 이야기 / 김호정
이 글은 사카이 연어의 장엄한 회귀를 통해 이민 1세대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산문이다. 연어가 고향 강으로 돌아가 죽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순환을, 타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식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이민자의 여정과 일치한다.
“인간의 눈에 허망해 보이는 연어들의 죽음은 소멸이 아니다. 그 주검은 강과 숲의 자양분이 되고,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모태가 된다. 한 마리의 삶은 닫히지만 강은 다시 붉게 물들 계절을 준비한다. 그렇게 회귀는 한 생명의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열어젖히는 경이롭고도 겸허한 의식이 된다.”
그렇다. 이민 1세대의 희생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그 희생은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2세, 3세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자양분이 된 것이다. 한 세대의 삶은 닫히지만, 후세대들은 뒤를 이어 태양처럼 세상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특히 바다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처절하면서도 강인한 몸짓과, 낯선 땅에서 언어와 문화의 급류를 헤치며 살아온 노동과 모성이 강렬하게 겹치며 큰 울림을 준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처연한 삶을 동시에 담아낸 문장력은 좋으며,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성찰이 배어 있다. 한 세대의 희생이 다음 세대의 숲을 키운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이민이라는 존재의 숭고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연어의 회귀본능과 타지에 사는 사람들의 모국 방문도 뜻을 같이한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수필로 평가할 수 있다. 문장도 수려하고 이미지와 철학이 조화로운 작품이다. 수필 문학의 방향타를 잡아 주기를 계속 기대한다.
<산문부분 버금상 수필>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그리움 I / 이봉희
이 수필은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가는 책 읽기의 풍경에 대한 깊은 그리움과 경고를 담아낸 진지한 성찰록이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중심의 현대 문화가 사람들의 정신을 “맑고 밝고 순수한” 상태에서 점차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며, 활자 책이 주는 깊이 있는 감동, 교훈, 희망을 사계절의 비유로 그려낸다. 특히 책을 ‘삶의 등대’, ‘희망의 산책로’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며, 과거의 독서 풍경을 생생하게 되살려 현대와의 대비를 보여준다. 독서의 본질을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는 부분과, 습관 형성에 대한 실천적 조언도 설득력 있다.
다소 직설적이고 반복적인 어조가 있고 조금은 논리적이다. 수필은 삶의 보편적 의미와 원리를 독자에게 가르치는 덕목이 아니기에, 상투적 교훈에 빠지지 않고 정서적 감동으로 다가가는 것이 좋다. 기고 형식의 글보다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면 금상첨화이다.
결국 이 글은 디지털 편의 속에 잃어버린 깊이와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는 시대를 향한 조용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는 글이다. 책 읽는 풍경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함이 오래도록 여운을 준다. 계속 좋은 글 발표하시기 바란다.
<산문부분 버금상 수필> 사진 속에 멈춰 선 마음 / 이동호
가족사진 한 장을 매개로 상실과 후회, 그리고 삶의 순간을 붙잡아야 할 소중함을 조용히 성찰하는 따뜻한 글이다.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마주한 행복한 가족사진이 작가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일을 번거로워하셨고, 어머니는 늘 카메라 밖에 서 계셨다”라는 구체적인 기억이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로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로 서술되어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 다만 중 후반부에서 유사한 정서가 반복되어 긴장감이 느슨해짐이 느껴진다. 한편 일부 문장은 조금 더 간결하게 다듬으면 리듬이 한층 살아날 것이다.
“사라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붙잡지 못한 순간들이었다”라는 마지막 연은 여운을 주는 좋은 문장이다. 일상의 한 장면, 한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과하지 않게 전하는 서정적 수필이다. 다만 서술 형식의 문장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유를 깃들이고 필력을 키운다면 훌륭한 수필가로 거듭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고 읽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더 정진하시기 바란다.
<산문부분 버금상 수필> 낯선 곳에서의 연결/김희성
청년으로 서의 자아를 잘 소개한 진솔한 글이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한 인간미가 잘 드러나 있다. 캐나다 이주 초기의 경험에서 시작해 남들에게서 받은 도움을 나누는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다. 봉사활동 경험이 고등학교 부터 시작하여 대학을 다니며 사회적인 행사로 이어지게 하는 일관된 가치관을 보여준다.
특히 소통과 연결 배려라는 핵심가치가 글 전반에 잘 반영되어 있다. 남들에게 받은
따뜻함을 돌려주고 싶고 인간적인 역량은 더 단단해졌다는 소중한 자신의 경
험을 이야기한다. 동기가 구체적인 경험과 연결되어 진정성이 느껴지고 차세대와 기성세대를 잇고자 하는 목표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일부 문장은 다소 길고 반복되는 표현이 있어 간결하게다듬을 필요가 있다. 또한 문장이 전반적으로 좀 딱딱하고, 수려한 필체는 아니지만 감정전달이 잘 되어 있으니 좀 더 습작하면 훌륭한 글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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