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캐나다 한국문협 수석고문
사람들이 드나드는 방 입구에
붓끝에 물을 묻혀 쓱-쓱-
길게 세로 종縱 일자로 화선지를 깔아 놓고
스님은 저 뒷방에 가 앉아 먹을 가신다
온갖 사람들은 화선지를 밟고 지나가고
나는 조바심으로 문진文鎭을 이리저리 옮겨 놓는데
스님은 먹 갈던 손을 멈추고,
누군가, 알 듯 모를 듯한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끼어들어 창문을 뛰어내리려는 한 여인을
커튼 자락으로 확 묶어놓고 있는데
스님은 긴 화선지를 다시 펼쳐
*‘수거재오지 승어피세옥토’雖居在汚地 勝於彼世沃土라고
긴 한숨 내뱉듯 긴 붓끝을 휘어잡는다
*비록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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