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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밤의 날개 2024.03.08 (금)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수석고문고요가 조용히 날개를 펼칩니다팔랑이는 이파리처럼, 이파리의 날개처럼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산비둘기들이 마을로 내려옵니다내려와 잠드는 내 집 처마 끝에달빛을 비춰줍니다고요의 숨소리가 들립니다달빛도...
[기고] 소낙비 쏟아지는 날 2023.09.18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천둥 같은 빗방울들이 마당으로 쏟아진다마당은 금세 물 바다가 된다날 짐승 먹이로 남겨 둔 아버지의 경전 같은 콩 알들이둥둥 떠내려 간다아버지가 떠내려 간다지상에 남겨 둔 아버지의 유훈,목숨 가진 것들은 다 먹어야 산다고저 풀잎들은 산소를 먹고 수분을...
[기고] 강 둑 길을 따라 간다 2023.04.17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나는 잠의 나라에서 온 사람물 빛 수련 위로 물 새들 날아오르고꽃가루 속에 입술 묻었던 나비들물 안개 따라 날아오른다공기 방울, 물방울 같은 나비 날개들하늘하늘 잠들 곳을 찾아 날아오르고나는 먼 나라에서 온 집시처럼섬 같은 외로움 찍으며 간다물속에서...
[기고] 아들과의 산책 2023.02.02 (목)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과 강둑길을 걷는다오래 묵은 이야기들이 체증을 뚫는 듯강물도 흥겨워 흥얼거린다느닷없는 아들의 말, 심장을 파고든다“엄마, 우리들 키우느라고 고생하셨어요.그 어려운 시절에우리를 이 집 저 집에 맡기면서......직장 다니시느라고.........
[기고] 모래의 시간 2022.11.07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이 세상 끝에 와 있다는 느낌그 사이로 강물이 흘러가고발자국들이 지나가고슬픔 같은 이끼가 툭툭 걸음을 멈추게 하는데나는 건너갈 세상을 돌아본다어둠 저 끝에서 몰려오는 바람소리누군가 내 등 뒤에서 마음 한 끝을비수로 꽂고 달아난다이 세상 황량한...
[기고] 내 안의 아트만atman* 2022.09.06 (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벽속에 갇힌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숨 멎는다 어둠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어디로부터 오는어둠의 굴레인가어둠이 소리를 난타한다 난타 된 소리들이 모서리마다 걸린다 실오리같이 갈갈이 찢겨지는소리의 발광체,발광체 속에서 벌레 한 마리 간헐적으로...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그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그의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이 지나가는지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저장하는지새 소리 물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그러나 그는 듣고 있나 보다가끔 뭔가 생각하면서 희죽- 웃는 걸 보면나는 그의 등 뒤에서 그의 가슴 한쪽을...
[기고] 잎 속의 입 2022.03.21 (월)
이영춘/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사과를 훔쳐 먹은 사과의 씨앗들이거품으로 떠돈다강 하구에 잠든 눈동자들이 눈을 뜨고 달려오는 밤,사과 같은 시간 속에서, 사과의 맨발 속에서말을 잃은 말의 군중들이하늘의 언어로 지상에 장사를 지낸다어느 천공의 눈동자들이 말을...
[기고] 바람의 외투 2021.11.16 (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공기방울 같은 우울을 싣고 열차를 탄다고골리의 외투에서 불어온 존재의 욕망처럼열차는 바람을 싣고 달려간다손에 잡힐 듯 멀어져 가는 들판과 농부와 산과 산그림자의 간극,사람과 사람 사이의 외투는 아득히 멀어지고고원의 땅으로 가는 열차의 하중은...
[기고] 공터 2021.08.23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무기력으로 떠오른 내가무기력으로 가라앉습니다천둥번개, 내 안의 내력으로가라앉습니다나는 내가 없는 존재를 찾아길을 떠납니다막다른 골목 끝에서천둥소리에 실려 오는 물방울 하나하얀 나비 날개로 날아오릅니다누가 앉았다...
[기고] 때로는 물길도 운다 2021.06.07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냇가에 앉아 물소리 듣는다물소리에 귀가 열리고 귀가 젖는다물길이 돌부리에 걸린다풀뿌리에 걸린다걸린 물길 빙ㅡ빙 원 그리며 포말이 된다물길도 순리만은 아니었구나이 지상의 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밀려나고 밀어내는 등(背)...
[기고] 눈 내리는 집 2021.03.01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하늘이 내린다 적막이 내린다발 시린 들고양이 들창문에 몸 숨긴다어깨 시린 달, 발그레 눈 비비며처마 끝에 걸린다산모롱이 돌아 나간 우체부 발자국발자국마저 아득히 멀어진 집눈에 묻힌다 꽃 속에 묻힌다기침소리 고요로 잠든...
[기고] 눈 내리는 집 2020.12.21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하늘이 내린다 적막이 내린다발 시린 들고양이 들창문에 몸 숨긴다어깨 시린 달, 발그레 눈 비비며처마 끝에 걸린다산모롱이 돌아 나간 우체부 발자국발자국마저 아득히 멀어진 집눈에 묻힌다 꽃 속에 묻힌다기침소리 고요로...
[기고] 반나절의 생生 2020.10.05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압박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들,시간은 점점 헐거워지고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유를 먹는다헐거워진 시간들이 온몸을 탱탱하게 당긴다생의 반나절을 탱탱하게 조이던 여름, 여름의 끝 별,물고기 비늘처럼 풀어진다물푸레 나뭇잎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밤,꽁꽁...
[기고]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2020.07.27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여름날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후새파란 이파리들이 칼날처럼 일어서하늘하늘세상 만물과 교감하고 있을 때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벽 눈밭에새 발자국 몇 개볼우물처럼 웃고 있을 때이 세상 갓 태어난 아가의 울음소리가고요한 한밤의 정적을 깨며하늘을...
[기고] 달그림자 2020.06.15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강가에 쪼그려 앉아 물소리 듣는다은하에서 돌아 나와 강물 속에 이르는 길잠들지 못하는 물고기들이달꽃 흐르듯 물결 짓는다물고기 울음소리인가달빛 울음소리인가지느러미 파닥이는 소리에내 귀청 한 쪽이 무너진다강가에 쪼그려 앉아 나를 듣는다먼 길...
[기고] 동화목(冬花木) 2020.03.09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옷 한 벌 입지 않은 맨몸으로 빈들에 서서 떨고 있는 저 엄숙한 침묵, 시린 발, 시린 몸, 웅크리고 제 몸 비벼 봄을 틔우고 있는 저...
[기고] 가을 철암역 2019.10.07 (월)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열세 살 그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혹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기고] 겨울 편지 2019.01.04 (금)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흔들리는 바람의 가지 끝에서셀로판지처럼 팔딱이는 가슴으로 편지를 쓴다만국기 같은 수만 장의 편지를 쓰던 그 거리에서다시 편지를 쓴다그대와 나 골목 어귀에서 돌아서기 아쉬워손가락 끝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한 쪽으로 한 쪽으로만 기울던 어깨와 어깨...
[기고] 뿌리 2018.10.22 (월)
이영춘/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산 능선에 올라 앉아산 아래 바닥을 생각한다바닥은 하늘이 된다는 것을오르지 못한 것들의 바닥은 뿌리가 되고뿌리들은 땅의 기운이 된다는 것을오늘 하늘 능선에 올라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어느 날 태백산에 올라와서야 알았다환웅은 바닥을 행해 내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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