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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앞에 서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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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6-02-13 11:45

줄리아 헤븐 김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지난 주일 예배는 특이했다. 예배 시작을 알리는 찬양 리더의 “할렐루야!” 소리와 함께 기타와 드럼 소리가 연주되자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꽂은,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단상을 향해 걸어 나왔다. 마치 귀여운 새끼 오리를 연상시키듯이 뒤뚱거리는 발걸음에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자기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단상 위를 아이는 미동도 없이 찬양 인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으로 좇으며 고개만 돌아갈 뿐 노래 한 곡이 끝나가도록 얼어붙은 듯이 서 있기만 했다. 또래 아이에게 볼 수 없는 집중력이 놀라웠고, 한눈을 팔지 않는 진지함에 나도 모르게 자꾸 아이에게 시선이 갔다. 그때였다. 곡이 바뀌면서 빠른 리듬으로 기타 줄이 현란하게 퉁기자 강렬한 사운드의 드럼 비트가 이어지고 망부석처럼 꼼짝하지 않던 오리 엉덩이가 좌우로 움직여지는 거였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어깨까지 들썩이는 아이는 가끔 무게 중심이 흔들려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이내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리듬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앙증맞은 발이 허공으로 번갈아 떼어질 때마다 콩콩거리던 아이는 단상 아래 양 끝을 오가며 행동반경도 넓혀졌다. 엉덩이는 실룩샐룩 어깨는 위아래로 올렸다가 내렸다가 들썩들썩 온몸으로 찬양에 온 힘을 다하는 아이의 모습을 곁눈질로 쫓던 나는 아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처럼 깡총거리며 춤추고 찬양하고 싶은데….’ 마음속의 말꼬리가 ‘하고 싶다’가 아닌 ‘데’라는 글자가 왜 붙는지 의아했다. 그것은 내 마음과 생각과 몸이 하나가 아닌 따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내가 거울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성했다는 방증이다. 거울은 유리 한쪽 면에 수은이나 은, 알루미늄 같은 반사재를 발라서 상(像)을 반사하게 하는 것으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만을 바라보게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체면을 내세우며 오로지 내게만 초점이 맞춰진 채로 나만 보이는 모습. 내가 잘했든지 못했든지 판단도 거울에 비친 그대로 판단하는 지금, 나는 나만 보이는 거울 앞에 교만하게 나의 믿음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자 밀물처럼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온몸이 그대로 잠기는 기분이 들었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가 이랬을까? 옷을 벗고 있음에 수치와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믿음과 행실을 비추는 거울 앞에 내가 있다는 것을 단상 앞에서 춤을 추는 아이를 통해 하나님은 깨닫게 하신다. 
 
‘왜 천국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자의 것”이라는 마태복음 18장 3, 4절의 말씀이 떠오르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찬양 소리에 집중해서 흥에 겨워 그 기쁨을 표현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 자기의 모습만 비추는 거울과 달리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고 안에 있는 것을 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유리처럼 순수하게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회개하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이것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몸을 음악에만 맞춘 아이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는 거울이 아닌 유리 앞에 서 있구나!” 맑고 투명한 유리 앞에 서 있는 행복한 아이처럼 오롯이 하나님만을 향한 유리 앞에서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의존만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은 지금,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새 생활을 해야겠다고 나흘 앞으로 다가온 2026년을 바라보며 말씀을 되새기며 다짐해 본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 : 2
 
 
-2025년 12월 27일 유리와 거울의 차이를 깨닫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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