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아버지를 찾아서

김보배아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6-02-09 09:25

김보배아이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헤어지셨다. 나는 엄마와 살았다. 아무에게나 존재하는 아빠의 존재는 내게는 비현실적이었다. 성장하면서는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아버지였다. 결혼하고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더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을 때 잃어버린 내 아버지를 찾을 마음에 설레었다. 
  저자는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낡은 상자 하나를 전해 받는다. 그 속엔 아버지의 사진 필름이 빼곡히 들어 있었고, 전직 기자였던 저자는 아버지의 모든 사진 필름을 인화한다. 아버지의 손때 묻은 수첩에 적힌 메모를 해석하며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는지를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찍은 시위 사진을 보면서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을 두고 살았던 한 시민으로서의 아버지를 발견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보물처럼 정리해 둔 아버지의 사진들을 통해 그 시절 아버지가 빚어간 소소한 행복에 미소 짓는다. 
  하지만 내게는 아버지와 찍은 어린 모습의 내 사진이 한 장조차 없다. 왜냐하면 내가 우리 집에 있던 아버지가 찍힌 사진 모두를 열 살도 되지 않던 어느 하루 옥상에서 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어리석음으로 내 평생에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은 한 장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흘려보냈던 시간마저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된다. 
  한국을 떠날 때 소중하게 챙겨온 물건 가운데 아버지가 남겨준 메모지 한 장이 있었다. 철이 조금 들어서 미움보다는 그리운 마음이 커져 버린 아버지에게 가죽 장갑 한 켤레를 소포로 부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장갑 한 켤레를 선물 받았었다. 소포 상자 안에 작은 메모가 포함되어 있었다. “네 마음을 받은 것 같아 너무나 고맙구나." 생전 처음으로 본 아버지의 글씨였다. 저자도 태어난 날의 수첩 페이지에서 ‘저녁때’ 또는 ‘하오 11시 41분 혹은 42분경’이라는 메모에 주목한다. 단지, 몇 날 며칠 몇 분경이라는 메모만으로도 부모가 된 아버지의 부정이 충분히 느껴진다. 만일 이날의 내용이 빈칸이었다면, 또는  수첩 속의 기록을 저자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찌 아버지의 사랑을 가늠하였을지 만무하다. 내가 아버지의 글씨에 대단한 아버지의 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상상이 갔다. 한 줄 메모를 몇 시간에 걸쳐서 한참을 망설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저자가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젊은 아버지의 수첩 안에 적혀있는 시간과 장소가 적힌 메모를 따라 똑같은 여정의 통영 여행을 떠난다. 강산도 여러 번 변한 세월이 흘렀기에 아버지가 머물렀던 기차역은 폐역이 되었다. 저자는 잠시 그곳에 앉아 쉬게 되는데, 뜻밖에도 아버지와 마주친다. 30대의 아버지가 50대의 아들 어깨에 손을 얹으며 "힘드네?"라고 말을 건넨 것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저자에게 빙의하여 내 아버지를 만나는 상상을 하였다. 나의 경우는 아버지가 앉아계시고 내가 다가갔다는 것이 달랐다. 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했어요. 단 한 번도 표현한 적은 없지만요." 
  내 나이가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삶이라는 짐이 힘에 부칠 때마다 내 곁에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스럽기 그지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아련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공감이 갈 것이다. 책으로 인해 나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랴. 이제 아버지는 계시지 않으니… 
  책을 통해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 참여했다. 놀랍게도 나는 아버지를 만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아버지를 원 없이 불러보았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이번에는 참지 않고 울었다. 
아버지의 손 글씨로 적은 한 줄 메모지를 참으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아버지의 미안함을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참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 밤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시월의 바다 2026.02.09 (월)
친구여 시월의 바다를 보러 가요에메랄드 번지는 바닷물 따라흰 돗이 기울듯 서툰 배는먼 항로를 찾아가고끝없는 햇살에 수평선이 눈부실 때젊은 꿈이 아직 말 못 하고 서 있지만해변의 잔돌들은 세월을 견디고여물어 가요겨울의 바다는 차가웁게 모두를 멀리하겠지요파도 속 산호는 빛을 잃고고기 때는 검은 투망을 피해 몰려다니고남겨진 조개들이 모래밭을 찾아 긴 행렬을 짓고검푸른 바위는 바다를 움켜쥐려고 울부짓을 거에요고동 소리를 담은...
김석봉
아버지를 찾아서 2026.02.09 (월)
  내 얼굴에도 인생의 흔적을 품은 고랑이 패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다. 너 같은 딸을 낳아보라 하시던 엄마의 울분도 어느덧 내 것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50살이 넘어서야 집어 들었던 책이 있는데, 제목이 [아버지를 찾아서]이다. 아버지 없이 어린시절을 살아온 나였다. 그랬던 내가 저자를 따라 아버지를 찾아 나선 여정에 동행하였다. 나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일곱 살 때 우리 엄마와 아빠는...
김보배아이
말은 입체다 2026.02.09 (월)
  어느 환자를 두고,"암입니다. 6개월 생존율이 5%이고 현재로선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 A와,"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현대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치료 약이 나올 겁니다. 그때까지 저와 함께 버텨봅시다."라고 말하는 의사 B가 있을 때, 환자는 어느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을까.남편 중에도 A타입과 B타입이 있다. 아내가 저녁밥을 먹은 뒤 배가 살살 아프다고 할 때,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많이 먹을 때...
정성화
     세 갈래 길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거든     세상살이의 이치여,     지나온 길 뒤 돌아 보게 하고     잠겨서 보이지 않는 길,     찾아야 할 희망을 가늠하며     마음 걸터 앉아 숨 고르는     쉼터 인 것을 알려 주구려.      삶이 한번이라도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를 일러     우연이라고 위로 해 주지 않듯   ...
조규남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