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는 흔히 자신의 삶이 길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젊은 시절에는 앞날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을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순간, 그 생각은 조용히 무너진다. 시작과 끝을 초월한 영원의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이 이 땅에 머무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백 년을 산다 해도, 그 시간은 한 점에 불과하다. 점이라기보다, 잠시 스쳤다 사라지는 빛의 흔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미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흐름 안에서 기뻐하고, 슬퍼하고, 후회하고, 소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과 감정조차 영원의 시간 앞에서는 아주 짧은 울림일 뿐이다.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달력 위에서 사라져 가는 하루하루. 반면 영원은 그 흐름 바깥에 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시간,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세계다. 그 영원의 자리에서 바라보면 한 인간의 생애는 분명 한 점이다. 그러나 그 점은 무의미한 점이 아니다. 아주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점이다.
나는 이 사실 앞에서 겸손해진다. 내가 붙잡고 있던 걱정과 욕심, 억울함과 자존심이 갑자기 가벼워진다. 영원의 시간 속에서 내 삶이 한 점이라면, 그 점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짧기 때문에 함부로 살 수 없고, 작기 때문에
더 정직해야 한다. 영원 앞에서의 한 점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안에 담긴 태도와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나 역시 영원의 시간 위에 찍힌
하나의 점이다. 그러나 그 점이 사랑과 감사, 겸손과 성실로 채워진다면 비록 작을지라도 의미 없는 점은 아닐 것이다.
시작과 끝을 초월한 영원의 시간 앞에서
나는 다시 하루를 산다. 한 점으로서, 그러나 소중한 한 점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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