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부탁 좀요
제발 바짓단 좀 걷으래요
세상이 불편한 평발
그냥… 아무거나 좀 주세요
제발 발 발 좀 주세요
아니 동그라미
세 개쯤
그거 신으면 나도 굴러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움직이지 않으면 뿔나요
진짜로
알고 보면 신앙 비슷한 뿔
괜히 생겼다가
방향도 없이 커지는 고집 같은 것
한 번 주저앉으면
세상이 미는 대로도 안 가요
움직임이 나를 밀어도
나를 꺾지 못하는 믿음이 있죠
꼭대기는 늘 떨려요
정점은 나래처럼 흔들리고
누군가는 거기서
매일 미끄러져요
물론 더하죠 외로운 당신일수록
그래서 다들
납작해지죠
땅처럼
말 안 하고 엎드려 있는 게
요즘의 안전 자세예요
소화불량은 덤이죠
오늘은 비 내리고
나무도 운대요
진짜 눈물 나죠
움직여야 사는 게 이 바닥인데
만만치 않아요
주변엔 서성이는 그림자 너덧
손 내밀 듯 말 듯
결국 스크롤 넘기고 사라져요
기름 대신 ‘좋아요’ 하나 눌러주면
덜 미끄러질까
아니죠, 그건 쓸데없는 용기죠
이 바닥, 온통 미끄럼틀이거든요
솔직히 말해
이대로면 모양이 사라질 것 같아요
발을 뺄까 고민하지만
그러면 나도 무너져요.
그래서 그냥 버텨요
멀리서 낙타가 강을 건너요
그 낙타 발 좀 빌려주세요
앉아 죽느니
걸어서라도 살고 싶어요
모래폭풍에
돛이 몹시 흔들리는
당신
그래도 난 늘
당신만 사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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