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B.C.(British Columbia) 주에 있는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는 21개의 크고 작은 자치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밴쿠버가 인구가 66만 정도로 제일 큰 도시고, 써리(Surrey)가 버금으로 약 57만, 버나비(Burnaby)가 약 25만으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버나비는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거의 중심 위치에 있고, 써리, 노드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리치먼드(Richmond)는 강이나 바다로 분리되어 다리를 통해서만 통행할 수 있다. 필자가 버나비 디어레이크(Deer Lake)공원 동네로 이사 온 지 어느덧 38년이 지났다. 캐나다에 와서 마니토바주의 수도인 위니펙에서 14년,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서 3년 살았고, 아들은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위니펙은 울창한 숲이나, 호수나 산을 보려면 수 시간 드라이브를 해야 했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더운 날씨가 많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영하 40도)가 여러 날 계속되는 일이 자주 있다. 오타와는 깨끗하고 아담했지만 역시 울창한 숲이나 볼만한 호수나 산이 없다. 필자는 회사 업무로 70년도 후반에 밴쿠버를 수차 방문한 일이 있다. 관광할 여가가 없었지만, 기후가 온난하고, 바다가 보이고, 산이 웅장하고, 쭉쭉 뻗은 울창한 사철나무 숲을 난생처음으로 보고 감탄했다. 1986년 여름 밴쿠버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을 때, 마침,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캐나다를 방문하시게 되어, 다섯 식구가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하여 한 주간 밴쿠버에서 지냈다. 한 주간 내내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 여름 대낮인 데도 서늘한 기온, 무엇보다도 모기가 전혀 없는 저녁 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위니펙 모기는 우리가 보아 온 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어찌나 극성스러운지 대낮에도 길을 걸으면 떼를 지어 달려든다. 집사람은 이왕 이민 와서 사는데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다.
1980년도 후반에 밴쿠버에 직장이 되어 2차에 걸친 하우스 사냥을 했다. 그때나 이제나 밴쿠버 집값은 위니펙보다 2배 이상이다. 밴쿠버에 있는 집을 위니펙 집이 팔리는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위니펙 집이 팔리지 않아 무산되었다. 2차 사냥 때는 밴쿠버는 포기하고 버나비와 코큇틀람에 초점을 뒀다. 버나비 집은 1950년대 지은 옛날 동네 것이고, 코큇틀람 것은 새로 개발한 동네였다. 가격은 비슷했고 우리는 새 집에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여러 날 우리를 안내하던 부동산 중개인은 우리가 코큇틀람에 관심을 두는 것을 눈치채고, 버나비가 광역 배쿠버의 중심이고 장래 개발 여지가 많아 훨씬 유리하다고 하며 당장 오 파(Offer)를 내라고 강한 어조로 권했다. 지금 생각에 그 중개인은 하늘이 보낸 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말대로 B.C.주에서 제일 크다는 Metrotown Shopping Center를 중심으로 다운타운개발 20년 계획이 있고, 우리가 이사 올 때 고층 건물이 하나뿐이었는데 지금은 50여 개가 들어섰고, 현재도 10여 개 고층 건물이 건축 중에있다. 거기다 도시의 보배로 이름난 중앙공원(Central Park)이 쇼핑센터와 연접해 있다. 우리 집에서 쇼핑센터는 차로 5분 거리이고, 센트럴 파크는 15분 거리다.
이사 온 초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공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인들이 좋다고 일러주는 곳을 퇴근 후 거의 날마다 방문했다. 주말에는 명소로 알려진 곳을 방문하며,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지냈다. 웅장한 산과 넓은 바다, 울창한 숲, 화창한 여름 날씨. 특히 모기에 시달렸던 위니펙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말 대로 999당에 온 것 같았다. 겨울에 해나는 날이 별로 없었지만,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던 우리로서는 조금도 문제 되지 않았다. 버나비 산 공원은 주립공원으로 버나비 산 정상에 있고, 캐나다 명문인 S.F.U.(Simon Frazer University) 캠퍼스가 있다. B.C. 정부는 정책으로 매 대학 캠퍼스가 있는 지역 일부를 “Discovery Park”라 명명하고, 그곳에 연구 기관을 영입하며 환경 관리를 해주고 있다. 디스커버리 공원에 자리 잡은 필자가 근무하던 연구소는 정말 속세를 떠나 도를 닦는 기분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주위 숲속에는 걷기에 적당한 여러 탐방로가 있고, 숲속을 걷다 보면 가끔 사슴 떼들도 만난다. 늘 비만 선상에서 오르내리는 필자는 따로 운동은 못했지만 그래도 점심 후 30~40분 매일 걸었다. 실무에 근무하는 동안 운동 시간을 따로 내지는 못하다가 은퇴하고 나니 시간의 여지가 생겨 비만을 피하고자 걷기와 수영을 병행하며 지내왔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디어레이크 공원은 자주 걸었고, 15분 정도 드라이브 거리에 있는 중앙공원은 가끔 걸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척추관 협착 층이 심해져 걷기가 불편해진 후 경사를 오르내리는 것이 어려워 최근 6년간 중앙공원만 일주일에 4~5번 걷는다. 중앙공원은 넓고, 원시림이 울창하고,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하다. 탐방로도 여러 개 있고, 탐방로마다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요소요소에 깨끗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마치 필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설립한 공원 같다.
공원에 가까이 살다 보니 야생동물들이 가끔 우리 집을 방문한다. 집 뜰에는 과목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체리와 무화과 열매는 각종 새가 먹어 치우고, 사과도(식용에는 부적절한 게 사과) 벌레가 먹기도 하고, 아마도 새들이 상처를 내는 것 같다. 포도는 익기가 무섭게 미국너구리(Racon)들이 서리해 간다. 자두는 새가 건드리지 않아서 우리가 수확한다. 호두는 다람쥐들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져간다. 블루베리는 담장 밖에 있어 행인들의 몫이다. 어느 해는 스컹크 가족의 방문으로 고생한 일도 있다.
요사이 SNS상에서 노인이 되면서 주거지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열거한 글을 보았다.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시설 접근성, 교통 원할 과 편의 시설 여부,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 자녀와 가까운 곳 등을 꼽았다. 쇼핑센터, 병원, 쾌적한 공원, 같은 도시에 사는 자녀 등 많은 조건이 부합되는 장소다. 하나님께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셨다고 믿으며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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