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공원 가까운 동네

김의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9-12 16:58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B.C.(British Columbia) 주에 있는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는 21개의 크고 작은 자치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밴쿠버가 인구가 66만 정도로 제일 큰 도시고, 써리(Surrey)가 버금으로 약 57만, 버나비(Burnaby)가 약 25만으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버나비는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거의 중심 위치에 있고, 써리, 노드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리치먼드(Richmond)는 강이나 바다로 분리되어 다리를 통해서만 통행할 수 있다. 필자가 버나비 디어레이크(Deer Lake)공원 동네로 이사 온 지 어느덧 38년이 지났다. 캐나다에 와서 마니토바주의 수도인 위니펙에서 14년,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서 3년 살았고, 아들은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위니펙은 울창한 숲이나, 호수나 산을 보려면 수 시간 드라이브를 해야 했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더운 날씨가 많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영하 40도)가 여러 날 계속되는 일이 자주 있다. 오타와는 깨끗하고 아담했지만 역시 울창한 숲이나 볼만한 호수나 산이 없다. 필자는 회사 업무로 70년도 후반에 밴쿠버를 수차 방문한 일이 있다. 관광할 여가가 없었지만, 기후가 온난하고, 바다가 보이고, 산이 웅장하고, 쭉쭉 뻗은 울창한 사철나무 숲을 난생처음으로 보고 감탄했다. 1986년 여름 밴쿠버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을 때, 마침,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캐나다를 방문하시게 되어, 다섯 식구가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하여 한 주간 밴쿠버에서 지냈다. 한 주간 내내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 여름 대낮인 데도 서늘한 기온, 무엇보다도 모기가 전혀 없는 저녁 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위니펙 모기는 우리가 보아 온 모기보다 크기가 크고 어찌나 극성스러운지 대낮에도 길을 걸으면 떼를 지어 달려든다. 집사람은 이왕 이민 와서 사는데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다.  
 
   1980년도 후반에 밴쿠버에 직장이 되어 2차에 걸친 하우스 사냥을 했다. 그때나 이제나 밴쿠버 집값은 위니펙보다 2배 이상이다. 밴쿠버에 있는 집을 위니펙 집이 팔리는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위니펙 집이 팔리지 않아 무산되었다. 2차 사냥 때는 밴쿠버는 포기하고 버나비와 코큇틀람에 초점을 뒀다. 버나비 집은 1950년대 지은 옛날 동네 것이고, 코큇틀람 것은 새로 개발한 동네였다. 가격은 비슷했고 우리는 새 집에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여러 날 우리를 안내하던 부동산 중개인은 우리가 코큇틀람에 관심을 두는 것을 눈치채고, 버나비가 광역 배쿠버의 중심이고 장래 개발 여지가 많아 훨씬 유리하다고 하며 당장 오 파(Offer)를 내라고 강한 어조로 권했다. 지금 생각에 그 중개인은 하늘이 보낸 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말대로 B.C.주에서 제일 크다는 Metrotown Shopping Center를 중심으로 다운타운개발 20년 계획이 있고, 우리가 이사 올 때 고층 건물이 하나뿐이었는데 지금은 50여 개가 들어섰고, 현재도 10여 개 고층 건물이 건축 중에있다. 거기다 도시의 보배로 이름난 중앙공원(Central Park)이 쇼핑센터와 연접해 있다. 우리 집에서 쇼핑센터는 차로 5분 거리이고, 센트럴 파크는 15분 거리다.
 
   이사 온 초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공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인들이 좋다고 일러주는 곳을 퇴근 후 거의 날마다 방문했다. 주말에는 명소로 알려진 곳을 방문하며,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지냈다. 웅장한 산과 넓은 바다, 울창한 숲, 화창한 여름 날씨. 특히 모기에 시달렸던 위니펙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말 대로 999당에 온 것 같았다. 겨울에 해나는 날이 별로 없었지만,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던 우리로서는 조금도 문제 되지 않았다. 버나비 산 공원은 주립공원으로 버나비 산 정상에 있고, 캐나다 명문인 S.F.U.(Simon Frazer University) 캠퍼스가 있다. B.C. 정부는 정책으로 매 대학 캠퍼스가 있는 지역 일부를 “Discovery Park”라 명명하고, 그곳에 연구 기관을 영입하며 환경 관리를 해주고 있다. 디스커버리 공원에 자리 잡은 필자가 근무하던 연구소는 정말 속세를 떠나 도를 닦는 기분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주위 숲속에는 걷기에 적당한 여러 탐방로가 있고, 숲속을 걷다 보면 가끔 사슴 떼들도 만난다. 늘 비만 선상에서 오르내리는 필자는 따로 운동은 못했지만 그래도 점심 후 30~40분 매일 걸었다. 실무에 근무하는 동안 운동 시간을 따로 내지는 못하다가 은퇴하고 나니 시간의 여지가 생겨 비만을 피하고자 걷기와 수영을 병행하며 지내왔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디어레이크 공원은 자주 걸었고, 15분 정도 드라이브 거리에 있는 중앙공원은 가끔 걸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척추관 협착 층이 심해져 걷기가 불편해진 후 경사를 오르내리는 것이 어려워 최근 6년간 중앙공원만 일주일에 4~5번 걷는다. 중앙공원은 넓고, 원시림이 울창하고,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하다. 탐방로도 여러 개 있고, 탐방로마다 쉴 수 있는 벤치가 있고, 요소요소에 깨끗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마치 필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설립한 공원 같다.
 
   공원에 가까이 살다 보니 야생동물들이 가끔 우리 집을 방문한다. 집 뜰에는 과목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체리와 무화과 열매는 각종 새가 먹어 치우고, 사과도(식용에는 부적절한 게 사과) 벌레가 먹기도 하고, 아마도 새들이 상처를 내는 것 같다. 포도는 익기가 무섭게 미국너구리(Racon)들이 서리해 간다. 자두는 새가 건드리지 않아서 우리가 수확한다. 호두는 다람쥐들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져간다. 블루베리는 담장 밖에 있어 행인들의 몫이다. 어느 해는 스컹크 가족의 방문으로 고생한 일도 있다.
 
   요사이 SNS상에서 노인이 되면서 주거지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열거한 글을 보았다.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시설 접근성, 교통 원할 과 편의 시설 여부,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 자녀와 가까운 곳 등을 꼽았다. 쇼핑센터, 병원, 쾌적한 공원, 같은 도시에 사는 자녀 등 많은 조건이 부합되는 장소다. 하나님께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셨다고 믿으며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은하수 공원 2025.12.12 (금)
사람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존재인가요?그 곳은 영원한 현재인가.나는 지금 움직이고 있다. 출발은 세상 어느 한 귀퉁이 작은 공간이었다. 그날은 오뉴월에 눈이 내렸다. 이팝나무가 하얗게 눈꽃을 피웠다. 내가 떠나는 날, 5월의 녹색이 뚜렷한 보색으로 빛났다. 화장장 공원에도 불살라진 내 몸을 배경으로 흰 융단이 깔렸다. 이 깨끗한 눈에 봄바람이 일고 간 은 빛 윤슬을 슬픔이 아닌, 새 희망의 동력으로 받아들였다.슬픔은 가슴...
박병호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 ( 브리태니커 대 백과사전) 로 칭송을 받는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의 대작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 참회록 그리고 많은 주옥 같은 중 단편을 수 십 편을 남겼다.  그는 34세에 18세 였던 소피아라는 16세 연하의 여인과 결혼하였으나 그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와 시베리아와의 인연은 그가 "전쟁과 평화" 를 집필하려고 하던...
정관일
12월에 2025.12.12 (금)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힘껏 움켜 쥐었지만 손엔 물기만 남았어 꽃이 예뻐서손으로 꽉 쥐었더니뭉개진 꽃물만 주르르 흘렀지 보이지 않는 세월달력에 가두어 두고한 달 한 달 달력을 넘기다 보니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세월 또 다시 보내야 하는 송년시간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데우리만 호들갑처럼 들떠 있는지도 몰라지워진 기억처럼 지워진 날들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꿈에서 본 오래전 동료처럼만나지 못할 인연같이
전재민
그 거룩한 성 2025.12.05 (금)
청소년 시절인 77년도에 살던 동네 교회 목사님 가정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게 되어 사용하시던 전축을 우리 집에 레코드 판도 같이 갖고 오게 되어 음악을 들었는데 가장 많이 듣던 LP는 테너 고이동범 교수님의 노래 거룩한 성이란 찬송가였다. 이 노래는 19세기 후반 영국의 유명한 작곡가가 지은 음악에 법률을 공부한 변호사가 작사하여 만든 곡이라고 한다. 노래의 톤이 감미롭기도 하지만 가사가 그 거룩한 성은~ 호산나~ 부분은 매우 감동이 온다....
이형만
황금률 2025.12.05 (금)
겨드랑이에 품은 그 소리는별똥별의 사랑을밤새 들려주던 풀벌레의 협주곡이다청년 시절그를 향한 마음은봄날 아침이었다주어진 환경은젖은 휴지처럼 스며드는 것이라고타이르는 나의 반석푸른 더듬이가방향키를 찾을 때사막에 풍향을 읽게 하고힘없이 부서지는 낙엽을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생애 기쁨이라고황금률을 내주는 사랑의 품이다수많은 별만큼 신비한 그의 소리가삶의 대지에 너울처럼 펼쳐지니창조물의 숨결이 그의 사랑에서...
반현향
  외국에 살면서 이방인이라고 느끼는 순간들은 복잡한 감정을 동반해 찾아온다. 현지 사람들이 특정 TV 프로그램에 대해 말할 때 함께 웃지 못하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감정 표현의 방식이 서툴러 무감각할 때, 은행이나 병원, 행정 기관 등의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복잡한 절차나 서류에 압도당할 때, 직장 동료와 철학, 정치 또는 깊은 감정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디서 왔고 왜 이곳에 살고 있는지를...
권은경
길목 2025.12.05 (금)
날렵한 초겨울 바람송두리째 가을을 삼켜 버리고온 몸부림으로 서둘러 왔네 어느새하얗게 채색된 눈부신 이 아침 앙상한 사과나무 위모여 앉은 새들 눈꽃 잔치가바로 천국 이어라 향기 실은 꽃 바람 기다림은풍성한 내일로 불어 오려나 삶의 뒤안길옷깃 속으로 드는 찬바람이바로 봄인 것을 뺨 위로 넘나드는 춤추는찬 물결 꽃봉투는너울 되어 먼 여행길을 나서네
김정임
맨 아래 칸 서랍 2025.12.01 (월)
맨 아래 칸 서랍이즈음 옷장의 맨 아래 칸 서랍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내 어제의 그림자들이 매미 허물같이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바람이 분다내가 거쳐온 삶의 간이역들이 펼쳐진다순진한 젊은 별바라기의 풋꿈도자갈길에 땀 흘리던 이민(移民)의 한여름날도오래전에 잃어버린 시(詩)를...
안봉자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