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일 년 전 어느 날, 일상대로 교우들과 함께 아침 걷기운동을 하던 중 일어난 일이다. 앞서가던 남편이 돌부리에 차였는지 갑자기넘어져서 이마와 눈 주위에 상처를 입었다. 오후에 어렵사리 클리닉(Urgent clinic)을 방문해서 조치 받고, 그 이후로 걷는 일에 신경을 쓰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 속도가 불안정하고 그때부터 한 달쯤 뒤에 동네에서 함께 걷고 들어오는 길에 집 문턱에서 또 넘어졌다. 전문의의 검진을 요청했더니 늘 그렇듯이 한참 동안 기다려야했다.몇가지 검사 끝에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어 처방에 의한 투약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세상이 아픈 동안 우리도 퍽이나 아팠다. 등산 잘하고 여러 운동을 즐기며 건강하던 남편에게 척추에 자연적으로 골절이 생겨 매우 힘들었다. 이런 경우엔 특별한 외과적 치료 방법이 없고 스스로 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고 외출이 금지된 시기였기에 한동안 양옆 이웃 외에는 아무도 모른 채 통증과 싸우며 거의 일 년을 보냈다. 그로 인해 자세가 좀 굽어진 상태였지만 코로나가 어느 정도 풀리고 속해 있던 합창단에서 다시 노래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았으면 아들도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철저하게 원칙 주의자이고 주어진 과제가 있을 때는 해결될 때까지 씨름해야 하는 성격으로, 때로는 꿈속에서 해답을 얻는다고 했다.
은퇴를 작정하고 오랜 세월 동안 모아두었던 메모들을 정리하면서 회고록을 내 볼 생각을 하기에 이에 적극 돕기로 했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속담을 마음에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본인이 메모를 정리하고 사진 고르고 몇 출판사와 연락하고, 첫 경험으로 일은 갈수록 많아졌다. 얻어들은 상식을 종합해서 한 권 분량의 원고가 모였고, 이것이 한국의 진흥 출판사를 거쳐 선적된 날이 공교롭게도 본인이 지금으로부터 59년 전에 유학길에 올라 김포공항을 떠난 날과 같은 날이고, 우연히 우리의 결혼 기념일과도 일치한다.
한참 전에 만든 책이지만 요즘도 자신의 회고록을 드려다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바쁘게 움직였던 것이 참 다행이라 여겨진다. 사람은 가더라도 글은 오래 남음으로 후손들이 두고두고 볼 것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의 특성상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돌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혼자 외출이 불가능하니 함께 할 수 있는 예배 참여, 넘어짐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이나 노래교실, 친교 모임 등에 동참한다. 먼저 은퇴해서 자유시간을 많이 누린 만큼 이제는 내가 갚아야 할 차례가 온 것 같다.
최선을 다한다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이 긴 과정을 오로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맡길 수밖에, ’있을 때 잘 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오늘도 힘주시는 말씀과 기도에 의지하며 하루를 일기로 마무리한다. 이 돌봄이 사랑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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