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감사는 늘 새롭다!

줄리아 헤븐 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7-25 17:12

줄리아 헤븐 김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내가 변했다! 아니 내가 바뀌었다!!” 변한 것은 그동안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적재적소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내가 바뀌었다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떤 희열과도 같은 기분을 끌고 왔다. 변한 것과 바뀐 것은 미묘한 차이라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둘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눠진다. 이미 오래전에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당연한 것으로 여기었고, 되레 당연히 여기는 내 나름의 수긍이 놀라울 만큼 자연스러워서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불과 두어 시간 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볼 때 변했다기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바뀌었어! 내가!” 감탄인지 탄성인지 모를 혼잣말을 나지막이 반복적으로 뱉어 내기만 했다. 신선한 충격의 여운은 쏟아지는 비에도 전이되었는지 밴쿠버에 사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굵고 강한 빗줄기가 힘차게 유리창에 내리꽂히는 것이었다. 마치 엄청난 크기의 파편과 소리의 위력에 놀란 적이 있던 갈매기의 배변처럼 운전대 너머로 빗방울은 눈물과 섞여 옆으로 퍼지고 있었다. ‘감사할 조건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더욱 감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내가 바뀌었다는 자각은 새로운 감사로 이어졌고 불과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조금 전의 일에서 비롯되었다.
 
지난밤부터 조용히 내리던 비는 아침 해의 낯을 가리면서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한국의 장맛비처럼 거세게 달려드는 기세는 지난 며칠 동안 고개 들던 봄기운마저 숨죽이게 하고 자리 내준 겨울을 불러왔는지 허연 입김이 허공을 가르는 아침에 나는 서둘러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스트 헤이스팅 스트리트 (East Hastings St.)에서 노숙인들에게 점심 대접하는 갈렙 선교사님을 도와 나는 러브 밴쿠버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몇 년 전에 처음 그곳에 참여했을 때는 종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갈렙 선교사님의 권유로 노숙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며 전단지와 중보기도를 원하는 노숙인들의 기도 제목을 적는, 역할 분담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노숙인이 들고 있는 접시에 음식을 담아 줄 때와 달리 이야기를 들으려면 내 귀를 그들의 얼굴에 가까이 대어야 했다. 약에 취해 흔들리며 굽어지는 등과 고개를 떨군 그들의 말소리를 듣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내가 마스크를 끼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내뿜는 독특한 체취는 마스크를 끼고 있다 한들 그 냄새를 도저히 막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마스크 안에 향수를 뿌리고 갈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향수 냄새로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이래저래 생각지 못한 냄새와 전쟁하게 되었다. 날이 춥거나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콧물을 흘리는 노숙인이 많은데 맑고 투명한 콧물보다 누렇고 걸쭉한 콧물을 흘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욱이 구부러진 몸에 떨궈진 얼굴이 받아 든 음식 접시에 닿을 듯하고 때론 음식에 콧물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더러워서 외면하면서도 내 목소리는 가식적으로 부드럽고 친절하게 맛있게 먹으라며 그들의 호주머니 안에 교회에서 받아온 전단지를 슬쩍 넣어주었다. 차마 낯을 찡그릴 수는 없으니까 가식적인 미소라도 지으며 “Jesus loves you!”라고 친절한 척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덤으로 지었다. 매주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김주영 장로님과 함께 러브 밴쿠버 행사 때마다 시간 되는 대로 참여하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단골도 생기고 인사를 나누기도 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낯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러는 사이 거짓으로 짓던 미소는 진심이 담겨 외면하던 몸짓에 반가움이 배어 나와 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펼쳐 놓은 텐트 사이로 빗물이 조금씩 새어 들어 물기를 닦아내야 했고 바닥은 흐르는 빗물로 흥건해서 아수라장 같은 상황에 누런 콧물이 밥에 닿을 듯 흐르는 노숙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그를 붙잡아서 얼른 휴지로 콧물을 닦아 주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콧물을 닦아주는 것처럼 또 내게 코를 맡기고 있는 그를 보며 웃으며 “이제 됐다. 어서 맛있게 드세요.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미소 지으며 이야기했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내민 손은 멈출 줄을 몰라서 누런 콧물 맑은 콧물 빗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콧물을 닦아 주며 환하게 인사하다 보니 점심 배급이 끝이 났다. 장로님과 몇몇 봉사자들과 허기를 달래고 헤어져서 차 안에 들어앉으니 그제야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 “내가 바뀌었다. 할렐루야!” 처음에는 분명히 가식이었는데 그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는데…. 주님께서는 가식으로 지은 친절을 습관으로 배게 하시고 습관이 배니 진심으로 마음을 다하게 하셨다는 것을, 나를 바꿔 주신 주님의 사랑을 깨달으니, 감사는 눈물로 화답한다. 문득 마태복음 5장 7절이 떠올랐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요”라는 말씀이다. 성경에서 팔복의 다섯 번째 복인 긍휼은 그냥 감정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오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한다. 긍휼은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성품이 아닌 하나님의 성품이며 예수님의 성품이고 또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성령 하나님, 즉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품이다. 유진 피터슨 목사의 메시지 성경에는 “남을 돌보는 너희는 복이 있다. 그렇게 정성 들여 돌보는 순간에 너희도 돌봄을 받는다”라고 쉬운 말로 번역되어 있다. 내가 바뀌고 변화되어 갈 때마다 나 또한 긍휼함이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돌보시며 내가 좀 더 예수님의 성품을 닮은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신다는 것을 새롭게 감사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자 다음에 갈 때는 물휴지를 준비해서 얼굴과 손도 닦아줘야겠다고 물휴지를 사러 갈 생각을 하니 이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가을이여, 와서 2026.10.23 (금)
해바라기 자궁에황혼이 발아한다 태양을 흠모하던 꽃잎이황금빛을 떨구면 초록을 잉태한 씨앗을바람에 건넬 것이다 가을이여, 내게 와서성실과 희망의 꽃말로나를다시 써 다오 소슬바람 한 줄기오래된 계절의 문을 닫으면 나도한 잎처럼 가벼워져 훌훌 먼 길을 건너리.
임현숙
마음속 회색 돌담 2026.10.23 (금)
‘오! 멋지네’   사하라 사막에서 보내온 아우의 사진을 보는 순간,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굽이굽이 펼쳐진 모래 결 위에서 낙타에 올라탄 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모래바람이 사진 밖으로 불어오는 듯해 농담처럼 대꾸했다. 나도 연말에 적금 타면 낙타를 사겠노라고. 하지만 사진을 덮고 난 뒤에도 시선은 한참이나 허공을 헤맸다. 사실 원하던 것은 낙타가 아니었다. 모래 위를 걷는 ‘시간’을 사고 싶은 마음이 천천히 모래...
김아녜스
팬스타 미라클호(대한민국이 건조한 최초의 크루즈 페리선)가 드디어 지난 4월 13일 부산-오사카 구간을 취항했다. 선박 운항사인 주식회사 팬스타는 일본 오사카로 가는 새로운 뱃길이 탄생하였으며, 고급스러운 객실과 각종 편의시설, 선상에서의 즐거운 이벤트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안락하고 품격 있는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배의 길이는 170m, 폭 25m 중량 약 2만 2천 톤으로 승객 545명과 화물 20피트 컨테이너 254개를 싣고...
정관일
강가에 앉아 물소리 듣는다물결들이 속살거리는 소리, 셀로판지처럼 물결무늬 반짝이는 소리, 모래톱을 밟고 올라오는 물 알갱이들의 심호흡 토하는 소리, 심호흡에 맞춰 은빛 페달을 밟고 강둑을 달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햇살을 차고 올라오는 물고기 떼의 은빛 아가미 팔딱거리는 소리, 소리의 입술들, 입술의 소리들이 노란 수채화로 뜬다    강가에 앉아 바람 소리 듣는다 나뭇잎들의 숨 쉬는 소리, 숨소리 뒤에 숨어 포르릉 포르릉...
이영춘
침묵 2026.10.15 (목)
그가 침묵하면  통속적 영화 대사에 익숙한 나로써는  어색해진다  왜 이리 조용하지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찌 됐든  그의 침묵에 젓어들면  미미한 수증기가 안개가 되듯 아무것도 아닌 작은 공백이 큰 의미를 띤다  내가 할 말이 없어지고 그도 할 말이 없어지면  그런 랑데뷰가 일어날 때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재촉할 것이다  말좀해 하면서  아무 말이나...
박락준
열한 살이던 그해 6월 25일 전쟁이 터졌다는 끔찍한 소식과 함께 어머니는 밤새 미숫가루를 만들었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피난 길에 올랐다. 전연 준비가 없었던 전쟁이라 우리는 허둥지둥 한강을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을지로 6가 집에서 장충단 공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쌀자루를 들고 어머니는 미숫가루와 몇 가지 실용품만 챙겨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들을 이끌고 걸었다. 북한군이 내려오고 있는데 걸어서 한강 쪽으로 가서...
김춘희
손 편지를 쓰면서 정보를 전하고 마음을 전하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편지를 쓰는 일이 하나의 정보 전달을 위한 통신 수단이기도 했으며, 편지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다. 책상 앞에 앉아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선택하고, 첫 문장을 몇 번이고 썼다가 다시 지웠다. 펜을 쥐고 편지지를 마주하던 시간에는 속도가 없었다. 생각은 천천히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손의 리듬에 따라 종이에 스며들었다. 잉크를 이용한...
이봉희
엄마가 가시고슬픔이 정박한 마음에 세상 문은 닫히고 청력마저 녹은 듯 칠흑 지도 위 암흑기가 펼치는가 했는데                      말도 안 돼 엄마가 없는데도 배는 왜 고파지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우적우적 돌을 씹고                 엄마가 없어도 바람은 불어오고 강물은 흘러가고                     지금도 가끔 로키 너머 저쪽...
한부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