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바람 찬 언덕에
붉은 메이플 한 그루
그 앞에 멈추어 서서
물든 옷 자락 찰칵 찰칵
프레임 안에 넣어 보는데
사각 프레임 속 나무는
숨을 쉬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간다
저만치 손을 흔들며
돌아보는 바람 한 줄기
단풍잎은 고름 풀린
옷 자락처럼 나부끼다가
살포시 흘러내리고, 점점
나무는 가벼워진다
나무가 아름다운 건
박제된 찰나 속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순간들
장렬히 보내는 이별 뒤
오는 기다림 때문인 것을
자연 그대로 눈에 든
나무의 시간 찬란하다
시간이 흐른다
이제 철 없이 모나고
오래된 습관에 박인
시선과 생각은 미련 없이
끊어 버려야 할 때
어느새 가을에 닿은 나는
한 그루 단풍나무 앞에
부끄러워진다,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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