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이민자의 특징

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6-07 16:15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동양의 도학은 약육강식을 부도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철학은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인용한 것은 과거엔 이민을 운명, 팔자, 역마라 치부했다면 현재는 용기 있고 강한 자의 결단과 도전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의 방법은 초기엔 간호사나 재봉사 등의 기술이민이 주였다면 지금은 독립이민, 기술이민. 투자이민, 초대 이민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초기엔 전문직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민의 연령대가 젊어 지면서 학생비자나 이민 비자를 받아 정규과정을 이수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위기에 처하면 출구가 필요하다. 또한 실력이 있어도 뜻을 펼칠 수 없거나, 남다른 포부가 있을 때 이민을 온다. 이민은 외유내강 하거나 신념이 뚜렷한 사람에게 유리하며 그 고비는 10년이 최고 차라고 한다.
 
 이민은 여건이 돼야 올 수 있는데 지구상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실력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 벼랑 끝에 떨어져 지푸라기라도 잡으러 오는 사람, 평범한 삶을 거부해 오는 사람도 있다. 과거엔 이민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면 현재는 사실적 명분으로 온다. 미디어의 발달로 유튜버들이 이민의 장단점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는데 이민을 결심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리라 본다. 도전을 위한 이민은 대응력과 적응력이 뛰어나고, 도피로 온 이민은 실패 확률이 높다. 이민자들의 성향이 표출된 것을 이민자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타국에서 겪는 일과 자국에서 겪는 일엔 차이가 있다. 한국은 교육과 생활 수준을 대놓고 경쟁한다.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의지가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해외 유학파로 경쟁의식을 부추긴다. 지옥 같은 교육을 피해 온 이민자들은 사교육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교육 환경에 만족해한다. 빈부의 격차에 대한 체감이 낮아 삶에 대한 행복의 가치도 높아진다. 단숨에 경제 대국이 된 한국과 다르게 느리고 소박한 캐나다는 경쟁의식이나 차별이 심하지 않다. 이 곳에도 사립학교를 보내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을 원하는 부모도 있지만 자녀의 결정이 우선이고 노력은 본인의 몫이다. 교육과 주거환경에 내성이 생긴 부모들은 이민 온 후 이곳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느긋한 성정으로 바뀐다.
 
 한국은 음식문화와 배달 문화가 발달하였다. 문화의 발달이 늦은 캐나다도 최근엔 음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편리한 문화권에서 살다 온 젊은 이민자와 오래 산 이민자는 음식 문화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주문만 하면 음식을 눈앞에 대령하는 배달 문화와 달리 타국에선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남자대로 맥가이버가 되고 똥 손이던 여자도 못 하는 게 없으니 이민 오면 만능 재주꾼이 된다. 출장 인건비가 비싸니 내 손으로 고쳐야 하고, 기념일엔 외식을 하지만 음식의 맛과 가성비가 마땅치 않아 사교 모임엔 각자 준비해 온 음식으로 뷔페를 즐긴다. 
 
 이민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다 보니 이념이 같은 사람끼리 유유상종한다. 거시적으로 보이는 디아스포라의 삶도 미시적으로 볼 땐 특별한 것도 없다. 타국을 안방처럼 사는 것 같아도 오래 산 이민자 중엔 사고방식이 1960년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고, 생활방식은 아메리칸 스타일인 사람도 있다. 이민자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개인의 사고와 논리로 살아간다. 자국의 문화가 싫어 탈출해 온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직업을 찾는데, 전공을 살린 직업은 잘 풀린 경우다. 그러나 의지가 박약한 사람은 적응은커녕, 파경을 맞아 돌아가기도 한다. 독한 결심이 없으면 남의 나라에서 살기란 쉽지 않다.
 
  이민 세대를 금속으로 비유해 보았다. 1세대 부모들은 자기들 고유의 비싼 알루미늄의 가치를 버리고, 1.5세대들을 타국에 정착시켜 무거운 스테인 레이스로 바꾼다. 알루미늄보다 적응이 쉬운 스테인 레이스들이 결혼하여 은이라는 2세대를 낳는다. 은은 알루미늄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고, 공기 중에 잘 변하여 성질이 바나나 같다. 노란 바나나의 내면은 백인이다. 이민 2세대는 속어 ‘바나나’로 불린다.
 
 이민자들은 독특하다. 독선의 집합체고, 허풍의 집합체고, 높은 산을 오르느라 골절상을 당한 의지의 집합체다. 실력을 겸비한 집합체며, 언어의 부담을 겪으며 외골수 문화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집합체다. 응고된 타국 문화까지 품고 사는 게 이민자들이다. 그래서인지 쓸데없는 자존심에 스스로 고립된 사람들도 있고, 넓은 대인관계를 이루며 주류보다 더 주류 답게 사는 이민자들도 있다.
 
 문화 예술인은 뚝심이 있고 기질이 있어야 성공한다. 이민자의 뚝심은 소매를 걷어붙여 함성은 질렀으나 메아리는 가슴에 묻어 둔 상태다. 잘 나가고 특별하지만, 은둔자 같은, 개척하여 높은 성을 세웠지만 고독해 보이는, 이민자들은 다민족 문화를 습득한 뛰어난 감성주의자들이다. 이처럼 허구처럼 보이는 진실들이 모여 이민자의 특성을 만들고 그것이 고착되어 특징을 성립한다.
 
  이민 22년 차가 파악한 이민자의 특징은 현대판 삼국지의 인물들이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미지를 개척한 콜럼버스의 후예들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평범하지 않은 사람끼리 화합과 단절을 통해 그 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점이다.
 
  이민. 역 이민. 이민 후 다른 주로 이동. 이런 역동성 이야말로 이민자의 특징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괜찮아 2025.09.12 (금)
“웩”달빛을 덮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미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온몸에 쏟아져 내렸다. 훅 올라오는 시큼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었다. 술에 취한 행인이 토를 한 것이다.“하하하, 할아버지, 속상하겠어요.”저만치 책방 앞 노란 벤치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에구, 이제 늙어 쓸모없게 보여서 그렇지 뭐!”처량한 신세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한 달 전 노란 벤치가 오기 전까지는 간혹...
장로사
공원 가까운 동네 2025.09.12 (금)
   B.C.(British Columbia) 주에 있는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는 21개의 크고 작은 자치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밴쿠버가 인구가 66만 정도로 제일 큰 도시고, 써리(Surrey)가 버금으로 약 57만, 버나비(Burnaby)가 약 25만으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버나비는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거의 중심 위치에 있고, 써리, 노드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리치먼드(Richmond)는 강이나 바다로 분리되어 다리를 통해서만 통행할 수 있다....
김의원
책장 앞에서 2025.09.12 (금)
사랑이 지겨워지고그리움이 옅어 질 때기다림이 말라가고미움이 아련할 때낯설게 서 있는 거울 속의 나목마른 내 영혼은 어느 우물 앞에 서 있나갈 곳 잃어 헤매는 순례자는 어느 모퉁이에 서 있나
김민관
바다 2025.09.09 (화)
넓다참 넒다하늘을 담고구름을 담고별을 품고달을 품고외딴 섬 안아주고고깃배 채워주고갈매기 춤추고고기떼들 뛰게하고그리고 그대온갖 투정모진 열화(熱禍)언제나 팔 벌리고말없이 받아주니
늘샘 임윤빈
여름 이야기 2025.09.09 (화)
우리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 딸, 그리고 나, 세 식구가  함께 할 소중한 여정이었다. 딸은 교사로서 바쁘게 지내다가  여름방학으로 얻은 자유였고, 남편은 오래전부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눈으로 꼭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음속 깊이 새겨질 추억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첫 여정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빌딩이 어깨를 나란히 한 도시의 풍경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박명숙
별 밤 2025.09.09 (화)
   여름 하늘을 수놓을 거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찾아 나서며 영혼의 울림과 안식을 품은 태고의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랐다. 도시의 불빛을 거부한 채 달빛조차 없는 깊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벼웠다. 낮처럼 밝은 밤에 익숙한 도시인은 다수의 유성이 비처럼 보인다는 별똥비는커녕 별 하나의 작은 빛조차 오롯이 가슴이 품지 못하고 살아간다. 시간을 멈춰 세우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향한 마음을 한곳으로...
권은경
시간이 지났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듯멀리 있다고 잊혀 지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도눈을 감으면 보이는 이도 있다 말소리도 바람에 날아 가고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아도지우면 지울수록 생각이 나는 사람도 있다 호수에 잠긴 강물처럼구름에 가린 달빛같이물속에 잠긴 마을과 사람들 웃음소리 산꼭대기에 옮겨진 누각과 집들사람들 기억속에서도 잊혀져 가는 기억 치매노인 반복된 소리처럼수장된 기억을 꺼내는...
전재민
가을비 2025.09.02 (화)
나뭇잎 떨어진 황량한 전경속냉기로 덮어가는 거리 위에우수로 가득 찬 눈물 내려온다그리움이 묻힌 창가로하늘 향한 눈동자 앞에하염없는 쏟아짐적시고 채우며 떨어진다자욱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얼룩진 미련과 아쉬움가득 채워진 물기로말끔히 닦고 지워진다가을비의 단상 속에단풍잎은 부드럽게 충족되고흐느낌은 거름 되어무딘 거리에 계속 흩뿌린다싸늘한 일상은 촉촉해진다
김윤희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