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어느날 갑자기

김유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5-22 12:37

김유훈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2024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이다. 캐나다 생활 32년만에 정말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한국 생활 9년만에 캐나다로 돌아와서 당분간 지내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후 나와 아내는 그분들에게 “금방 거주할 곳이 없으면 호텔 대신 우리집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더니 서로 좋겠다고 하여 우리 두 가정은 7개월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살기로 하였다.

  이렇게 이야기가 된 지 보름만에 그들 부부는 밴쿠버에 도착하여 우리집으로 들어왔고 나와 아내는 부지런히 짐을 꾸려 고국행 비행기에 올라 인천공항에 도착후 그들이 살았던 덕소에 있는 아파트로 입주하였다. 이는 실로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고국 방문 때의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생활에서는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어도 잘 지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내 집에서 지내듯이 편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두 가정이 만났을 때, 서로 살아왔던 생활방법을 교환하였다. 즉, 집안과 밖의 화초와 잔디관리, 쓰레기 버리기, 시장 보기, 동네 맛집, 그리고 궁금한 것이나 편지가 오면 카톡으로 서로 알려주기 등등을 상의하고 난 후 우리 부부는 밴쿠버를 떠나왔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모든일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태어난 것, 결혼하기 위해 한 여자를 따라 다니며 몸부림 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 사업을 하다가 방향을 바꾸어 신학을 하게 된 것, 목회를 하다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된 것, 그리고 목회를 하다 트럭을 운전하는 트럭커가 된 것, 그리고 지금처럼 고국에서 이렇게 살게 된 것 등등… 은 원래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내 앞에 주어진 운명같은 길이 열려서 그 길로 걸어왔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세월, 이리 저리 널 뛰듯이 옮겨가며 살아온 세월은 마치 인생의  사다리게임과 같다고 생각되었다.

  지난해 가을까지 나는 트럭을 열심히 운전을 했고, 겨울 동안은 쉬다가 금년 3월부터 다시 트럭을 정비하고 일을 할 준비하였으며 아내는 파트타임으로 열심히 일을 하던 중 우리 부부는 예정에 없었던 “집 바꾸어 살기” 프로그램에 당첨된 주인공이 되었다.

이렇게 생활의 변화를 맞이하다 보니 지난 32년 동안을 쉬지 않고 달려 왔던 나의 캐나다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계절의 변화조차 제대로 느낄 사이도 없이 이민의 땅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정신없이 달려와야 했던 시간들, 그 젊음과 열정,그리고 땀방울까지 남김없이 쏟아야만했던 지난 날들이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기운이 다하여  휴식이 필요하지만 그런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머문 곳은 경기도 덕소 강변에 있는 아파트이다. 과거 내가 알았던 그 덕소가 아니고 아파트들이 숲처럼 둘러싸인 곳이 되었다. 강변에는 잘 정비된 산책로와 생활체육이라 하는 운동기구들도 있으며 대형 쇼핑센터까지 여러 곳이 있어 생활하기에는 매우 편리한 곳이 되었다. 이른 아침이면 나와 아내는 강변에서 산책을 하며 주변에 막 피어나는 새싹들과 아름답게 피는 꽃들을 보며 마음과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오전에 강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우리 부부가 살아온 긴긴 사연들을 나누며 후회도, 아쉬움도, 그리고 미련까지 저 강물처럼 흘려보내자고 하였다. 해가 지는 노을이 지나고 밤이 오면 강건너 불빛과 강속에 비추인 또다른 야경에 둥근달까지 반사된 모습이 너무 황홀하여 우리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였다.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집을 바꾸어 살기로 인해 오랫만에 가져보는 자유시간에는 옛 친구들을 만나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가족 친지들은 물론 필리핀에서 돌아온 아들의 식구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들과의 뜨거운 만남은 다시 올 수없는 귀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한가한 저녁시간에는 TV를 시청하였다. “나는 자연인, 한일 가왕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경기” 등등을 보면서 진정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이렇게 주어진 귀한 시간은 하늘이 나와 아내에게 준 인생의 안식년이라고 생각되어 감사하는 마음을 그분에게 전하며 오늘 하루도 시간을 아끼며 즐기려 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랙탈 2024.06.07 (금)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속칭 <버뮤다 연쇄살인>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다섯 번째 희생자 이후 불과 7주만에 발견되면서 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오늘 경찰은…” 고준호 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양손으로 뼈채 들고서 발라 먹던 고기를 잠시 내려놓고,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집어올려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연쇄살인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듣기에 고준호 씨의...
곽선영
이민자의 특징 2024.06.07 (금)
  ‘동양의 도학은 약육강식을 부도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철학은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인용한 것은 과거엔 이민을 운명, 팔자, 역마라 치부했다면 현재는 용기 있고 강한 자의 결단과 도전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의 방법은 초기엔 간호사나 재봉사 등의 기술이민이 주였다면 지금은 독립이민, 기술이민. 투자이민, 초대 이민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초기엔 전문직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민의...
이명희
나물 캐는 아낙의 시선 피하여길섶 풀숲 속숨어 핀 샛노란 민들레해를 사랑하여환한 꽃 피우고임 온기 느끼며 길가에 서 있다가흰 나비 애무하고 떠나간 뒤날개 단 홀씨 한 다발 들고초원 지나갈 바람 기다린다오! 바람이여저 멀리 하늘 끝에 계신 내 임에게로Please! send seeds beyond the cloudsto the end of the sky
김철훈
강물을 보네깊어지며 흐르는 거역 없는 몸짓을 보네하루를 다 날아온 고단한 태양을 눕히고어느 산기슭 떠나온 나뭇등걸도 함께 눕히고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나를 보네팔랑이는 잔물결들 사이로 얼핏 설핏 보네정(精) 때 묻은 부모 형제 다 두고태평양 큰물 건너오던 반세기 전 그날비단결 검은 머리 스물여섯 살 새아씨여!세월을 보네꿈, 좌절, 인내들이 들락거린 한 세월을 보네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서면서고향 떠나 멀리 또...
안봉자
세 번의 외과수술 2024.06.03 (월)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새롭게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을 산다고 했더니 어느 날 주위를 살펴보니 100세 이상 사시는 노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60세 환갑잔치를 요란하게 치르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환갑잔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100세 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료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이다. 이런저런 수술로 죽을 사람이 죽지 않고...
심현섭
감자 꽃 향기 2024.06.03 (월)
“할무니, 왜 이쁜 감자 꽃을 다 따분당께라우?” “꽃을 따내 줘야 밑이 쑥쑥 든다고 안 그러냐?”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까. 할머니를 따라 밭에 나갔다. 할머니는 밭을 한 바퀴 휘 둘러보시더니 감자 밭으로 가 감자 꽃을 따기 시작했다. 꽃은 꽃이고 밑은 밑일 텐데 어린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니 어미가 감자 꽃을 참 이뻐했느니라.” 하시더니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가? 순간 흐린 기억으로 어머니가 감자 꽃을 바라보고...
최원현
오 월 찬가 2024.06.03 (월)
상큼한 산들바람 손등 스치고 지나가면나무를 건너뛰던 다람쥐 나도 보아 달라하고 작은 무도회를 연캐나다 구스 공연 햇살도 왜 나는 안 봐주냐며무릎에 앉았다 눈으로 보아도 들리는 님의 소리처럼
전재민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