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감상평>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 분석 2

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15 08:45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다/윤동주(사실적)
 
실어다 뿌리는
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
고개를 돌리어 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바다9/정지용(감각적)
 
바다는 뿔뿔이
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흰 발톱에 찟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 쓴 해도(海圖)에
손을 싯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회동그란히 바쳐 들었다!
지구(地球)는 연(蓮)닢인 양 옴으라들고……펴고……
 
 서론- ‘바다’를 공통 소재로 쓴 두 편의 서정시를 감상해 보자. 근대시에는 고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고어란 ‘옛날에 쓰던 말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 사용되었던 언어로 현대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고어는 낯설 수 있으나 지방 사투리처럼 정겹게 읽히며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시의 소재 외에도 공통점으로 윤동주 시인과 정지영 시인은 일본 유학을 한 부농의 자식이고, 독립운동가지만 직접 활동하지 못한 죄책감을 시를 통해 드러냈다.
 
 본론- 어디선가 실어 나르는 바람이 윤동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소나무 줄기가 ‘새촘히 고개를 돌려 삐들어지고’- 바람이 부는 대로 뻗은 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침엽수가 사열한 군인의 모습이라면 바람과 햇볕에 의해 선이 자연스러운 한국의 소나무는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모습이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해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시인의 순수함이 닮았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수로 직유 했고, ‘바다는 자꾸 서러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시인의 심정을 은유했다.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시인은 바다, 강한 의지를 가슴에 담아간다.
 
 정지용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그의 시 ‘향수’는 오래전부터 국민시가 되었다. 1연과 2연 ‘바다는 뿔뿔이 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넘실대며 밀려오는 파도를 뱀에 비유한 것은 뛰어난 감각적 묘사다. ‘달어날랴고, 재잘발렀다,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생생한 움직임의 묘사며 ‘발톱에 찟긴 산호보다 붉은 생채기’- 시각적 묘사다. 5연에서 8연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이고, 주제도 담겨 있다. 시인의 도량은 바다만큼 크지만 의지가 연잎처럼 오그라들었다 활짝 폈다를 반복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흔들리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바다’라는 큰 그림으로 시인의 이상을 ‘해도’ 곧, ‘바다’로 비유했다고 본다.
 
 결론- 주관적 견해인데 윤동주가 과묵한 샌님이라면 정지용은 멋을 아는 신사다. 시어의 묘사는 성격에 비례한다. 고지식할수록 사실적 시가 되고, 낙천적일수록 감각적 시가 된다. 시어는 시인이 품고 있는 감성의 표출이다. 시의 장르에서 낭만시, 서정시, 서사시는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서정시가 감성을 품고 있다면 서사시는 의지를 드러낸다. 서정시나 서사시의 애국 충정에 편견은 없다. 단지, 정서가 다를 뿐이다. 추모시의 경우, 서정시가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을 슬픔에 젖게 한다면, 서사시는 ‘국가나 민족의 역사적 사건’을 이성적 장시로 읊어 독자들을 결집하기도 한다.
 
 시는 쓸수록 어렵다. 얕은 지식으로는 깊이 있는 시를 절대 쓸 수 없다. 견문을 넓혀 다독과 정독의 습관을 들이고 날것의 표현에 주력해야 한다. 모델이 자기의 개성을 패션쇼에서 맘껏 뽐내듯이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헉, 헉, 심장이 터질 듯 다리가 마비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의 뇌는 달리고 있는 다리, 정확히 말하면 허벅지 뒤쪽 근육, 햄스트링에 계속 더 힘을 내 달리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십여 분간 뇌와 다리가 사투를 벌인 끝에 나는 마침내 목표선을 통과 했다. 완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만족스러운 기록에 나 자신을 조용히 칭찬했다.   나는 사십 년 넘게 달리기와 함께 살아왔다. 처음에는 체력...
정효봉
Hole 2026.04.24 (금)
전혀 다른 우리의 시작에시간과 공간은 우리를 감싸안았다 지금도 사진처럼반짝이는 특별했던 순간들서서히 희미하게 사라지겠지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모든 살아있는 것은 죽는다모든 별들의 죽음이 이미 예고되었듯이 안으로 침잠하며 검게 타오른 불길은끝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평선을 그려내었다 남은 마음이라고는후 불어 날릴 재뿐이라도아주 잃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디에든어떻게든무엇으로든 존재할...
이인숙
프레이밍 효과 2026.04.23 (목)
“프레이밍 효과 ( Framing Effect )” 라는 이론이 있다. 이 프레이밍 효과란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그 사실을 어떤 틀 안에 넣어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라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액자 효과” 또는 “틀 짜기 효과” 라고도 부른다.  예를 들면 물이 절반가량 들어 있는 컵을 보고 A는 “물이 절반 밖에 없네. 다 없어지기 전에 빨리 마셔야지” 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반면 B는 “물이 아직 절반이나...
정관일
봄 길 2026.04.23 (목)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 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자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꽃은 물과 빛을 따르며최대의 축복을 사람들에게 선사한다물의 축복 빛의 축복그것은 곧 사랑이 만드는 축복이다물의 시련 물의 반란우리가 알던 이름은 유행가수처럼어느덧 사라져가고  똑같은 이름의 새얼굴이 나타났다사라진 이름의 섭리가 되듯이 꽃도 지고 또 새로운 꽃이 꽃밭에서 축복을 내린다.사람의 시련 사람의 반란.다수의 사람들은 사랑을 주는 것보다물의 반란처럼 미워하고시련을 내리는 것을...
송효상
공통의 기억 2026.04.17 (금)
2월 1일 새벽.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2시경. "아이고 이 불쌍한 것아…. " 거실에서 올라오는 울음소리. 얕게 잠이 들었나 보다. 두 아이도 거실로 모이고 그 마지막 장면을 본 아내의 말을 들었다....
예종희
그리고 싶은 그림 2026.04.16 (목)
 빗살무늬토기를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다. 누가 이 질박한 흙 그릇에 처음으로 무늬 넣을 생각을 했을까. 왜 꽃이나 새, 하늘과 구름을 그리지 않고 어슷한 줄무늬를 아로새겼을까.누군가 날카로운 뼈바늘 같은 걸로 그릇 아가리에 첫 획을 긋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감격하여 가슴이 뛴다. 그는 어쩌면 인류 최초의 추상화가였을지 모른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가 들소 그림 같은 사실화인 데 비해 신석기의 빗살무늬는...
최민자
세상은 마치      인정이 오가는 시골 장터 같지만     팔리는 것들 중      우리가 집어 드는 것은     화려한 색갈이 튀고     깨끗이 닦이고 가지런히 진열된     폼 나는 것들 중에서 고르듯     또렷해 져야 뽑히는     치열한...
조규남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