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향수”

김유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5-29 09:03

김유훈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즐대는 ~ ”으로 시작되는 이 노랫말은 정지용 시인이 100년전 일본 유학생활 중 쓴 시이다. 이 시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작곡가 김희갑에 의해 곡이 완성됨으로 인해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우리 민족에게 고향은 눈을 감아도 잊지 못하는 곳이다.
 
 우리 부모님들 세대에 6.25전쟁으로 북에서 피난 내려와서 두고온 땅을 그리워 하며 얼마나 애타게 고향노래를 불렀던가? 대부분이 가난 했던 60~70년 대에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 와서 힘들게 일할 때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고향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시절 우리 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었던 아메리카 드림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원하던 캐나다에 살게 되었어도 100년 전 정지용 시인의 노랫말이 해마다 가슴 저리게 느껴지는 것은 내 나이 탓일까? 나는 지금까지 트럭을 운전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내고 있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고국 산천, 그리고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얼굴들을 그리워 하는 노년의 이민자가 되었다.
 
 오래 전, 나의 군대 시절에 힘든 공병대 수송부 생활을 견디게 해준 힘은 내 뒤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하며 노래했던 우리 세대의 수 많은 젊은이들 중에 한명인 나는 외화벌이를 위해 중동 사막에서 땀을 흘리며 일할 때, 역시 고국에 있는 가족이 힘이 되었다.

 벌써 고국을 떠나 온지 30여 년, 아무 연고없이 맨 땅에 헤딩 하듯이 미국과 카나다에서 산전 수전 빙판전을 넘나들며 트럭을 운전하고 달려온 그 힘은 가족 이었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세계 경제대국 8위의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나이 일흔이 넘도록 일 할 수 있는 트럭커의 삶은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낮에는 마음껏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운전하고 다니지만 어두운 밤에는 하늘에 별과 둥근 달을 볼때면 더욱 고국이 그리워진다.  밤이 깊어 트럭에서 잠을 청하여 자리에 누우면 여기가 집인가? 아니 트럭이지, 하는 생각에 이르러 잠이 들게 된다. 이렇게 고향을 그리워하다 잠에 들면 그 꿈은 나를 고국에서 형제 친척을 만나 반갑게 지내는 꿈, 친구들 만나는 꿈, 혹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꿈,  등등..으로 꿈속에서 헤메이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난 후 한동안 내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이렇게 생활하는 내 모습이 애처로와 보이는지 아내가 고국방문을 해야 고칠 병이라 하며 위로해 준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고국에 돌아가서 그리운 친인척들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날들의 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나오는 경기장에 가서 마음껏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 하고 싶다. 시간이 주어지면 오래전 나의 목회지를  찾아가서 정들었던 교인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있는 곳에 방문하여 사랑스런 세 명의 손자 손녀들과 만나 마음껏 안아주고 같이 지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운전을 하며 여러가지 고국에 대한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라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다만 정지용 시인의 노랫말을 빌려 “향수”를 부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아가고~…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괜찮아 2025.09.12 (금)
“웩”달빛을 덮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미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온몸에 쏟아져 내렸다. 훅 올라오는 시큼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었다. 술에 취한 행인이 토를 한 것이다.“하하하, 할아버지, 속상하겠어요.”저만치 책방 앞 노란 벤치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에구, 이제 늙어 쓸모없게 보여서 그렇지 뭐!”처량한 신세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한 달 전 노란 벤치가 오기 전까지는 간혹...
장로사
공원 가까운 동네 2025.09.12 (금)
   B.C.(British Columbia) 주에 있는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는 21개의 크고 작은 자치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밴쿠버가 인구가 66만 정도로 제일 큰 도시고, 써리(Surrey)가 버금으로 약 57만, 버나비(Burnaby)가 약 25만으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버나비는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거의 중심 위치에 있고, 써리, 노드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리치먼드(Richmond)는 강이나 바다로 분리되어 다리를 통해서만 통행할 수 있다....
김의원
책장 앞에서 2025.09.12 (금)
사랑이 지겨워지고그리움이 옅어 질 때기다림이 말라가고미움이 아련할 때낯설게 서 있는 거울 속의 나목마른 내 영혼은 어느 우물 앞에 서 있나갈 곳 잃어 헤매는 순례자는 어느 모퉁이에 서 있나
김민관
바다 2025.09.09 (화)
넓다참 넒다하늘을 담고구름을 담고별을 품고달을 품고외딴 섬 안아주고고깃배 채워주고갈매기 춤추고고기떼들 뛰게하고그리고 그대온갖 투정모진 열화(熱禍)언제나 팔 벌리고말없이 받아주니
늘샘 임윤빈
여름 이야기 2025.09.09 (화)
우리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 딸, 그리고 나, 세 식구가  함께 할 소중한 여정이었다. 딸은 교사로서 바쁘게 지내다가  여름방학으로 얻은 자유였고, 남편은 오래전부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눈으로 꼭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음속 깊이 새겨질 추억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첫 여정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빌딩이 어깨를 나란히 한 도시의 풍경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박명숙
별 밤 2025.09.09 (화)
   여름 하늘을 수놓을 거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찾아 나서며 영혼의 울림과 안식을 품은 태고의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랐다. 도시의 불빛을 거부한 채 달빛조차 없는 깊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벼웠다. 낮처럼 밝은 밤에 익숙한 도시인은 다수의 유성이 비처럼 보인다는 별똥비는커녕 별 하나의 작은 빛조차 오롯이 가슴이 품지 못하고 살아간다. 시간을 멈춰 세우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향한 마음을 한곳으로...
권은경
시간이 지났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듯멀리 있다고 잊혀 지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도눈을 감으면 보이는 이도 있다 말소리도 바람에 날아 가고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아도지우면 지울수록 생각이 나는 사람도 있다 호수에 잠긴 강물처럼구름에 가린 달빛같이물속에 잠긴 마을과 사람들 웃음소리 산꼭대기에 옮겨진 누각과 집들사람들 기억속에서도 잊혀져 가는 기억 치매노인 반복된 소리처럼수장된 기억을 꺼내는...
전재민
가을비 2025.09.02 (화)
나뭇잎 떨어진 황량한 전경속냉기로 덮어가는 거리 위에우수로 가득 찬 눈물 내려온다그리움이 묻힌 창가로하늘 향한 눈동자 앞에하염없는 쏟아짐적시고 채우며 떨어진다자욱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얼룩진 미련과 아쉬움가득 채워진 물기로말끔히 닦고 지워진다가을비의 단상 속에단풍잎은 부드럽게 충족되고흐느낌은 거름 되어무딘 거리에 계속 흩뿌린다싸늘한 일상은 촉촉해진다
김윤희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