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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5-08 09:40

곽선영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그날 아침, 나 여사는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문득 시계를 보니, 아뿔싸, 새벽 5시였다.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30분 전에 깼어야 했다. 나 여사는 불에 덴 듯 벌떡 일어나서, 어젯밤 챙겨두었던 등산복으로 환복을 했다. 발라클라바 덕분에 엉망으로 눌린 머리와 쌩얼을 가릴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현관으로 향하는데, 거실에서 드르렁, 컥, 퓨! 하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려왔다. 남편은 오늘도 소파 위에서 자고 있었다. 드르렁 소리에 맞춰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티셔츠가 밀려 올라가자 그 아래로 두꺼운 살집이 드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나 여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나 여사는 50대 후반이었으나 언뜻 보면 30대로 보일만큼 관리에 열심이었다. 오늘 처음 산행에 참가하기로 한 인터넷카페 등산모임도 몸매관리 차원에서 가입했다. 지난 번 오프모임에서는 추파를 던지는 남자 회원들이 있었고, 거기에 나 여사가 딱히 장단을 맞춰준 건 아니었지만 내심 뿌듯한 자부심과 은근한 만족감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여자의 무기가 눈물이라고? 그것도 미모가 뒷받침 해줄 때 얘기지!) 나 여사는 걸음을 빨리했다. 너무 서두른 탓일까. 아니면 엊그제 시작한 1일1식 다이어트의 여파일까. 아파트 출입구 앞 한 칸짜리 계단 위에서 나 여사는 문득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발을 헛딛어 미끄러지고 말았다. 너무 놀라고 아파서 억 소리도 못내고 주저앉아 있는데, 갑자기 하얀 손이 눈 앞으로 불쑥 나타났다. 나 여사는 엉겁결에 그 손을 붙들고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손의 주인은 낯빛이 매우 창백한 사내였는데, 왼쪽 눈 아래 새까만 점 한 개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 외에는 인상이 흐릿했다. 검은 정장에 검은 구두, 검은 넥타이까지 온통 검은 색으로 차려입은 걸로 미뤄보아, 어디 장례식장에라도 다녀온 아파트 주민인가 싶다. “어딜 그리 바삐 가십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귓가가 아니라 나 여사의 오장육부를 울리는 것처럼 낮으면서도 깊었는데, 어쩐지 소름이 쭉 끼쳐서 나 여사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나 여사는 얼른 남자의 손을 놓고 고개만 간신히 꾸벅 숙여 보인 후 걸음을 재촉했다. 넘어질 때 부딪힌 허리가 욱신거렸는데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까닭 모를 압박감과 모양새 빠지게 낯선 남자 앞에서 자빠졌다는 수치심에 떠밀린 나 여사는 다급히 길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날 아침, 오 박사는 몹시 들떠있었다. 며칠째 논문을 만지느라 잠을 거의 못 잔 탓일 수도 있지만, 발이 바닥에 채 닿지 않고도 걸음을 내딛는 듯 붕붕 뜬 느낌이었다. 그의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의식을 가진 개체로 진화하는 데 일조할 내용이었고, 그리하여 컴퓨터 공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예정이었으며, 마침내는 인류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이름은 전설로 남겨질 것이며, 자신의 연구로 인해 인류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계적 명성과 역사적 명예 – 그 오랜 꿈의 실현이 실로 목전에 다가와 있었다. (지방대 출신이라고 날 깔봤던 박 교수랑 최 박사! 어디 두고 보자고!) 자꾸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힐 겸, 피로한 심신을 달랠 겸, 오 박사는 연구실을 나섰다. 연구소 근처 아파트촌에 새로 생긴 24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한 잔 사서, 버스로 세 정거장 가면 나오는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오 박사가 최근 애용하는 산책 루트였다. 커피값을 내고 돌아서던 오 박사는 웬 사내와 부딪히고 말았다. 커피가 사내를 향해 쏟아지거나 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뚜껑 밖으로 넘치는 바람에 오 박사는 손을 살짝 데이고 말았다. 새벽 5시,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이고, 뒤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오 박사의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오 박사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죄송합니다, 뒤에 누가 있는 줄 미처… 아니, 이렇게 바짝 서 계실 게 뭡니까. 자리가 좁은 것도 아닌데.” 냅킨으로 손을 닦다가 상대방을 쳐다본 순간, 오 박사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진저리를 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색으로 차려입은 사내가 창백한 얼굴에 무표정한 얼굴로 오 박사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는데, 그 왼쪽 눈 아래 작은 점이 오 박사는 눈에 거슬렸다. “연구소에서 오셨네요.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그 음성이 마치 온몸을 관통하는 듯이 느껴지면서 오 박사는 생소한 기분에 사로잡혔는데, 나중에 반추해 보니 그것은 공포감과 무력감이 뒤섞인 듯한 느낌이었다. 오 박사는 연구소 사원증을 신경질적으로 벗어서 주머니 속에 쑤셔 넣으면서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입니까?”라고 쏘아붙이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그날 아침, 천 과장은 너무 추워서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 머릿속으로 이내 지끈지끈 두통이 밀려들었다. 숙취였다. 창밖을 어슴푸레 밝힌 새벽빛 속, 낯익은 잿빛 천장.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15년 된 자신의 은색 소나타 뒷좌석이고, 차는 평소처럼 빌라 건물 뒷편에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결에도 어디선가 악취가 풍긴다 싶었는데 밤새 차 안에 고인 자신의 입냄새였다는 걸 깨닫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간밤의 기억이 부서진 악몽처럼 조각난 채 드문드문 떠올랐다. 삼겹살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조 부장이 눈치도 없이 2차 노래방까지 따라붙더니 기어이 막걸릿집으로 3차를 가자고 박박 우겼고, 다른 직원들이 하나씩 둘씩 요령껏 자리를 뜰 동안 천 과장은 조 부장의 주사 메들리에 발목이 잡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가, 결국 한껏 취해 막걸릿집 테이블에 엎드러진 조 부장을 댁까지 친절히 모셔다 드린 다음 (안 그랬다가는 다음날 조 부장의 뒷끝을 감당할 수 없으니), 정작 자신은 차에서 잠들어 버린 것까지 기억이 났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전신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 17통, 미확인 메시지 23개, 남은 배터리 8%, 현재 시각 새벽 5시. 지금 집에 들어가봐야 마누라한테 잔소리만 들을 터였다. 집에 고3 수험생이 있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이 시간에 드나들다가 애가 깨면 어쩔 거냐는 둥 (어쩌긴 뭘 어째, 다시 자라고 하면 되지. 애초에 고3이 잠은 왜 그렇게 많이 자?), 대체 뭐 한답시고 허구한 날 술 쳐먹고 새벽에 들어오냐는 둥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지, 누군 좋아서 이러나? 상사랑 마시는 술이 얼마나 쓴지, 집구석에서 살림하는 여자가 알아?), 이게 다 직장생활의 일부라면서 왜 월급은 쥐꼬리에 직급은 만년과장이냐는 둥 (나도 그걸 모르겠어서 괴롭다고). 주사 메들리까지는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잔소리 메들리까지 견뎌내기에 천 과장은 지금 내면상태도 내장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천 과장은 잠시 생각 끝에 회사 근처 사우나에 들렀다가 출근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참, 사우나 갈 돈은 있나? 지갑을 꺼내보니 – 그 와중에 대리비는 제대로 지불했던지 – 달랑 석 장 들었던 만 원 지폐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오천 원권 두 장과 천 원짜리 석 장, 그리고 차 콘솔박스에 넣어뒀던 동전들까지 싹 다 모으자 겨우 액수가 맞았다. 마누라가 재작년에 신용카드를 압수하더니, 지난 달에는 현금카드마저 가져가면서 일주일에 삼만 원씩 현금으로 용돈을 주겠다고 선포한 터였다. ‘버는 건 난데 관리는 왜 마누라가 하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천 과장은 부아가 치밀었다. 몸 버리고 맘 상하면서 돈은 뭐하러 버나? 쓰는 재미라도 있어야 버는 괴로움도 상쇄되지! 돈은 나만 버는데, 그걸 쓰는 건 마누라랑 딸내미잖아. 호랑이 같은 마누라는 밥도 제대로 안 챙겨주면서 툭하면 왁왁거리고, 여우 같은 딸내미는 지 엄마하고만 속살거릴 뿐 나랑은 데면데면 하고. 아, 열 받는다. 아, 살맛 안 난다. 콧김을 풍풍 내쉴 때마다 시궁창 냄새가 차 안에 번졌다. 천 과장은 심히 불쾌했다. 만사 재쳐놓고 양치부터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천 과장은 자기 머리에 꿍, 꿀밤을 먹였다. 사우나 갈 돈은 있지만 거기까지 갈 차비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걸어서 갔다가는 사우나는커녕 회사에 곧바로 가도 지각을 할 터였다. 천 과장은 마른 세수를 했다. 이 정도면 술은 얼추 깬 것 같은데… 운전을 해도 되지 않을까? 천 과장은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재작년 어버이날, 딸내미가 선물이라며 걸어줬던 곰돌이 열쇠고리가 손에 잡혔다. 천 과장은 잠시 곰돌이를 만지작거렸다. 꼬질꼬질 볼품없는 곰돌이가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천 과장은 운전석으로 옮겨 타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때였다. 똑똑. 고개를 돌리자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기척도 없이 다가와 있었다. 그가 창문을 내리라는 듯 손짓을 했다. 천 과장은 잠시 남자를 훑어보았다.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일단 경비원은 아닌 것 같았다. 경찰은 – 이런 데 나타날 리 없지만 –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순간, 남자의 왼쪽 눈 아래 까만 점이 – 물론 그럴 리 없지만 - 반짝 빛난 것 같았다. 내가 술이 덜 깼나? 천 과장은 눈을 부볐다. 그때, 폐부를 꿰뚫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만금 씨, 어딜 가시려구요.” 천 과장은 전신에 닭살이 돋는 감각을 느끼며 홱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 아침, 나 여사는 정차 중인 마을버스에 헐레벌떡 올랐다. 버스 안에는 기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까지 텅 빈 버스는 처음이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왠지 내리고 싶다는 생각과 운동하러 꼭 가야한다는 강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종이컵을 든 남성이 등장했다. 나 여사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운전석 대각선 위치의 1인석에 자리를 잡았다. 종이컵을 든 남성, 그러니까 오 박사도, 약간 기분이 묘했지만 아까 창백한 사내와의 일로 신경이 좀 곤두서 있으려니 하며, 출구 옆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버스문이 칙, 소리를 내며 닫혔다.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기사가 고개를 돌려 승객석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을신 씨. 오명성 씨.”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버스 안의 공기를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나 여사도, 오 박사도, 기사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는 데 한층 더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희다 못해 창백한 얼굴, 왼쪽 눈 아래 까만 점이 있었다. “당신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올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버스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나 여사와 오 박사는 각자의 자리에 얼어붙은 채, 도로 맞은 편에서부터 비틀거리며 질주해 오는 은색 소나타를, 경악에 찬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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