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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을 소개해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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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2-13 08:38

박광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글을 발견하였다. 이런 흔적 물들을 통해 과거를 되새김질해 본다. 실체가 없어도 있었던 현실인데도, 실체가 있어야 지난 현실이 또렷해진다.통통한 몸매와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둘째는 입력한 것에 비해 출력을 재미있게 잘한다.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놈이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저의 형 박형진입니다.
나이는 이제 9살이 되고요, 수학도 아주 잘 합니다.
면북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저를 잘 놀리고 싸우기도 잘하지만
매일 같이 재미있게 놀아요.
 
우리 아빠와 엄마입니다.
우리 아빠는 영어도 잘하시고, 독일어도 잘하세요.
저한테 장난도 잘하시고 눈썰매도 잘 타십니다. <저보다 조금은 못타시지만요>
우리 엄마는 잔소리도 많이 하시지만
내가 안마 해드리면 아주 시원하다고 하십니다.
 
우리 할머니에요.
우리 할머니는 내가 해달라고 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십니다.
매일 밤 나하고 형은 할머니 옆에서 서로 자려고 싸우지만
거의 형이 이깁니다. 내가 져주는 거지요.
 
저는 박형빈입니다.
8살이고 얼마 전에 앞니가 빠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욱 열심히 이를 닦습니다.
레고 블록 맞추기를 좋아하고, 커서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내 생각에는 나는 살을 좀 빼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내가 제일 멋지다고 하십니다.
진짜일까요?” 
 
상대방의 생각을 파악하는 듯 자신의 ‘거만한’ 여유를 보여주며, 가족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고 소개한다.  
아이 엄마는 첫째와 달리 둘째가 문자에 고정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아이가 한글을 모르네요’라며 핀잔 섞인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아이 성격의 영향인지 엄마의 교육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둘째는 첫째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측면이 있다.
둘째는 자라면서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보통 세네 살 아이들은 주사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둘째 아이는 주사를 맞고 웃고 나온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주사가 간지럽다고 말한다. 참으로 특이하다. 또 초등학교 때에는 네 살 먹은 동네 꼬마가 장난치고 귀찮게 하는데 아이 엄마가 옆에 있더란다. 그래서 물총에 오줌을 담아 쏴 주었다고 한다. 이건 나중에 중학교 때인가 말해주어서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첫째 아이가 놀리고 괴롭히고 때려도 좀처럼 짜증도 화도 내지 않는다. 늘 웃고 다니다 보니 가족 내에서도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또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고등학교까지 요일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짓도 멍청해 보이고, 유난히 빈 구석이 많아 보였다. 항상 웃고 화를 여간해서는 내지도 않고 부드럽기만 한 놈인데,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주변의 만류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다. 외유내강이랄까, 참으로 강인한 면도 있다. 12학년(고3)부터는 게임을 안 하겠다고 하더니, 11학년 2학기에 게임기를 팔아버린다. 변변한 자기 방도 없었기에, 운영하던 가게를 닫고 가져온 물건들로 어수선한 거실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한다. 방 두 칸인 집에 한 방은 형이 차지하고 게임을 하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불편한 가정형편에도 불만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한다. 또 조깅한다고 하면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나가서 달리고 온다. 대학교 입학 전에도 기숙사에 며칠 전에 들어가서 쉬었다가 학기를 시작하라고 해도, 입학 전날까지 맥도널드에서 자정 넘어까지 일을 했다. 1학년 마치고도 여름방학 학기를 수강하고 쉬었다가 가도 될 텐데, 개강 전 날까지 놀이동산(PNE)에 가서 일을 하다가 2학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덤벙덤벙해서 자기 물건들을 종종 잃어버리기도 하고, 혼나도 금방 싱글벙글 웃던 녀석이 어느덧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나이가 되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멍청하고 우둔한 것 같으면서도 자기 계획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멋지고, 때로는 배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만남은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다. 부모의 유전자를 전달했지만, 그리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부모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들과 동일하지 않은 사고와 판단력을 갖는다. 이것이 갈등만을 촉발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 헤겔의 변증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세상발전의 당연한 이치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좋은 만남과 인연으로 고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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