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 분석 감상 평

이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1-16 09:25

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멀리서 빈다 / 나태주(사실적 시)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 이장희(감각적 시)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서론-문학에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시인이 추구하는 심상도 다양하다. 시의 세계를 정의하자면 1930년부터 순수 서정시, 모더니즘, 리얼리즘이 현대시의 틀을 마련했고, 1950년대는 전쟁 시. 아방가르드. 자연시가 소개되었다. 1960년대는 세상 풍파를 고발한 시가 맥락을 이루면서 1990년대는 민중시. 생태시가 발표되었고, 2000년대 이후는 서정과 낭만을 아우르는 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가 창작의 지경을 넓히고 있다. - 참고문헌-오세영 [한국현대시사]

본론-사실적 시는 편안하게 읽히는 나태주 시를 선택했고 감각적인 시는 친밀한 이장희 시를 선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들의 심상에서 나오는 시적 표현, 즉 시어 구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나 관심을 가져 보았다.

‘꽃처럼 웃는 너 하나로 인해 세상은 눈부신 아침이 되고,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하나로 인해 세상은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간결한 귀납적 대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독자들에게 편히 다가온다. 1연과 2연은 삶의 의미에 힘을 주는 시구다. 존재감 없이 살기보다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마지막 연에 주제가 있는데 타인을 염려하는 메시지다. 나태주 시인은 대부분 쉬운 언어로 노크한다. 너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꽃과 풀잎이 되어 희망을 준다는 시구로 우리를 평안하게 해준다. 사람은 인간미가 있는 사람과 냉정한 사람이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표출된다. 성품은 타고나지만, 후천적으로 다듬어진다. 삶이 팍팍하면 남을 헤아릴 겨를이 없다. 시인이 학생들을 돌볼 때처럼 사람을 존중하는 호호 아저씨의 마음이 담긴 훈훈한 시다.

고양이를 만져 본 사람은 손끝으로 전달되는 부드러움을 안다. 고양이의 털과 꽃가루를 봄의 향기로 병치 시켰다. ‘고양이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이 시구는 공감각적 표현이다. 실제로 고양이의 눈은 요기가 있어 빨려 들어갈 정도다. 봄에 지천으로 깔린 붉은 꽃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각화를 은유로 구사했다. 어린 강아지의 눈이 경계심이 없다면 어린 고양이의 눈은 예민함이 있다. 고양이의 입술에서 봄의 졸음을 느낄 만큼 고양이들은 동적이기보다 정적이다. ‘꽃가루와 같이’ ‘금방울과 같이’‘봄의 향기가’ ‘봄의 불길이’는직유와 은유를 살린 부분이다.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시인의 은유적 시구들을 통해 시인의 감각적 세계를 알 수 있다.
시인들이 넘쳐나니 시집도 홍수를 이룬다. 대개 시인들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시의 평가를 떠나 주인이 쓴 시는 나름 귀한 시다. 의사전달만 되면 문장은 문장이고 시어는 시어다. 글을 쓸 때 평론을 이성적으로 쓴다면 수필은 감성과 이성을 교차하여 쓴다. 시는 두 개의 감성을 넘어서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시 쓰기가 어려운 일 같다. 개인적 소견인데 평론가들 치고 시를 잘 쓰는 걸 못 봤다. 분석에 몰두해서인지 사실에 강하나 감각에는 약한 것 같다. 요즘 시인들은 감성지수가 높아서인지 언어 표현이 뛰어나다. 문제는 자칫 특출 난 시어에 휘말릴 수가 있다. 감각적 묘사를 위해 인위적 시어를 쓰다 보면 주제에서 멀어지고 시어의 해석도 난감 해진다. 감각적 언어를 구사하는 건 뛰어난데 주제는 명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결론-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와 화려한 기술의 언어는 다르다. 나태주, 류시화 시집이 서점가의 단골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를 쓰기 때문이다. 글이나 시는 읽는 순간 핍진성이 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마지막 정류장 2025.10.31 (금)
해 저문 골목 어귀어느 사람의 하루가 천천히 닫힌다 생(生)을 실은 버스 한 대낯선 정류장에 멈추고모래시계의 마지막 알갱이를 따라앞좌석의 누군가가문 쪽으로 걸어 나간다 나는 여직흘러내리는 시간을 바라보며가라앉은 시간의 틈을 더듬어 본다 오래된 햇살 같은 이름 하나젖은 이불 깃에 스며든바람의 온도 창밖의 어둠 속으로사람들은 하나둘 그림자를 거두고나는 묵묵히 남은 모래알을 세고 있다 어쩌면 이 기다림은빛...
임현숙
기억의 집 2025.10.31 (금)
  가을빛 향연에 이끌려 길을 나선다.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는 단풍나무 숲을 지나 산책길 끝의 공원묘지로 향한다. 캐나다의 공원묘지는 삶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음에도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운 햇살과 잘 가꿔진 잔디와 꽃들 사이를 거닐며, 죽음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깨달음이 자연스레 스며들기 때문일 것이다.    ‘툭’ 하고 단풍잎 하나가 어깨 위로 떨어진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민정희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지만, 아이도 많고 큰 개도 키우다 보니, 우리 집은 항상 물건이 넘친다. 희한하게도 분명 자주자주 비워내고 있지만, 어느새 비워둔 그 자리에 또 다른 물건이 쌓여 있고, 채워 지고의 반복이다. 아마 나도 모르게 비우지 못하고 물건들을 붙잡고 있는 성향을 가졌을 지 모르겠다. 마침 이를 깨닫게 된 경험을 얼마 전 하게 되었다.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전의...
윤의정
나무와 나무 틈새 바위와 바위 틈새눈보라 살을 비벼 맞는 통한의 세모빙하도 꽃을 피운다 틈새를 메워가며 저문 노을의 궤적 가득 찬 산 허리에꼬장한 바람들이 뒤집는 산촌 풍경*삭(朔)지나 걸어 나오는 대비조차 멋진 달 로키는 돌아누워 내면의 싸움터에든든한 후원자로 교만을 경고한다무성한 내 안뜰 악습 온기 없이 싸늘한 이 겨울 민 낮 들어 땟국을 벗고 싶다로키여 수세 몰려 경(景)을 포기하지 마라白樺皮 흰 속살마저 틈새를 메워...
이상목
미조(迷鳥) 2025.10.24 (금)
  단영은 유미를 가졌을 때를 떠올렸다. 유미의 태몽은 강렬했다. 조류를 무서워하는 단영에게는 잊힐 수 없는 그럼 꿈이었다. 커다란 기와집 대문 중앙에 서 있던 단영은 무거운 대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작은 틈 사이를 비집고 집 안으로 들어선 건 윤기가 흐르는 까만빛의 새였다. 새는 긴 목을 똬리 틀듯 둥글게 말고 마당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까만 깃털 안에서 번뜩이는 까만 눈동자가 단영을 올려다봤다....
고현진
  한 달 여를 아주 심하게 앓았다. 대학병원의 응급실로도 들어가고, 진통제를 먹어보고 주사를 맞아 봐도 가라앉지 않는 통증은 어디선가 보았던 그림 한 폭을 떠오르게 했다. 기억 속의 그림은 빨강과 검정의 소용돌이였다. 보고만 있어도 극도의 혼돈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내 몸이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그러나 이번 내 상황은 세탁기의 탈수 통 속에서 돌아가는 빨래 마냥 그 그림 속 휘돌이 속으로 온 몸이 아닌 머리만 빨려...
최원현
비가 내린다부슬부슬 가을비 내린다손끝마다 온통 붉은 물 들이며길 위에 홀로 서 있는가슴 위로 바람이 스친다종일 어깨를 적시는 빗방울하나 둘 떨어진 잎새는말없이 젖은 흙에 스며들고한숨처럼 가슴 두드리던바람은 발 아래 흩어지는데       비가 내린다토독 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마음에 자꾸 물이 드는 건인연이 깊어지는 것일 텐데단풍잎 소리 없이 지는 건깊어지던 우리 인연 다하여그대 떠나가는 것일 텐데우수수 이별의 시간...
강은소
메주가 뜰 때 2025.10.17 (금)
둥글게 사린 몸을삶고 찧고 매달아천형(天刑)의 조화(造化)에도해 달 맞기 몇 삭(朔)인가메말라벙근 틈새로고향(故鄕) 맛이 배어간다뒷손 없는 푸대접에너절하게 달아 말려겉으론 데데해도금이 간 깊이마다베옷의먹성(性)을 담는토속(土俗)냄새 익어간다
문현주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