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말하는 속도와 세대 차

김의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9-06 11:23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말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나 설교가 있고, 서로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연이나 설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만 대화는
쌍방향이어서 서로 의견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목적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도록 전하는 것이다. 대화의 경우 상대방의 생각을 잘 못 알아듣거나
의문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강연이나 설교는 일방적 이어서 듣는 사람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 전달하는 방법이 일방적이건 쌍방향이건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속도와 말하는 이가 쓰는 어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속세를 떠나 은둔 생활하지 않는 한 대화 없이 살 순 없다. 아무 부담 없이 자유스러운 대화를
하는가 하면, 너무 신경을 쓰게 되어 부담이 되는 대화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말의 속도가
빠르면 우선 바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고, 사용하는 어휘나 억양이 공격적이면 더더욱
부담스러워서 가능하면 그런 대화는 피하게 된다. 말이 술술 나와 달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말을 금방 하지 못하고 더듬는 사람도 있다. 말로서 상대편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변가나
설교자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것이 어눌해서 상대편 설득은커녕 전하고자 하는 뜻을 애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말을 유난히 빨리하는 사람 또는 너무 느리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대화하는데 다소 부담이
된다. 특히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재차 묻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묻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반복되면 즐거운 대화가 될 수 없다. 특히 대화가 아닌
강연 같은 경우 강연자의 말하는 속도에 의해 몇 단어가 이해가 안 되거나 못 알아들으면
청강자로서는 거의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하는 데 불편을 느끼거나 강연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과의 대화나 강연을 가능하면 피하게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달변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웅변가도 아니고, 말을 빠르게 하는 편도
아니고 느리다고도 할 수 없는 그저 보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친구들이나
만나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보통 속도로 대화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나
스스로가 말하는 속도는 느려지고, 청력은 예전 같지 않아 어휘를 놓치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반세기 전에 캐나다에 유학하러 와서 공부하는 동안 거의 한인과 접촉 없이 지냈고, 졸업 후
직장을 가진 후에도 일에 매달려 바쁘게 지내느라 한인과의 교류는 거의 없이 지냈다. 다만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에 참석했지만,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서 한글 가르치는 교사
임무를 맡아 주로 아이들과 지냈다. 교회나 한인회 행사가 있을 때 시간이 되면 참석했고
개인적인 교류는 거의 없이 지냈다. 따라서 한국말 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한국어로 된 책이나
신문 기사도 읽은 기억이 없다. 캐나다 생활 6년째에 결혼하게 되어 그때부터 집사람과 한국말을
늘 사용하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교회와 한인회를 통한 한인 들과의 교제가 이뤄지면서
한글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직장 일에 매달려 있었기에 한국말로 된 책이나 신문
방송 같은 매체는 거의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그 외에 한인들과 만나는 기회는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과학자들의 모임 (The Association of Korean-Canadian Scientist and Engineers
(https://www.akcse.ca/index.php)에 1년에 한 두 차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였다. 
 
   은퇴 후 직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가끔 만났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락이 끊기게 되어
자연히 생활 패턴이 한국 사람 위주로 바뀌게 되었다. 교회 활동이 중심을 이루었고, 고등 또는
대학 동문회 모임으로 한국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다. 소위 말하는 공돌이로 일생을
살아온지라 문학에 문외한인 필자가 지인의 소개로 이곳 밴쿠버에서 매년 제공되는 “한국 문예
창작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2017년) 캐나다 한국 문인협회 (Korean Writers Association of
Canada (https://m.cafe.daum.net/KWA-CANADA)회원이 되었다. 늦게나마 문학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여러 가지 문학 장르 (genre)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수필 장르가 내가 도전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거나 부담 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은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이다. 영어권에서 반세기를 살다 보니 못 알아듣는 한국말
어휘가 너무나 많다. 요사이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시나 수필을 읽다 보면 순
한국말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야 만 이해가 된다. 이 점은 영어도 마찬가지다. 말을
알아 알아듣는 능력은 개인이 구사할 수 있는 어휘로 결정된다. 어휘를 못 알아들으면 소 귀에 경
읽기다.
 
  나이가 들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일상에서 모든 것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4, 5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첨단 과학기술과 첨단 소재의 개발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정보사회를 지나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응용이 창출됐고, 그에 따른 엄청난 양의 신조어, 속어, 은어가 태어났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대화는 속도도 빠르지만, 신조어와 줄임 말을 많이 써서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나이가 드니 말 속도도 느려지고, 청력이 감소하니 알던 어휘도 알아듣기가 어렵다.
아들딸들과 대화하면 그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부담스럽게 느낄까? 나 자신이 못 알아듣기에
대화를 피하는 것처럼 그들도 피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마음이 편해지려면 말이 통하는
동년배끼리 어울리게 되고, 이 점이 세대 차를 이루는 요인이 아닌가 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동쪽의 거리 2026.01.23 (금)
독도가 앞서 밝아올 때울릉도의 등줄기인왕산의 오래된 벽봉황산의 그림자남한산성의 돌땅끝마을의 끝내 닿지 않는 손성산일출봉새천년 해안 샛바람길의 비린 새벽정동진. 호미곶사람들은산과 바다도시의 모서리마다각자의 동쪽을 세운다나는이름 하나 들고서 있었다간절곶아주 오래전간절함이 먼저 와우리 사이에 서 있었고말은해보다 늦었다빛이 오기 전 오빠는부르지 않아도 이미동쪽에 있었다가장 얇은 그 새벽나에게 동쪽은한 사람...
김회자
한글은 계시였다 2026.01.23 (금)
세계가 한국을 바라본다. Kpop의 박동, 드라마의 서사, 영화의 감정, 음식의 향기까지. 그러나 그 모든 ‘K’의 중심에는 조용히 빛나는 한글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오래 살고 나서야 비로소 깊이 깨닫는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도, 기술적 발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정신이 글자의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타난 계시였다.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군의 건국 이념에서 시작된다. 홍익인간—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 네 글자는 한 나라의 뿌리가...
심정석
 제목은 거창하게 대화의 기술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대화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느낀 점들을 개인적으로 피력해 보고자 한다.  사람이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싶고 이런저런 상담도 하고 싶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과는 말을 섞기도 꺼려진다. 남의 말을...
이현재
태풍 2026.01.23 (금)
난 바다 어디쯤외눈박이 눈을 하고달려오는 바람 하나거침없는 생이 부럽다 나 그렇게뜨겁게 산 적이 있었던가그렇게 겁 없이사랑한 적 있었던가 젖은 머리 풀고 질주하는구름기둥 끝에 매달려짧고 굵게 살다 죽는비결 한 수배워야 할까 보다
정금자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