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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au Lodge (고원 별장) in Hoover Lake, 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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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8-29 08:47

김혜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하)

  이곳에 있는 동안은 온통 소리에 민감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과 귀를 열어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때 붉은 깃털이 너무도 예쁜 붉은 날개 검은 새 (Red- winged blackbird)
하루에도 몇 번 씩 방문하여 작은 배를 채우며 먹는 거에 진심인 귀여운 다람쥐 (Squarrel)
네 마리가 날아와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한 마리 씩 차례로 먹고 날아가는 질서 정연한 회색 어치 (Canada Jay / Gray Jay / Whisky Jack) 터키 옥색의 가느다랗고 예쁜 실잠자리 (Damsel fly) 밤에 들리던 늑대 울음소리 (Wolf howling) 목청 껏 아침을 깨우는 고함 소리의 주인공, 아비 새 (Loons) 쏟아질 듯 수많은 눈부시게 빛나던 별들 (Milkyway galaxy night sky)

둘째 날 오후, 브라이언 아저씨와 코리는 밴쿠버로 돌아갔다.
어릴 적 네 다섯 살 때부터 이곳 캐빈을 찾았다는 Travis가 부인 Tiffany와 딸, 아들 그리고 사냥 개 Boon까지 데리고 저녁 무렵 도착했다. 브라이언 아저씨의 캐빈에는 냉장고, 냉동고 그리고 일 년 이상은 너끈히 먹을 온갖 종류의 마른 식 자재가 캐비닛 마다 그득했다. 매해 헬기로 이송해온 식료품들이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저녁을 준비해야 하기에 새로운 방문객을 위해 넉넉하게 파스타와 치킨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브라이언의 벙커에 차곡차곡 쌓인 맥주와 팝 와인도 곁들여졌다. 사냥과 보안 요원의 사격 훈련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Travis는 장신의 체격과는 다르게 소식하는 가족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자연스레 아들과 딸이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아이들과 부인도 참 순하고 수더분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8개월 가량 된 Boon은 이름도 못 들어 본 귀한 사냥 개 품종으로 미국에서 입양해 왔다 한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주로 생고기를 먹이는데  이번 여행에는 물에 타 먹이는 고기 사료 큰 백을 챙겨왔다. 가족은 먹는 거에 건성인 반면 Boon은 세 끼를 정성으로 챙겨 먹이는 게 신기했다. 녀석은 아직 천방지축 날뛰는 강아지라 아침 인사로 나에게 키스 폭탄을 퍼부었다. 녀석에게 정이 갔다.


셋째 날, 노 젓기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이 없었기에 함께 낚시를 가고 싶었지만 그런 나의 욕심을 내려놓았다. 이들 가족도 2년 만이라는 데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리라. 사실 하룻밤 더 자고 싶었다. 후버호에서 느긋하게 수영도 즐기며….
브라이언 아저씨의 방명록에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글을 쓰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덱 (Deck)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다람쥐와 회색어치, 새들의 온갖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2시 경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Travis와 그의 아들, Fin이 함께 가줬다. 노를 저어 호수 반대편 언저리 가운데 쯤 배를 묶어 두었다. 남편과 나는 오렌지색과 파란색의 리본을 찾아 트레일을 오르려 했는데 고맙게도 우리 짐을 나눠서 지고 파킹장까지 앞장서 동행해줬다. 가는 도중에 곳곳에 멈춰 서며 이 회색 배설물은 늑대나 코요테의 것이고, 저 발자국은 사슴이 이쪽으로 지나간 것이고, 저쪽 풀들이 이렇게 눕혀져 있는 건 짐승이 남긴 흔적이라고….
참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의 야생 동물과 온갖 새들 과도 교류하는 모습을 어려서 부터 자녀에게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잠깐 나눈 대화를 통해 아들 Fin은 11살인데 벌써 경비행기 레슨을 받고 있고 커서 여객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이 있었다. 캐빈에서도 드론을 날리며 가족들의 즐거운 한때를 동영상에 담고 있었다. 아들과 딸 둘 이서 노를 저어 호수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이들은 참 행운아 들이다. 자연 가운데에서 자연과 더불어 한 몸처럼 숨 쉬며 자연과 동화 되어 사는 걸 어려서 부터 보고 배우며 자랄 수 있기에…
돌아오는 길에 야생 소 떼 들을 보았다. 천천히 뒤따라가는 우리 차를 의식해서 인지 빨리 길을 내주려 뛰어가며 우리를 배려해주는 그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2박 3일의 짧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을 선사해 준 다정하고 친절한 옆집 아저씨 브라이언 (B.E.A.)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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