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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2 Peak Gondola Whis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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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9-20 15:34

김혜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 스시 식당의 단골인 스키강사, ‘하얀눈’님이 몇 달 전에 건네 준 넉 장의 픽투픽 (Peak 2 Peak) 1일 관광 티켓, 온 가족 바람 쐴 겸 다녀오라던 따뜻하고 고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떠나기 바로 직전, 거짓말처럼 휘슬러지역이 갑자기 전면 폐쇄되었다. 급작스러운 코비드 19 확진자의 확산으로 원천 봉쇄된 것이었다. 그래서 못 떠났다. 그간 단골손님이 건네 준 고마운 티켓들은 우리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날짜가 지나 무용지물이 되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가리라, 또 내가 나서야만 했다. 운전대 잡고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역마살 장난 아닌 남편이 막상 여행 가자니 주춤 뒤로 뺀다. 롱 위캔드라 이틀을 쉬어도, 장사 준비를 그 전날부터 해야 한다. 하루 여행일지라도 다녀와서 준비하려면 좀 버겁다. 주중에 장사하느라 바빠서 미처 못 만든 시간 걸리는 여러 가지 소스가 언제나 일거리 목록의 중심이다. 그래도 남편이 힘들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그래, 가자.”라고 동의한 건 지난 여름휴가를 살짝 우리 부부만 다녀와서 아이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이리라.

 2021년 여름의 끄트머리, ‘노동자의 날’ 휴일에 어렵사리 결단하고 나선 우리 가족의 당일치기 여행코스는 북미 최고의 스키 리조트, 휘슬러 블랙콤이다. 하얀 뭉게구름, 파란 하늘과 윤슬로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산맥이 어우러져 만나는 꼬불꼬불한 해안도로 Sea to Sky를 달리면 언제나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살고 싶은 바닷가 예쁜 동네, Furry Creek을 지나고, 기암절벽이 멋있는 Squamish을 내달렸다. 오늘따라 날씨가 잔뜩 구겨진 얼굴처럼 어두워서 걱정했는데 잿빛 구름을 헤집고 나온 따스한 햇볕 한자락이 그리 고맙고 반가울 줄이야. 이렇게 떠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30여 년 전, 내 생애 처음 가봤던 스키장은 Blue Mountain Resort이다. 대만 유학생 친구들과 어울려 뭣 모르고 따라나섰던 그곳.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온 내가 한 번도 스키 타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의아해하던 눈빛이 지금도 기억난다. 걱정 말라며, 금방 배워서 타면 된다던 그 친구들 말만 순진한 나는 믿었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그 아찔한 경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걸음마 몇 걸음 겨우 가르쳐주고, 마라톤을 뛰라는 것과 진배없었다. 더구나 나의 둔한 운동신경 탓에 그 상황이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는 도저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긴급 구조대원 3명이 트라이앵글로 이끄는 썰매에 죽은 듯이 누워서 내려왔던 기막히게 웃기고 슬픈 흑역사가 있다. 그래서 내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던 북미 최고의 스키 리조트, 휘슬러 블랙콤, 가는 여름의 마지막 연휴를 아쉬워하며 즐기려는 인파 속에 우리 가족이 있었다.

 픽투픽(Peak 2 Peak)은 북서쪽의 휘슬러 산과 동북쪽의 블랙콤 산. 나란히 있는 두 산의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연결된 세계 최고 높이, 지상으로부터 436미터의 곤돌라이다. 단 4개의 타워만으로 곤돌라 케이블을 연결하는 신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세워졌고, 비용은 캐나다 달러로 51 밀리온 달러가 들었다.
휘슬러와 블랙콤 정상 사이의 4.4km 구간을 초당 7.7m의 빠른 속도로 단 11분 만에 이동하는 픽투픽 곤돌라 덕에 두 산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총 28대의 곤돌라가 매 49초 간격으로 운행되며, 한 대당 최대 2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중간에 비닐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두 가족 정도 탑승할 수 있었다.
총 28대의 곤돌라 중 대부분은 빨간색이고, 15분마다 오는 두 대의 은색과 특별한 인디언 곰 문양이 그려진 파란색의 곤돌라는 유리 바닥 아래로 휘슬러의 장엄한 산세와 빌리지, 산, 강과 댐, 빙하 등의 절경을 편안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운이 따른다면 가끔 곰과 고산 동물 (Alpine Fauna)의 일종인 마못 (Hoary Marmot)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전에 보았던 마못보다 훨씬 커다란 녀석들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곤돌라를 타는 동안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이 핏츠 시몬스 크릭 (Fitzsimmons Creek)이다. 해안 산맥인 가리발디 산맥의 핏츠 시몬스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큰 개울을 이루며 길게 흐른다. 개울의 끝자락엔 작은 댐도 보인다. 빙하가 흘러내린 물은 비취색으로 참 곱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 억 년 전, 용암이 흘러 암석이 된 집합체가 퇴적물 층을 형성하고 압축되면서 현재의 휘슬러 산의 일부를 형성했다고 한다.
신이 빚어낸 장엄한 두 산과 인간이 구축한 경이로운 픽투픽 곤돌라의 조합은 가히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로 부족함이 없었다.

 매일 똑같은 단순 노동으로 찌든 일상에 지치고 무뎌진 나.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 잠자던 감성을 깨우는 신의 장엄한 걸작. 실제 내 두 눈으로 절경을 마주하고 보니 아등바등 사는 우리네 인생이 한없이 덧없게만 느껴졌다. 대자연 앞에 먼지만 한 작은 일에 우리는 얼마나 연연하며 사는지.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에 실려 온 보랏빛 야생화의 향기를 깊이 느껴본다. 살아 숨 쉬는 이 순간 ,쉼 없이 벌떡이는 나의 심장에 감사하며, 오늘 나는 겸손히 낮아지는 자세를 배운다.

 가을의 문턱을 돌면 이제 곧 겨울 천국으로 붐빌 별천지, 휘슬러 블랙콤 스키 리조트.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여름엔 맘껏 소리 지르며 짚트랙을 타고 싶고,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하이킹도 즐기고 싶다. 겨울에는 설상차로 윈터 헤븐을 내달리며 맘껏 탐험도 하고 싶다. 삶이 뭐 별건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즐기고 사는 인생이 최고가 아닐는지. Gondola가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라는 뜻이란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길에 두려움을 느끼기보단 우리네 인생길이 이끄는 대로 흔들리며 이리저리 쏠리다 다다른 곳이 어느 곳이든 각자의 천국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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