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에필로그: 광풍루에 아직도 달은 밝은가?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9-16 17:17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6 ·최종회)
여하튼 좋다 정희량은 역적으로 사책에 기록되고 또 이것이 앞으로 시정되는 일은 아마 없지 싶다.
1728년 무신란이 일어난후  거의 300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안의군이라는 행정 단위가  두쪽으로 쪼개져 함양이나 거창으로 영원히  붙어버린지 정확히 100년이 흘렀다. 그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안의라는  고장은 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이제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6·25 전쟁통에 그것도 적군이 아닌 아군들의 손에 의해, 중들이 하도 많아 용추에서 쌀씻은 물이 얼마나 많이 흘러내렸는지 광풍루앞 금호강 물이 흐려질 정도라는 해인사에 버금가던 용추의 장수사도 그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던 일주문만 덩그러니 남고 모두 잿더미로 화하고, 350년 전에 축조된 웅장한 조선 중기의 목조 건물인 안의 객사도 우리가 안의 초교를 다니던 1960년 1월에 의문의 화재로 소실되어 흔적마저 찾을 길이 없고, 또 연전엔 조선 정자 문화의 백미 건축물인 그 이름도 멋갈스런 농월정도 어떤 몹쓸 손목아지에 의해 고의 방화되어 스러졌고, 앞으로  이를  복원한다고 하나,옛 맛이 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듣자하니 안의의 간판 건물인 광풍루도 도로확장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해체되어 이건한다 하고...이 모두가 우리 안의 사람들의 자부심과 기를 꺾어놓는 일이 야금 야금  일어난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이런 일련의 불상사를 세월의 흐름에 따른 단순한 물리적 손실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생각을 바꾸어 안의군이라는 지역사회, 그 행정 단위가 지금까지 존속했더라면, 위에서 열기한 잃어버린 우리의 문화재들이 지금까지 존속되고도 남았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함양이 상림을 공원화하고 각종 함양고유의 문화재를 재단장하며, 거창이 일제때 수해로 없어진 이술원의 혼령이 깃들었다던 침류정을 복원하는 등 그들 고유의 문화재를 중건하고, 옛 우리 땅 위천 수승대와 원학동 일대를 양반골로 관광자원화 하는 등의 사업을 지켜 볼 때 못내 서러워 아니할 안의 사람이 그 누가 있을 것인가?

겨우 안의에 신경쓴 것이란 황암사, 황석산성 복원이 고작이다. 나는 이러한 물리적 손실만 억울하다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안의 땅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모두 고향을 떠나 객지 사람들이 되어 앞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사람 고갈의 문제이다. 안의는 사람들이, 그리고 될성부런 인물들이  자꾸만 빠져나가는  지난 40년 동안의 인재유실(brain drain)현상이 더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은 안의를 어떻게 기억할지, 아니 기억은 커녕  깡촌으로 매도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다행히 여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나라는 망해도 산하는 그대로 있다'(國破山河在)라는 '춘망'(春望)이라는 제목의 천고절창(千古絶唱)을 두보(杜甫)가 안록산의 난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성당(盛唐)의 수도 장안성(지금의 시안)을 보고 지은  오언율시의 첫 구절을 노래하자!


안의라는 옛 고을의 영화는  사라져도 산하는 그대로 있지 않은가 !
금호강 맑은 물, 화림동의 저  넓은 너럭 바위 반석위에 흐르고,
기백산, 황석산 차아한 봉우리 구름속에 여전히 높아 있지 아니한가
그리고 광풍루가 다시 새 둥지에 그 멋스런 웅자를 드러내면
달빛 교교히 흐르는 달밤에 우리들의 잃어버린 전설을 노래할 것이다.
정희량이 여기를 올라  천하를 굽어보던 광풍루엔 아직도 그의 체취가
남아 있을 테니까!


이제 지난 9월 초에 우연히 시작한 정희량의 이야기 붓을 놓으려 한다.
선산을 등지고 이역만리 캐나다에 40년째 살고 있는 타향살이 하는 주제에 감히 안의 고향이야기를 한다는게  참으로 참람하고 주제넘은 짓이긴 하나, 아직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하나 만큼은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동창님들과 못지 않다고 감히 자부하니 널리 혜량하실 줄 믿는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의 집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로 관련 자료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기록, 각종 향토사,족보, 문집 등등, 집필에 필요한  참고 전적이 자유자재로 원문 열람이 가능했던 인터넷 파워 정말 뼈저리게 실감하여,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줍지 않은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며 질정을 아끼지 않은 동창 제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글을 허락해 준 우리들만의 영원한 쉼터 '안의골 4817 카페'와 카페지기 소하 정재희 동창에게도 심심한 사의를 표하면서......


서력  2013년 12월 31일 그믐날  400년전  임란시 황석산성에서 순국한  동래 정문  행촌(杏村) 정유문(鄭惟文)의 13대  직후손 정봉석은 이역만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붓을 놓는다.(끝)



<▲ 안의의 심볼 광풍루의 우람한 자태 정면 5칸,측면 두칸 난간의 지주는 모두 64개 음양 오행 64괘를 상진하는 기묘한 숫자적 결합이다 그냥 막지은 건물이 아니다. 이 건물은 정희량이 난을 일으키던 그 당시에도 서 있던 유일한 증인인 셈이다. 그는 아마 여기에 올라가 술도 마시고 개혁의 의지를 불태우는 혁명을 구상했던 것일까 >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지구의 미니어처 속으로 들어가다”
밴쿠버 다운타운은 때로 지구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3.75 제곱킬로미터의 작은 공간 안에,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6 ·최종회)
여하튼 좋다 정희량은 역적으로 사책에 기록되고 또 이것이 앞으로 시정되는 일은 아마 없지 싶다. 1728년 무신란이 일어난후  거의 300년이 다 되어간다.그리고 안의군이라는 행정...
이번주 볼거리&놀거리 19
밴쿠버는 때때로 “꽤나 심심한 곳”으로 낙인찍힌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비교적 시끌벅적한 삶을 살았던 이들이 주로 이런 평가를 내린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따분한”...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5)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정희량의 경우도 이러한 향토 정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숭명사대주의(崇明事大主義)에 쩔어빠진 모순도 부족하여, 그들만의 부귀영화를 위해 옳은 소릴...
의사들... 수면 시간 챙겨서 건강 무리 없게교사... 일과표 만들어 규칙적 생활, 고학년은 온라인 학점이수학원장... 파업 중 오전 특별 프로그램 진행, 시험 대비BC주 공립학교 파업이...
써리 석세스 장기연의 한눈에 쏙 들어오는 시민권 길라잡이-3
“연방 정부, 주정부 구별 못한다면…”●시민권 시험 (필기시험 및구두심사)18세 – 54세 성인 대상-필기시험(written test)은 “Discover Canada” 책으로 준비하되 내용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제33회 밴쿠버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초청작
밴쿠버 최대 영화 축제가 열린다. 9월 25일부터 10월 10일까지 밴쿠버 일대에서 보름 동안 치러지는 제33회 밴쿠버국제영화제(VIFF)는 풍성한 영화축제다. 영화팬들이 세계 65개국 353편의...
이번주 볼거리&놀거리 18
길어도 너무 긴 방학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 밖을 빠져나갔던 아이들조차 이제는 수업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눈치다. 교사들의 파업, 그 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도 집에...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4)
한마디로 무신란 이후의 안의골은 영남의 '광주'였다. 아니 광주도 안의만큼 괄시받고, 고통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호남의 광주가, 아무리 전라도 사람들이 차별대우 운운하며...
써리 석세스 장기연의 한눈에 쏙 들어오는 시민권 길라잡이-2
밴쿠버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시민권 신청.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본보는 써리 석세스 한인 정착 담당인 장기연씨와...
‘범죄 예방·대처는 이렇게 하세요’… 버나비 연방경찰 세미나
누군가 사업장 주위를 돌며 안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면? 스프레이로 누군가 벽에 낙서하고 있다면? 낯선 사람이 다가와 돈을 요구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대처할 수...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3)
정가놈을 잡을 때 함양의 금군 장교 박정신(朴挺身)또한 죽을 힘을 다해 힘을 합쳐 잡았는데, 정빈주는 총도 있고 칼도 있으므로 도적의 무리를 죽여 없앨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으나,...
여름의 끝, 나는 “초록의나라”로 간다
레이버데이 연휴다. 모처럼 만끽하게 될 3일 동안의 휴식, 뭔가 밖으로 싸돌아다닐 일을 꾸미지 않으면 손해보는 느낌이다. 밴쿠버의 이번 여름도 9월과 함께 자연스레 끝날테고, 그러기에...
메트로밴쿠버 시별로 거주자가 알아둘 주요 소식을 전달합니다. 정리: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곰이 쓰레기통을 자주 훼손한다면?수거 전, 수거 후 지켜야할 사항가을 메트로밴쿠버는...
밴쿠버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시민권 신청.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본보는 써리 석세스 한인 정착 담당인 장기연씨와...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2)
물론 이런 공신전은 대대로 세습이 가능하고 면세의 특전을 갖는다. 이런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바로 역적으로 몰린 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노적’(奴籍)의 절차에 의해...
[버나비]경찰 불법 무기고 적발, 관련 용의자 18명 체포버나비 연방경찰과 뉴웨스트민스터 시경이 공조를 통해 불법 무기고를 적발했다. 버나비 연방경찰과 뉴웨스트민스터 시경은 14일...
[노스밴쿠버]"벌써 20년…" 밴쿠버 실종 부부 미스터리1994년 8월 11일, 밴쿠버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 저녁 외식을 나섰던 부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부는 살았던 집과 차를 그대로 남겨둔 채...
“제 13회 한인문화의 날”
밴쿠버에 살다 보면 날씨와 관련된 “속설” 하나를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8월 만월이 뜬 다음주에는 늘 비가 오곤 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하나의 믿음처럼 굳어버린 이 이야기는, 과학적...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21)
사랑의 배신이나,친구의 배신이나,부하의 배신이나,그 순간에 임하는 배신의 느낌은 '화'하다.심순애에게 배신당한 이수일의 느낌이나, 믿었던 심복 브루투스(Brutus)에게 배신 당한 유리...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