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18·서울체고3)가 또 한국 수영계를 흥분시켰다.
16일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황선우는 1분44초96으로 1위를 했다. 작년 11월 19일 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주니어 세계기록(1분45초92)을 세웠던 그는 6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을 0.96초 줄이는 역영을 했다.
FINA(국제수영연맹)는 2014년부터 만 18세 이하 남녀 선수들을 대상으로 주니어 세계기록을 집계하고 있다. 열여덟 번째 생일(21일)을 앞둔 황선우는 박태환이 21세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작성했던 한국기록(1분44초80)에도 0.16초 차이로 접근했다.
◇전성기 박태환 같은 스피드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예선 전체 1위(1분47초50) 자격으로 결선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출발 신호를 듣고 몸을 움직이기까지는 0.62초가 걸렸다. 11년 전 박태환의 한국신기록 당시 출발 반응 시간(0.67초)보다 빨랐다. 황선우는 중반까지 놀라운 스피드를 선보였다. 50m(24초34)와 100m(50초74) 통과 시간이 박태환의 한국기록 페이스(50m 24초78, 100m 51초39)를 앞섰을 정도였다.
하지만 황선우는 100~150m(27초38)에서 약간 손해를 봤다. 경험이 부족한 그는 이 구간의 레이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대표팀 훈련을 통해 이런 약점을 다듬었는데, 아직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그의 마지막 50m(26초84)는 스퍼트가 강하기로 이름난 박태환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황선우는 경기 후 “전체적으로 레이스가 괜찮아 좋은 기록이 나오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1분44초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전광판을 확인하고 너무 놀라고 기뻤다. 올림픽 메달이 꿈이 아님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황선우의 1분44초96은 쑨양(중국)이 2017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썼던 아시아 기록(1분44초39)에 0.57초 뒤진다. 쑨양의 2019 광주 세계선수권 금메달 기록(1분44초93)엔 0.03초 모자랄 뿐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수영 스타 쑨양은 도핑 규정 위반(혈액 샘플 훼손) 혐의로 지난 2월 자격정지 8년 징계를 받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 “이제 메달 싸움만 남았다”
황선우는 2020~2021년 통합 자유형 200m 세계랭킹 4위로 올라섰다. 2019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덩컨 스콧(영국)과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를 비롯해 톰 딘(영국) 등이 지난달 자국 선수권에서 1분44초대 중반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치고 나왔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1년 연기된 올림픽을 대비해 기량을 끌어올렸다는 점이 돋보인다.
성장 속도만 따지면 황선우가 이들을 능가한다. 이정훈 국가대표팀 감독은 “오늘 1분45초대 초반을 생각했다. 이제는 메달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우의 몸 상태는 전날 자유형 100m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48초04의 한국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작년 11월 대표선발전에서 48초25로 골인하며 박태환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48초42)을 깼는데, 이번에 다시 0.21초를 앞당겼다. 황선우는 인스타그램에 “손톱 조금만 더 기를걸”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터치 패드를 약간만 빨리 찍었더라면 47초대 진입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2020~2021 시즌 통합 100m 세계 랭킹은 7위. “일주일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는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47초대 진입과 함께 결선 진출을 노린다. 황선우는 “스타트, 턴, 돌핀킥 등 모든 기술을 다 발전시켜 기록을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올림픽에서 다 보여주고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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