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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1-17 11:45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당기는 대로 술술 풀려 나오는 너는
만드는 데 얼마나 공이 드는지
생각조차 안 하게 한다
 
사기만 하면 마음껏 쓸 수 있는 너는
얼마나 자원을 버리는지
짐작조차 안 하게 한다
 
누군가의 땀과 시간이
베어진 나무와 물과 에너지를 만나야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지불할 돈만 있다면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는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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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2023.12.27 (수)
달걀에는 생명이 있었다어미 닭이 품으면 어김없이삐악삐악하며 뛰노는노란 병아리가 나왔다 닭은 이제 알을 품을 자유도 권리도 없다그저 달걀을 낳아야 할 뿐이고모이를 준 대가로 주인은달걀을 모조리 빼앗는다 품어도 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 알을닭은 하루에 두 번 온 힘을 쏟아 빚어낸다닭은 자기가 낳은 그 많은 알이어디서 무엇이 되는지 모른다 새 둥지까지 기어올라 새알을 훔치는 뱀사뿐사뿐 다가가 새를 덮치는 고양이도...
송무석
보 물 2023.06.28 (수)
눈이 절로 문을 여는 환한 아침 햇살,애써 찾지 않아도 상쾌한 공기,걸러내지 않아도 깨끗한 물은금은보석처럼 모으지 않아도 되는생명의 보물이네 값을 치르고 사는데익숙해진 우리는비싸야 보물인지 알지만진정 세상에 귀한 것은값이 없네 아이의 웃음처럼엄마의 사랑처럼아빠의 책임처럼힘없는 생명에 닿은 당신의 손길처럼행복과 보람으로만 알 수 있네 지금 곁에 있어꼭 필요한가 얼마나 소중한가모르는 것들이실은 우리에게...
송무석
플랜 75 2023.03.13 (월)
중앙일보 이영희 도쿄 특파원이 쓴 "75세인가요, 죽는 게 어때요?" 초고령사회 日 뼈 때린 영화 [도쿄B화]란 기사는 그냥 한 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충격적이다.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PLAN 75)이 국회를 통과해’ 노인이 죽기를 원한다고 국가에 신청하면 국가가 죽도록 해주는 제도를 설정하고 영화는 전개된다고 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국가는 10만 엔의 위로금을 주고, 담당 공무원이 직접...
송무석
양탄자 2 2022.12.27 (화)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어,살아간다는 것은풀어 다시 짤 수 없는양탄자를 만드는 과정임을깨달은 것은 미리 계획하지 못했지만선택한 일 하나하나떠밀려 하게 된 하나하나빠짐없이 무늬가 되고 간격도 같지 않고짜놓은 크기조차저마다 다르지만그게 우리의 삶이기에 마침내 베틀에서일어설 때흡족한 미소를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
송무석
지붕 2022.06.28 (화)
태양의 고문도우박의 뭇매도묵묵히 견뎌내는지붕은장화도 소용없는눈의 무게도용케 버티지만기둥은 지붕을 업고주춧돌은 기둥을 받들고땅은 이 모두를 지탱하니지붕은혼자 인고하지 않듯이내게도기둥이, 주춧돌이그리고, 땅이 있을 텐데
송무석
휴지 2022.01.17 (월)
당기는 대로 술술 풀려 나오는 너는만드는 데 얼마나 공이 드는지생각조차 안 하게 한다 사기만 하면 마음껏 쓸 수 있는 너는얼마나 자원을 버리는지짐작조차 안 하게 한다 누군가의 땀과 시간이베어진 나무와 물과 에너지를 만나야세상에 나올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지불할 돈만 있다면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는 세상도
송무석
2021.08.03 (화)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 안에는어떤 신비로운 자가 있는 걸까보이지 않는 그 특별한 자로우리는 모든 걸 재단한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거나잘라서 죽이지는 않아도우리의 자는 무자비하다 우리는 자만을 믿고세상 만물을 탐탁한 것과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눈다 스스로 크기를 바꾸는요술의 자를 들고서내 편과 네 편을 가른다 우리의 자는목숨을 지키는 수호자에서분열을 만드는...
송무석
꿈을 깨면서 2021.06.14 (월)
송무석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피부에 닿는 세계와의 첫 접촉은울음으로, 우렁찬 울음으로그 충격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거듭되는 고난의 길을 깨달을 땐차마 눈물조차한 차례 한숨마저도가슴 속에 잠재워가야 한다 동화의 나라안데르센 왕국의 이야기가나의 나래 속에 마음껏 자라나나는 이 지상에서 제일 멋진 왕자가 되고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술쟁이가 되고하늘에 올라가 천사들과 어울리고악당들에게 고통받는 공주를...
송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