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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숙의 자매들 2021.03.08 (월)
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린 시절 들었던 문주란이 부른 ‘동숙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한 회원분이 단체 카톡방에 올리셨다. 덕분에 이 노래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구로공단 가발 공장에서 일하며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던 순진한 여성의 비극적 삶이었다. 어쩌다 그 학원의 총각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글에 나온 대로 그러한 무수한 어린 소녀와 소년...
송무석
바람 2021.02.22 (월)
송무석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어디서 불어온 바람이었을까. 나는 그를 타고 세상을 날아다녔다. 바람은 바람이 되어 고개를 빼 들고 눈을 벼리고 찾아다녔다.   어떻게 바람이 내려앉을 곳을 찾았는지는 모른다. 뿌리칠 수 없는 향기였는지 혹은 아름다운 자태였는지. 아무튼 바람이 내려놓은 그곳에서 자리 잡고 머무르는 방법을 익혀갔다.   그러면서, 깨달아갔다. 바람은 더는 떠돌지 말고 기대어 살도록 나를 여기에 데려왔다는...
송무석
거미 2020.11.16 (월)
네게 필요한 것은 먹이뿐인가 보다. 집도 몸에서 빚어내고. 아무 데나 줄을 이을 수 있는 곳이라면 체면도 가리지 않고 자리 잡고서는 온몸의 감각을 벼리며 죽은 듯이 기다리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면서 더 나은 땅, 더 좋은 기회를 좇는 우리와 달리 너는 삶의 운명을 온전히 몇 가닥 줄에 걸고는 무작정 인내하지. 오늘이고 내일이고 굶주릴까 걱정조차 없는 듯이. 먹을 걱정을 떨구고도 내일을 미래를 준비한다면서 창고를 가득 채우고 또 창고를...
송무석
잠자리 2020.06.22 (월)
잠자리가 날고 있었다,채집망을 용케도 피하며유유히 넓은 하늘을 누비는자유를 만끽하면서 잠자리처럼 자유를 좋아하지,무엇에도 매이지 않고마음대로 떠도는그런 자유를 채집망을 더는 들지 않고무얼 하고 있는지도 잊고정신없이 날다무언가에 부딪치게 되었어 안간힘을 쓰며 날아오르려 해도망 속의 잠자리는주저앉는 그물 안에서점점 힘이 빠져가는 중이야
송무석
고압선 2020.01.22 (수)
평행선을 그으며 끝없이 달리는 것이 너희뿐이냐만   차라리 평행을 이루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조금도 굽히지도 양보하지도 않고 제 뜻만 내세워서야 만나면 불꽃을 피우다 모두 스러지고 말 것을   고압의 전기가 흐르지 않는데도 서로를 재로 만들려는 듯이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차라리 너희처럼 평행을 달리는 게 낫지  
송무석
  우리 집 패밀리 룸은 정남향이고 동쪽 서쪽 남쪽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밤이 아니면 늘 환하다. 여기서 뜰을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이 강렬하고 무더운 여름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유리창 가리개를 젖혀 놓고 산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우리는 할 수 없이 패밀리 룸 한쪽의 블라인드를 창틀 아래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바로 새들 때문이다. 옆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앵두같이 작고 빨간...
송무석
2019.08.26 (월)
때로는 배수구였으면 한다들어오는 모든 말들을여과 없이 그대로 흘려보내는한쪽으로만 흐르는그 모습이 싫다면두 팔 활짝 벌린 문이라도 좋다방향을 가리지 않고 살랑거리며온갖 바람에 장단을 맞춰 주는나뭇잎이면 어떤가그런데, 어쩌지소리에 절로 반응하는 악기는신호를 발신하느라 바쁘니.
송무석
빨랫줄 2019.04.15 (월)
이 처마 저 처마가혹시나 질까 봐얼굴이 빨개지도록힘껏 서로 당기고 있을 때나는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내려앉던 분홍 영희 옷어깨가 처질 만큼 무거운 아빠 외투거기에 지난 밤에 영수가 누런 그림 그린 요까지모두 팔 높이 받쳐 들고고개 들어 볼 수 없이 찬란한 햇빛 아래끙끙거리며 땀방울을 날렸다신기하게도 해가 서쪽으로 걸어갈수록팔은 가벼워져 콧노래가 나오고내 마음도 뽀송뽀송하루가 보람 있었다마당도 없이 사는요즈음 보람이네...
송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