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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앞집에는 노인 여자분이 한 분 사신다. 그분은 그 집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몇 년째 그 집에 산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 딸 역시 그녀와 함께 산다. 두 모녀는 앞집의 세입자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남의 집을 같이 사용하며 산다. 가정 공유(Home Sharing)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남의 집에 사는 것이다. 그녀의 딸은 남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분이다. 그녀의 딸은 좀처럼 밖에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송무석
삶의 속도에 눌려 살다 보면 그리운 이도 잊고 살게 되는 법이지만 그래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보고 싶은 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그러한 이를 향한 그리움이 쌓이는 만큼 그이는 점점 더 아름답게 가슴에 새겨지는 법이다. 나에게도 갈수록 아름답게 떠오르는 그런 분이 있다.   내 마음에 아름답게 자리 잡아 그리워하게 된 이는 나의 국민학교 1학년과 2학년 담임 선생님이시다. 인천 교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내가 다닌 화수...
송무석
말은 스스로 누구도 해하지 못하고칼은 저절로 누구도 베지 못하지만나의 말이 너의 가슴을 에일 수 있고나의 칼이 너의 목숨을 앗을 수 있을 때나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리,절제할 수 없는 나의 믿음누구에게고 향할 수 있는내 무모한 믿음의 폭력배곯은 맹수보다도 위험한내 어리석은 믿음을나는 두려워해야 한다,무수한 저 생명들이 스러지는 이 순간*2011.07.23. 노르웨이 오슬로의 극단 신념주의자가 일으킨 사건에 부쳐
송무석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꿩이나, 산토끼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농한기인 겨울 어른들은 눈이 덮인 들판에 독을 넣은 콩을 뿌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동물들을 잡았다. 나도 덕분에 꿩고기와 토끼 고기를 적어도 한 번은 먹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난하고 먹을 게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야생동물들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농약을 많이 써서 먹이 사슬을 끊은 까닭에 우리나라는 이제 시골에서도 야생동물을...
송무석
문정희 시인의 <찬밥>을 읽다 어머니와 아내의 생활을 다시 생각했다. 엄마가 찬밥을 혼자 드시던 일을 떠올리면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찬밥을 먹는다는 시다. 밥을 꼭 알맞은 만큼만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식구들이 먹을 밥이 부족하게 지을 수도 없으니 보통 조금은 밥이 남게 된다. 그 남은 밥은 보온밥통도 없던 시절에는 찬밥이 되게 마련이다. 그 찬밥은 누가 먹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엄마, 가정주부의 차지였다. 나는 그런 '찬밥을 누가...
송무석
미로 2018.07.09 (월)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시작하는 여행어느 방향으로 가면나갈 수 있는지모르고 떠나는 길,미로되돌아갈 수는 없어서이리로 저리로끝없이 방황하면서어느 땐가는 도착하리라는희망으로 가는 알 수 없는 길,미로더듬더듬 걸어마침내 출구의 빛을 발견하는그때가 오면슬프고 아쉽게도결국 우리의 시간도끝이 난다네.
송무석
생명을 죽이는 물 2018.05.07 (월)
이 세상 생명에 꼭 필요한 것은 태양 에너지와 산소와 물, 그리고 영양분이다. 먼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이나 식물에서 먹이 사슬이 시작된다. 그러니, 태양 빛은 모든 생명에 꼭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빛이 없는 캄캄한 깊은 동굴 속에 사는 생명이 있다. 만약 지구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빛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면 지구는 엄청 추워질 것이다. 그 정도로 지구 온도가 낮아진다면 햇빛 없이 살아 시각이 완전히...
송무석
숨을 거둔 듯이 고요한 뜰에도봄은 회생의 호흡을 불어넣어풀과 나무는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데지난 가을 떨어진 잎처럼봄이 와도 나는 왜 이대로인지 문득 꽃이 가득한 정원에나비가 날던 모습이 떠오른다그래 올 봄에도나비와 꽃이 서로를 부르는장면을 보겠지 초록 치마 속에 열매를 키우는 순수한 동화도풍경화보다 다채로운 수채화 교실도세상 모두 평온하게 만드는 눈의 나라도모두 내 앞에 펼쳐지고나는 나무처럼 수많은 계절을...
송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