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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걀 2023.12.27 (수)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달걀에는 생명이 있었다어미 닭이 품으면 어김없이삐악삐악하며 뛰노는노란 병아리가 나왔다 닭은 이제 알을 품을 자유도 권리도 없다그저 달걀을 낳아야 할 뿐이고모이를 준 대가로 주인은달걀을 모조리 빼앗는다 품어도 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는...
[기고] 보 물 2023.06.28 (수)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 송무석
눈이 절로 문을 여는 환한 아침 햇살,애써 찾지 않아도 상쾌한 공기,걸러내지 않아도 깨끗한 물은금은보석처럼 모으지 않아도 되는생명의 보물이네 값을 치르고 사는데익숙해진 우리는비싸야 보물인지 알지만진정 세상에 귀한 것은값이 없네 아이의...
[기고] 플랜 75 2023.03.13 (월)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중앙일보 이영희 도쿄 특파원이 쓴 "75세인가요, 죽는 게 어때요?" 초고령사회 日 뼈 때린 영화 [도쿄B화]란 기사는 그냥 한 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충격적이다.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PLAN 75)이 국회를...
[기고] 양탄자 2 2022.12.27 (화)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어,살아간다는 것은풀어 다시 짤 수 없는양탄자를 만드는 과정임을깨달은 것은 미리 계획하지 못했지만선택한 일 하나하나떠밀려 하게 된 하나하나빠짐없이 무늬가 되고 간격도 같지 않고짜놓은 크기조차저마다 다르지만그게...
[기고] 지붕 2022.06.28 (화)
송무석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태양의 고문도우박의 뭇매도묵묵히 견뎌내는지붕은장화도 소용없는눈의 무게도용케 버티지만기둥은 지붕을 업고주춧돌은 기둥을 받들고땅은 이 모두를 지탱하니지붕은혼자 인고하지 않듯이내게도기둥이, 주춧돌이그리고, 땅이 있을 텐데
[기고] 휴지 2022.01.17 (월)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당기는 대로 술술 풀려 나오는 너는만드는 데 얼마나 공이 드는지생각조차 안 하게 한다 사기만 하면 마음껏 쓸 수 있는 너는얼마나 자원을 버리는지짐작조차 안 하게 한다 누군가의 땀과 시간이베어진 나무와 물과 에너지를 만나야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고] 2021.08.03 (화)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 안에는어떤 신비로운 자가 있는 걸까보이지 않는 그 특별한 자로우리는 모든 걸 재단한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거나잘라서 죽이지는 않아도우리의 자는 무자비하다 우리는...
[기고] 꿈을 깨면서 2021.06.14 (월)
송무석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피부에 닿는 세계와의 첫 접촉은울음으로, 우렁찬 울음으로그 충격을 표현할 수 있었지만거듭되는 고난의 길을 깨달을 땐차마 눈물조차한 차례 한숨마저도가슴 속에 잠재워가야 한다 동화의 나라안데르센 왕국의...
[기고] 동숙의 자매들 2021.03.08 (월)
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린 시절 들었던 문주란이 부른 ‘동숙의 노래’에 얽힌 사연을 한 회원분이 단체 카톡방에 올리셨다. 덕분에 이 노래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구로공단...
[기고] 바람 2021.02.22 (월)
송무석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어디서 불어온 바람이었을까. 나는 그를 타고 세상을 날아다녔다. 바람은 바람이 되어 고개를 빼 들고 눈을 벼리고 찾아다녔다.   어떻게 바람이 내려앉을 곳을 찾았는지는 모른다. 뿌리칠 수 없는 향기였는지 혹은...
[기고] 거미 2020.11.16 (월)
네게 필요한 것은 먹이뿐인가 보다. 집도 몸에서 빚어내고. 아무 데나 줄을 이을 수 있는 곳이라면 체면도 가리지 않고 자리 잡고서는 온몸의 감각을 벼리며 죽은 듯이 기다리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면서 더 나은 땅, 더 좋은 기회를 좇는 우리와 달리 너는 삶의...
[기고] 잠자리 2020.06.22 (월)
송무석 / (사)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잠자리가 날고 있었다,채집망을 용케도 피하며유유히 넓은 하늘을 누비는자유를 만끽하면서 잠자리처럼 자유를 좋아하지,무엇에도 매이지 않고마음대로 떠도는그런 자유를 채집망을 더는 들지 않고무얼 하고 있는지도 잊고정신없이 날다무언가에...
[기고] 고압선 2020.01.22 (수)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평행선을 그으며 끝없이 달리는 것이 너희뿐이냐만   차라리 평행을 이루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조금도 굽히지도 양보하지도 않고 제 뜻만 내세워서야 만나면 불꽃을 피우다 모두 스러지고 말 것을   고압의 전기가 흐르지 않는데도 서로를 재로...
[기고]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 2019.09.30 (월)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우리 집 패밀리 룸은 정남향이고 동쪽 서쪽 남쪽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밤이 아니면 늘 환하다. 여기서 뜰을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이 강렬하고 무더운 여름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유리창 가리개를...
[기고] 2019.08.26 (월)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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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빨랫줄 2019.04.15 (월)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이 처마 저 처마가혹시나 질까 봐얼굴이 빨개지도록힘껏 서로 당기고 있을 때나는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내려앉던 분홍 영희 옷어깨가 처질 만큼 무거운 아빠 외투거기에 지난 밤에 영수가 누런 그림 그린 요까지모두 팔 높이 받쳐 들고고개 들어 볼 수 없이 찬란한...
[기고] 그녀는 날마다 어디로 갈까 2019.03.15 (금)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나의 앞집에는 노인 여자분이 한 분 사신다. 그분은 그 집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몇 년째 그 집에 산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 딸 역시 그녀와 함께 산다. 두 모녀는 앞집의 세입자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남의 집을 같이 사용하며 산다. 가정...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삶의 속도에 눌려 살다 보면 그리운 이도 잊고 살게 되는 법이지만 그래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보고 싶은 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그러한 이를 향한 그리움이 쌓이는 만큼 그이는 점점 더 아름답게 가슴에 새겨지는 법이다. 나에게도 갈수록 아름답게...
[기고] 믿음을 두려워해야 할 때* 2018.11.19 (월)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말은 스스로 누구도 해하지 못하고칼은 저절로 누구도 베지 못하지만나의 말이 너의 가슴을 에일 수 있고나의 칼이 너의 목숨을 앗을 수 있을 때나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리,절제할 수 없는 나의 믿음누구에게고 향할 수 있는내 무모한 믿음의 폭력배곯은...
[기고] 너구리 길 건네주는 사람 2018.11.07 (수)
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꿩이나, 산토끼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농한기인 겨울 어른들은 눈이 덮인 들판에 독을 넣은 콩을 뿌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동물들을 잡았다. 나도 덕분에 꿩고기와 토끼 고기를 적어도 한 번은 먹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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