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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빈들 외치는 소리 -늙은 전사 권술용 형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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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12-11 10:57

이상목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뜻있는 메아리를 광야에 외치셨던
씨알 양심의 소리 그 참뜻 기리려고
빈 들에 한 톨의 밀알 뿌리신 권술용 형
어부의 아들에서 열 여덟 소년으로
*씨알을 운명처럼 만난 청년이 있어
한평생 무소유 삶을 자국마다 남겼다
*권총과 함께했던 시간들*씨알농장
대전 평화의 마을, 세상의 참 평화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늙은 전사로 기억된
순례,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거친 들 가로질러 화전을 일구시며
천막촌 호떡장수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10년간 가족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달동네 복지관과 노숙자 재활센터
22년간 어수선하고 뒤틀린 세상에서

무소유 아름다운 단식과 영성 통해

궁휼을 실천하며 황야로 나선 野人
저 빈들 외치는 소리 *바보새도 들으실까
 
*새든 밧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집은
세동 비닐하우스 무엇이 칠십노인
그에게 새 길을 걷는 힘을 주신 것일까
살아온 길에 대한 뼈아픈 자기성찰
간디의 비 폭력을 멘토로 평화위한
생명과 생태의 영성을 깨우친 늙은 전사
몸으로 실천했던 사랑, 나눔과 비움
나태한 몸과 마음을 채근하기 위해서
씨알은 자로 잰 듯한 삶을 살지 않았 듯

순례의 오 년간을 길 위에서 사신 초인
오랜 씨알공동체 선각자 시대정신이
이 땅에 뿌려 놓으신 밀 한 톨 눈을 튼다.

 
*씨알-함석헌 선생님의 아호
*씨알농장 -충남 천안시 소재 함석헌 선생께서 일구신 농장으로 씨알의 소리가 태동된 곳
*권총-권술용 형이 대전애육원 총무시절 아이들이 붙여준 애칭
*새든 밧-제주도 강정마을 근처 오랫동안 농사짓지 않아 떼가 자라 못쓰는 밭의 제주어
*바보새-함석헌선생을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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