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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장애는 없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2-08 00:00

UBC 법과 대학원 졸업한 이지윤씨

"때로는 내 삶을 남과 비교하고 너무 불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믿음이 자라면서 나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통을 저에게 주신 것도 정신적으로 더욱 강건하게 하려는 것임을 믿습니다."
 
몇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했던 이지윤(사진, 31)씨에게 어두운 장애의 그늘은 없었다. 여드름 때문에 사진 찍기를 수줍어 하는 그녀지만 "장애는 결코 나를 가로막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지윤씨가 장애를 얻은 것은 태어날 때부터였다. 어머니 이진영씨는 "머리 양쪽에 부어 오른 혹이 있었는데 집게 같은 기구를 이용해 출산했기 때문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지윤씨는 앉아야 할 때 앉지 못하고 서야 할 때 서지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성마비(Cerebral Palsy)로 판명됐다.
 
지윤씨는 장애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들이 한번에 해내면 열번이고 백번이고 도전했다. 아버지 이봉주씨는 "스스로 깨닫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물리치료를 계속하던 지윤씨는 대학입학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1993년 캐나다로 이민했다.
 
1997년 UBC 심리학과에 편입학 한 그녀는 몇 번씩 학교버스를 부르고 기다렸다. 그녀에게는 강의실을 옮겨 이동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다. 학교측에 다른 편의를 봐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만 되돌아 왔다. 장애인을 정상인과 똑같이 취급하는 열린 사고가 때론 섭섭했지만 자극제가 됐다. 불편하기는 했어도 장애는 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니었다. 3년 만에 졸업한 지윤씨의 성적은 올 에이(All A).
 
학부과정을 힘들게 마친 그녀는 2년 뒤인 2002년 UBC법과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공부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왼손으로 글을 쓰는 지윤씨는 정상인 보다 2~3배 시간이 더 걸린다. 시간을 벌기 위해 밥도 하루 한끼만 먹고 과자로 허기를 달래며 공부 했단다. "하루종일 꼼짝도 않고 공부하는 것을 보고 도서관 직원이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다"며 웃는다. 여성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올해 5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UBC)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목을 가누기도 힘든 그녀에게 3년의 공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윤씨의 꿈은 판사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이라고 했다. 지윤씨는 "장애인을 위한 대변자가 될 것이며 그것이 내 삶이 갖는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의료사고 피해의 법적해결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지윤씨는 "테니스를 배우고 헬리콥터 조종도 해보고 싶다"며 기자의 노트 위에 이렇게 썼다.
 "Turn your scar into star". "Focus on your abilities, not disability".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취재후기] 12월 7일 이지윤씨는 31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봉주씨의 1남 2녀 중 둘째인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경우가 있는지 물었다. 법대를 가지 않았으면 미술가나 첼리스트가 됐을 것이라는 지윤씨는 6월부터 8월까지 장애자 재활 센터인 'G.F.Strong'에서 첼로를 연주했다. 자신 보다 더 불편한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녀에게는  BC주정부 기관 등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미루고 있다. 변호사 시보 생활도 내년에나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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