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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장의 사표(師表) 김정염

권숙정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16 12:18

권숙정의 역사의 이삭줍기(13)
김정염은 일제시대 충남강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에 있는 오이다고등상업학교에 유학했다 3학년 재학 중 구마모토 예비사관학교에 입교하여 히로시마교육대에서 훈련 중 1945년 8월 6일 오전8시경 폭심 2km지점에서 원자폭탄을 맞았다.

화상을 입고 출혈과 탈모, 고열등 원자병에 감염됐으나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한국은행 설립요원으로 활약했으며 도쿄지점과 뉴욕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미국 클라크대학 대학원에 유학했으며 훗날 동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유당 말기 재무부이재국장 봉직을 시작으로 1978년 말까지 평생을 경제관료로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3선 개헌 후 1969년 10월 20일 정일권내각은 총사퇴하기로 하고 일괄사표를 제출하였다. 67년부터 2년간 봉직한 김정염 상공장관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그는 박대통령으로부터 "뜻밖에" 대통령비서실장 임명통보를 받고 “경제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으나 정치 등 비경제분야를 포함한 국정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국정운영을 보필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아 적격하지 못하다”고 겸양했다.

이에 대해 박대통령은 “국가경영의 요체는 안보와 경제다 국민을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대본인데 최근 북의 도발이 가중되고 있고 국제정세가 격변하는 등 안보상황이 위중함으로 나는 국방태세 강화와 안보외교에 전념해야 한다. 나를 대신하여 경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잘 이끌어 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처음부터 경제에 관해 전폭적인 권한위임을 받은 셈이다

그는 이미 5.16 군사혁명 직후 있었던 화폐개혁의 실무책임과 한일회담 청구권대표를 맡으면서 박정희시대의 주요 경제운용에 깊숙이 개입했었다.

이 후 재무부차관, 상공부차관을 거쳐 재무장관 상공장관을 역임하면서 한국경제개발계획의 입안, 수립뿐만 아니라 60년대에는 경제건설의 기초를 놓았고 70년대에는 그 발전과 성장을 이끌었다. 1978년 12월말 퇴임 때까지 9년 3개월 동안 박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수출증진과 중화학공업건설 등 70년대의 경이적인 고도성장과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나가는데 혼신을 다해 헌신했다.

나는 74년 10월부터 78년 12월 퇴임 때까지 4년3개월 동안 그의 보좌관으로 봉직한바있다.

그의 구체적인 업적은  회고록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한국경제 정책30 년사>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저서는 한국경제 개발사의 1차 사료적 자료로서 경제학도, 지식인, 정치인 뿐만 아니라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을 있게 한 발전과정을 알게하는 국민필독의 고전이다. 또한 경제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계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정책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그 는 학구적인 경제관료이며 철저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강직하고 청렴한 원칙주의자이며 산업화시대의 대표적 청백리였으며 뛰어난 경세가였다. 그는 한때 연세대학교 경제학교수로 내정된바 있었으나 정부의 부름 때문에 학계진출을 포기했다. 격무 중에도 틈만 나면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산게이 신문들과 미국 뉴욕타임, US News & World Report, 홍콩의 Far East Economics 등을 정독하는등, 세계경제 동향을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비서실장이 되면서 주한미국대사(포터, 하비브, 슈나이더)들과 회합을 갖고 한미현안에 대해 차원 높은 협의를 지속했다.

특 히 카터 행정부때에는 슈나이더대사와 월 1회 단독회담을 갖고 주한미군 철수문제, 자주국방태세 강화를 위한 신무기체계 개발, 소위 인권문제를 포함한 긴급조치 등 한미 군사, 외교 현안문제 전반에 걸쳐 긴밀한 협의와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요담을 계속했다.

그 는 대통령 통치자금과 관련하여 “대통령께서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께서 풍족한 자금을 쓰게 되면 자칫 부패, 정경유착, 국가 부패풍조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빠듯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절약과 절제를 수범했다.

그는 경제인들의 정치헌금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엄격한 원칙을 세워 운용했다.

1)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이익을 낸 업체로 제한했다.
2) 비료, 농약, 종자, 사료, 농기구 및 영농관련업체와 어구 어선제조업 등 농, 축, 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는 배제했다. 이들 업체에 대해서는 여유이익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농, 축산 및 어민들에게 되돌려 주라는 의미에서다.
일례로 경기농약회사 소유주 권태흥이 정치헌금제의를 해왔을 때 김실장은 농어민 관련기업 배제원칙에 따라 성금접수를 하지 않았다. 당시 경기농약은 다른 제조업 못지않게 영업이익을 많이 낸 건실한 기업이었다. 이에 권사장은 그해 연말 고향을 찾아가는 공장근로여공들을 위해 방한복을 대량 기증했다.

3) 자발적 순수 성금원칙 아래 이권이나 청탁거래등과의 연계를 철저히 배격했다.

그 의 비서실장 재직기였던 70년대는 60년대의 산업기반조성기를 거쳐 년 12% 내지 16%의 본격적인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발전 지원과 기업육성 및 수출 진흥정책에 힘입어 실적과 이익을 많이 낸 기업들의 자발적인 순수 성금만을 접수했다.

어떤 한기업의 과다한 성금제의나 이권과 관계된 거래연계 가능성이 있는 성금제의는 철저히 배제했다. 30개 대상기업들이 형편대로 골고루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조달된 정치자금은 시중은행에 골고루 예금해 두었다가 쓰곤 했다.

국방헌금과 새마을성금등도 함께 접수했으나 국방부와 새마을관계기관에 이관 관리했다. 특히 새마을 성금에 있어서는 정부의 새마을사업 외에 비예산필요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4) 박대통령에 대한 기업인들의 사적접근을 봉쇄함으로써 이권청탁의 길을 차단했다. 김실장 재임 중 경제인의 박대통령 사적 독대 사례는 1건도 없었다. 김실장도 9년여 동안 경제인들과의 사적 만남이 1건도 없었다.  다만 박태준 포철회장만이 박대통령을 독대한 유일한 경제인이었다.

박회장은 박정희최고회의의장비서실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군재직시부터 그의 참모로 봉직했던 특수 관계였다. 포철건설 당시 외부간섭이나 청탁 등을 못하도록 하기위해 박대통령이 박회장에게 써 준 '종이 마패장'과 3선개헌 당시 개헌 불찬성 의견을 표명한 박회장에 관한 정보보고에 대해 그 사람은 개의치 말라는 박대통령의 엄명은 두 사람간의 특별한 신뢰관계의 표시라 하겠다.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현대조선 창설과 관련하여 비교적 박대통령과 잦은 만남을 가졌으나 독대는 없었고 모두 관계 장관, 김비서실장 및 관계비서관 배석 하에 공적업무를 위한 만남이었다. 비서실운용에 있어서도 절제와 검약 겸손과 협조의 기풍을 진작했다. 그는 보리, 잡곡 권장기에는 보리잡곡밥을, 분식 때에는 국수와 자장면을 청와대본관 식당에서 배달해 주는 대로 9년여 동안 점심으로 먹었다.

그는 공적업무수행이외에 사적인 외부접촉은 철저히 차단 자제했다. 주말운동도 반드시 수석비서관들과만 했고 외부인사와의 회식은 없었다.

나 는 공화당 당직자들과의 소통을 위하여 제한적인 인사들과의 주말운동 또는 회식 등을 조심스럽게 건의했으나 김실장은 한번 길을 트면 겉잡을 수없이 확대되거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부접촉을 삼가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는 대통령부 자체가 최고의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주어진 권한의 80%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장관급 수석 비서관제를 차관급으로 하향조정함으로써 행정부에 대한 대통령비서실의 월권, 간섭, 군림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했다.
행정부처간의 협력과 조정의 역할을 권장했다.

참모연구보고와 말씀자료에 대한 대통령의 싸인을 근거로 한 지시각서 시달을 폐지시켰다. 이때의 대통령 싸인은 읽어보았다는 확인인데 이것이 지시각서로 부풀려 행정부로 하달될 때 그 부작용이 심대하다는 것이다. 이는 상공부, 재무부 장차관시절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겪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하여 시정 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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