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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실록이 기록한 덕장 오명항과 참전 마병의 진중 일기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5-09 10:26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7)
오명항은 무고한 백성이 뒤섞여 살육될까 염려하여 명을 내리길 "사로잡은 자는 상을 주겠으나 참수해 바치는 놈은 상을 안준다" 하니 군사들이 새끼줄로  굴비처럼 엮어 놓은 무수한 포로가 셀 수도 없을 만큼 진중에 가득하였다.

종사관 박문수와 조현명에게 명하여 하나 하나 자세히 심문하여 못되고 사나운 놈만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곤장을 쳐서 방면하여 조정의 은덕이라는 점을 선포하였다.

아직 적의 괴수 이인좌를 잡지 못한 오명항은 급히 군관들을 사방으로 보내 사로잡게했는데 자칭 삼남대원수(三南大元帥)라는 이인좌는 안성에서 패배한후 산골짜기로 도망하여 죽산에 겨우 기어왔는데, 또 자기 편이 궤멸되자 산중의 절로 숨어들었다.

촌민 신길만 등이 중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이인좌를 붙잡아 바쳤다. 자칭 청주목사 권서봉, 자칭 진천 현감 이지경, 자칭 장군인 목함경, 박상, 곽장등도 백성들에 잡혀 끌려와 혹은 함거에 실어 압송하고 혹은 목을 베 효시하였다.

적이 주둔하던 곳에 버려진 병장기, 마필,쌀가마, 포목, 옷가지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이를 모두 군사들에게 상으로 분배하였다. 박문수가 청하길 "병장기도 상으로 나눠 줘야 합니다."하니 오명항은 "군장비와 역마는 모두 국가재산이니 우리 마음대로 줄 수 없다"하였다.

민제만을 죽산의 임시 수령으로 삼아 군장비를 수습하게 하니 거의 40바리나 되었다. 30바리는 청주 병영 소유 장비라 그곳으로 돌려보내고 나머지 7~8바리는 죽산에 남겨 두었다. 대개 장비엔 각읍의 글자가 새겨져 있어 분류가 용이했던 것이다.  또 나무 인장을 노획했는데, 전각(篆刻)으로 대원수라 새긴 것으로 그 크기가 말됫박(斗)만했다.

종사관 및 여러 장수들이 모두 이인좌의 살점을 도려내 분을 풀고자 하니, 오명항이 말하길 "이 적은 마땅히 함거에 실어 서울로 보내 법에의해 다스려야 한다"하고,거짓으로 군중에 명령하길 " 이인좌를 참하여 그 머리를 매달라" 하였다. 그리고 장대위에 적괴 이인좌라고 크게 써붙였는데 실은 다른 적의 수급이지 이인좌가 아니었다.

함거에 이인좌, 권서봉,목함경 등을 가둬 싣고 군관 박경봉이 호송하게 하였다. 오명항은 성품이 관후하여, 부하들 가운데 죄가 있으면 약간 꾸짖어 책망하지, 한사람도 매로 때리는 일이 없었다. 종사관 조현명이 간하길 "위엄으로 하지 않고 관대하게 하면 군기가 서지 않습니다."하니 오명항은 " 국가가 태평한지 100년이 되어 서울군사들이 평소 많이 느슨하게 되었는데 이제 갑자기 형륙(刑戮)을 가하면 반드시 원망하고 무서워해 마음이 떠나는 자가 있을 것이니 은혜로운 뜻으로 어루만지고 충의를 격려하여 그들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게 하는 것이 낫다" 하였다.


<▲역시 위천 수승대 부근의 황산마을에 세워진 거창신씨 입향시조 기념비 옛 안의땅의 수승대 부근의 원학동 골짜기 전체에서 이조의 기라성같은 선비들을 배출하였다. 연산군의 정비도 바로 거창신씨 출신이다. 그런 빽이 있기에 거창은 반란군의 거점이었는데도 폐현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조선왕조 실록에 나타난 오명항은 충무공 못지 않은 덕장이자 지장이요 용장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그의 본관은 해주 오씨, 지금의 기흥 부근 사람이다. 덕장 오명항에 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중 우연히 걸려든 무신란 진압의 말단 참전 마병의 생생한 진중 일기는 실록의 기록 못지않게 나의 심금을 울려 아울러 소개한다.(참고로 이글은 고대 정우봉 교수가 작성한  "난리가" 논문의 일부임을 밝혀둔다.)

이 마병은 장교도 아닌 훈련도감 소속 말단 직업군인 300명 기마대 소속 쫄병으로 안성, 죽산,전투에 참가하고 함양 거창까지 진군한 후 4월 19일 서울로 개선 했는데 기억을 더듬어 그해 12월에 "언문 가사"형식으로 제법 리듬있게 구성하여 탈고한 글이다. 판소리의 일종같다는 느낌이 있다. 내용이 모두 실록의 23일 24일 기사와 일치하여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원문은 옛 언문이라 내가 쉬운 현대어로 바꿔 썼음을 밝힌다.

[보급 부족으로 굶고 행군하는 졸병의 서울 처자 생각]
"그날 밤 적병이 도망하여 청룡산으로 물러갔거늘, 이십삼일 미명에 마군 일백과 보군 삼백을 달려 청룡산에 다다르니 적병이 진세를 일으키며...., ... 삼일을 묵어 군병을 호궤하고 이십구일에 청주를 떠나 문의로 향할때 산은 첩첩하고 물은 잔잔한데, 산새 슬피울어 집떠난 객의 근심만 더하누나. 삼십일 미명에 군병을 지휘하여 옥천으로 .....군량이 전혀 없어 모든 장졸이 밥을 굶고 밤을 겨우 새워 초팔일 미명에 행군하여 기진맥진 죽산에 다다르니...

[박문수를 침이마르게 칭찬하고 존경하는 글]
착할사! 종사관 박문수여! 지략과 의기도 좋을시고 마보 군병을 자식같이 사랑하여 조석으로 안부하니 내군사 등창고름 빨아내던 오기(吳起:전국시대 병법가 부하의 고름까지 빨아준 사람)인들 이보다 나을 손가!

[비겁한 지휘관이 곤장을 맞는 걸 고소해 하는 글]
용렬할사 상주영장 한속아! 배알도 없을시고! 상주군마 일만명을 수하에 거느리고 군량만 허비하고 부질없이 죽치다가 도적을 깨뜨린후 무엇하러 여기 왔냐. 네 죄를 헤아리면 효시해도 싸건마는 도무사(오항명) 은덕으로 15대 곤장맞아 이 아니 부끄러우냐!

[진압군의 사령관 오항명 다음으로 높은  중군장 박찬신에게 야유하고 조롱을 보내는 걸작, 그는 개선후 양무원정공신 2등에 책록된 인물인데 그 휘하에서 참전하여 그의 전쟁 수행능력을  부하들이 볼때 웃긴다는 얘기!]
함은군 최이좌는 적진을 대하여 선봉은 아니하고 보군 5초 거느리고 높은산에 올라만간 공이로다. 행군함을 돌아보니 나팔은 불었지만 말채찍 소린 안들리네!  나팔수저군사야, 천리길을 불어오니,네 주둥이 무쇠라도 견디지 못하리라. 이보소 군병들아 혹시 다음 출전커든 이부대에 들어가세, 군병을 사랑하사 산속행군 파한후에 개만삶아 멕이시네. 임금계신 구중궁궐 나랏님이 알으시면 불쌍히 여기시리!(이정도면 그 높은 양반을 이리저리 우회적으로  비웃는 폼이 프로급 )

[힘들고 고달픈 야영 행군생활의 쓰라린 고통]
금천서 하룻밤 야영하고 18일 미영에 행군하여 과천을 지날 때 마을이 텅텅비고 길다니는 행인이 하나도 업더라. 통노구(구리로 만듯 작은 군용 솥)에 밥을 지으니  빨리 먹음도 먹을시고 , 한덩이씩 손에쥐면  남는게 없거들랑 쇠젓가락 생각하소, 소금도  없거들랑 장김치를 생각하소, 손에쥔 밥덩이 먹을적엔 돌과 니는 어찌그리 버석거리노!

[전주에서 중군장 박찬신이 하루치 양식을 미리 타먹었다는 이유로 양식을 주지 않아 서울가서 다음달 월급타서 갚을테니 달라고 집단청원을 했지만 거절당한 설음]
..먼 길을 달포이상 달려온 군사들이라 하도 절박하여 일시에 달려가서 울며 아뢰길 "서울 올라가서 월급타서 오늘 먹은 양식을 갚을 것이니 선처해 주십사이다."하고 삼백 마군이 울며 보채되 끝내 고집하고 아니주니 천릿길 출정나온 우리 군사 어디가 밥을 얻어 먹어리오 하루을 꼬박 굶으니 그 서러움을 어찌 이르리오  슬프다 우리 마군 삼백 비록 일일 배급 양식 초과해 더 먹으나 가는곳마다 선봉이 되어 그 많은 적을 소멸했으니 이공을 생각하면 그토록 박정할까 옛날 오기장군은 군사의 뽀드라치도 빨아주었다는데..

[그리하여 개선하여 숭례문 문루에 친림한 영조 임금 앞을 지나가다 이 일이 생각나 분노한다]
나랏님 문루에 정좌하시고 군졸을 위로하시며 큰공을 세웠다고 치하하사 그간 고생한 소회를 알리라 하니시 어찌 회포야 없으리오 알린즉 장수 잡는 일이 됨에 거저 빈손으로 돌아오니 전주서 겪은 일이야 어느군사가 일러바칠까!

[전쟁터 민초들의 죽음을 차마 눈뜨고 못볼 참상 목격하고]
잔인하다 그 천여명 백성이 도적편에 들었던 것이니 불쌍함은 적으나 이만저만 피란하던 백성이 남녀노소 할것없이 다 살려고 산으로 올라갔다가  전부다 죽으니 그 잔인함을 어찌 다 측량하리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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