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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지방 진압군 지휘관들의 비겁과 추태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7-30 11:59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19)
질서있게 기치 창검도 정연한 관군의 위엄에 주눅이든 반란군은 기선제압을 위해 하세호(河世浩)로 하여금 관군 진앞으로 가서 싸움을 걸게하면서 그 허실을 엿보게 하였다.

이때 이보혁이 도순무사 오명항이 안성 죽산의 적을 섬멸한 관문(關文:관청끼리 주고 받는 공문서)을 보여주자 금시초문인 듯 크게 놀라 성주 관군 장교들과 적을 잡아 공을 세우겠다는 밀약을 하고 돌아갔다.

이보혁의 간첩 중 해림도 적진에서 돌아와 적을 생포할 수 있는 계책을 제공한 것은 물론이다  이때 반군의 장교 함만중(咸萬重)이 합천의 아전 이소경(李召卿)과  짜고 객사에 진을 치고 있는 조성좌등을 속여  야밤을 틈타 권빈역을 지나 거창으로 가는 길목인 빙고현(氷庫峴:현 합천읍 서산리 머구재 송태산을 말함)으로 주둔지를 옮기게 하였다.

이것은 적이 객사에 있으면 공격해 그를 생포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여 야지로 끌어낸 것이다. 아마 그들은 조성좌에게 관군이 화공을 쓰면 어떡하겠느냐며 설득했을 것이다.이튿날 새벽 반군의 부하인 하세호 함만중 등이 조성좌등이 자고 있는 장막을 동여맨 죽삭(竹索: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꼬은 밧줄)을 끊어버리니 텐트가 무너져 전부 그안에서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덮쳐버려 모두 생포하였다.

하세호등이 수본(手本:개인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을 갖춰 이보혁에게 보고하자 그가 즉각 군사를 이끌고 처들어가니 그전에 도망쳤던 합천군수 이정필이 몰래 고을에 들어와 잠복하고 있다가 그 수하 고을 장사 김계로 하여금 포로들을 가로채고 그것도 모자라 제마음대로 모두 3월30일 새벽에 참수하고 의기양양하게 관군을 보란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교활한 기회주의자의 전형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감사 황선은 이정필이 반란초기 제 혼자 살기위해 합천 고을 군사를 버리고 도망한 죄도 모자라, 이번엔 힘들게 이보혁의 계책으로 생포한 적의 괴수를 제 마음대로 목벤 사실을 들춰내고 죄를 주라고 조정에 장계올린다.

나머지 조성좌 군의 패잔병들은 거창으로 도주하여 정희량군에게 합세하나 이보혁의 관군이 거창으로 나아가자 정희량 이웅보는 옆구리에 비수가 파고드는 형국이되고, 북으로 진출하려하나 선산부사 박필건이 이미 우두령의 험한 요충을 먼저 점령하여 더 이상 나아갈 수 도 없는 상태에다, 정희량의 무주로 넘어가는 재에도 이미 전라도 관군이 포진한 상태라 옴짝달삭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이미 패배가 기정 사실화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4월 1일, 초기에 기세좋게 6개군을 접수하여 7만병력을 자랑하던 기염도  온 데 간 데 없고, 호응하여 모여든 백성 의용군이나, 위세에 눌려 잠시 적군에 의탁했던 지방군 장교, 군관들도 각자 살길을 찾기위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거나, 배신하여 호시탐탐, 출세의  기회를 엿보는 ,적막강산같은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이 다가 오고 있었다.그저께만 하더라도 3천명에 육박했던 병력이 하룻밤 사이에 거의다 도망가고 천명 남짓 남아있는 오합지졸의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안의에서 150리 길인 서부경남의 아름다운 도시 진주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을 끼고 있고, 하동을 거쳐 곡창 호남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여 자고로 남한에서 제일 중요한 전략거점이었다. 군사적 가치가 이렇게 중차대한 관문인데다,  남강 하류를 낀 넓은 평야에서 생산되는 물산이 풍부한 비옥한 곳이라, 천혜의 남강변 절벽을 따라 구축한 성곽과 촉석루,그리고 평지엔 높은 성벽과 해자까지 갖춘 난공불락의 아름다운 평지성으로도 유명하다, 중앙정부는 경상우도병마절도사를 파견하여 낙동강 우측 경상도 전체를 책임지는 위수사령부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여 약 2,500명의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실병지휘는 무관인 영장(營長)이 맡는다.임란시 목사 김시민과 시민들이 죽기 살기로 성을 지켜 임란 3대 대첩의 승전고를 울린 곳이요, 그 뒤 복수전을 위해 투입된 5만 왜적을 맞아 용감하게 싸우다가 중과부적으로 성주와 시민이 전부 잔인하게 참살당하며 서상 태생 의기 논개의 '강남콩 보다 붉은 충혼'이 어린 곳이다.

하지만 무신란이 안의에서 발발하자 이 지역의 군사작전을 총 책임진 진주성 성주 이시번(李時蕃)과 그의 사령관 이석복(李碩復)이 차일 피일 뭉기적거리며 꽁지를 내린 모습은 가련하다 못해 연민의 정까지 느낄 정도여서, 오죽하면 직속 상관인 대구 감영의 경상감사 황선은 혀를 차며 그들을 성토하는 장계가 실록에 줄을 잇고 있다. 사나이 대장부로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꽁지를 내린 비겁한 추태, 의기 논개가 들었다면 지하에서 통곡을 할 일이다. 이제 그들의 코메디같은 행동을 실록의 기사를 통해 들어본다.(조선왕조실록 영조 4년 4월 1일자 기사)

" 이때 경상 우병사 이시번이 진주에 있어 성문을 닫고 군사를 가지고서도 끝내 출동하지 않았다.곤양군수 우하형(禹夏亨)이 고을의 군사를 거느리고 진주에 이르니 수문장이 거절하므로, 우하형이 칼을 뽑아들고 위협한 끝에 겨우 들어가 이시번을 질책했다.

"역적의 난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신하된 도리로서 마땅히 피를 흘려 얼굴을 씻으면서 토벌해야 할 것 아니오. 지금 공은 대장이 된 신분으로 강병을 가지고도 나아가지 않으니 장차 무슨 수로 사형당하는 벌을 면하시렵니까?"

이시번은 성품이 나약하여 끝내 감히 출동하지 못하고 영장 이석복을 시켜 우하형등을 거느리고 먼저 가게 하였다.이석복이 산음(산청)에 이르러 다시 머물러 뭉기적거리려 하자 우하형이 비분 강개하여 칼로 땅을 치며 "적을 치는 일이 하루가 급한데 당장 늙고 약한 병사들은 놔두고 강한 군사만 골라 뽑아 빨리 출동하여 적을 핍박하며 싸워야 하지 않겟소이까?" 하니 이석복이 더듬거리며
"그대가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니 우하형이 "내가 능히 할 수 있다"하고 드디어 이석복과 군사를 나누어 천총(千摠조선시대 무관, 대령급) 남해현감 윤하(尹賀)와 기복(起復: 상중엔 벼슬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나 비상시국이라 상주의 몸으로 출사하는 일)한 전 현감 하필도(河必圖)등을 거느리고 이틀 길을 하루에 걸어 현장으로 진군하고, 이석복은 하동부사 박도상(朴道常)과 함께 뒤을 이었으며, 이시번도 다시 그들의 뒤를 따라 갔으나 삼가현에 이르고선 끝내 나아가지 않았다."

참고로 후발대로 나아간 이석복은 안의면 용문리(지금의 봉산 마을: 지금은 논에 비석만 남아 있는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헐린곳이 바로 이 용문서원 자리임)에 4월 1일 까지 주둔했다가 판세가 끝나갈 무렵 지례로 향하다 자기에게 인계하러 오는 포로들을 보는 즉시 합천군수 이정필처럼 목을 베고 자랑하며  제놈이  잡은 양 공치사를  한 얌체 중의 얌체같은 위인이다. 이것도 들통이 나서 경상 감사 황선은 정희량 이웅보의 머리를 소금에 절여 함에 담아 중앙으로 배송하면서 그의 치사함을 또 다시 까발겨 장계한다. 다시 황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영조 4년 4월 2일자 기사)

" 이석복은 변고가 생긴 처음에 천하태평으로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죽치고 앉아 있어 신이 여러번 출동을 재촉하여도 줄곧 관망만 하였고, 산청에 느릿 느릿 이르러 진을 치더니 적병이 양초(粮草"양식과 말먹이 풀)공급선을 끊으려 하므로 진군하기 곤란하다는 장황한 핑계의 긴급보고를 하였습니다.이보혁등이 이미 합천을 평정하고 거창에 진주하게 되자 이석복은 적병이 달아나 지례방향으로 도망치는 것을 엿보고서야 비로소 뒤를 밟아 이미 사로잡은 역적들을 빼앗아 베어 죽이고서 자랑하며 자기 공이라고 우길 계획까지 마음먹은 자입니다. 우병사 이시번은 처음에 군사를 모아 성문을 굳게 닫고서 나오지 않고 있다가, 정세가 급한데도 오히려 군사를 출동시켜야 되느냐 말아햐 하느냐는  한 가지  일로 멀리 중앙 조정의 결재를 청하고는 겨우 군사를 거느리고 삼가에 머물면서 단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뭉기적거리다 싸움이 끝나니 진주 본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청컨데, 중벌로 다스리시어 들끓는 민심을 잠재워야 할것입니다. 상주 영장 한속(韓束)은 느릿느릿 행군하여 가는 곳 마다 지체하고 머물러서 진압군 안에서 의기있는 장졸들이 분개하고 슬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니 묘당으로 하여금 그 죄를 정하게 하소서.(계속)



▲거창 웅양에 있는 이술원을 기린 포충사의 정문 문루 자전루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이술원이 정희량에게 고문당하다 죽을 당시 거창 현청 누각인 침류정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는 전설을 함축하고 있다. 이술원을 신격화한 것이다. 자색은 신선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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