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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관군의 묵인 하에 이우방 아비의 원수를 갚다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7-17 10:26

해외에서 쓰는 고향 역사(17)

이 때, 이웅좌(웅보)군은  소머릿재(牛頭嶺)에, 정희량군은 성초역(안의 역말에서 70리 고제면 궁항리에 있었슴)에 진을 치고 있었다. 격문이 드디어 우두령에 나붙고, 이곳의 역도들이 비로소 이웅좌 정희량이 역적임을 알게 되자 일시에 흩어져 달아났다. 웅좌는 쫓기는 몸으로 형세가 궁해지자 성초의 희량에게로 도망을 쳤다.

정희량의 휘하 장교 및 사졸들은 거창 사람들이 많았다. 밤 이경(11~1시 사이)쯤, 우태와 우방이 산꼭대기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크게 외치길:
" 여보시오들 진주에서 올라온 격문을 보지 못했소? 임금의 군대가  벼락같이  거센 폭풍우처럼 곧 들이닥칠 것이오. 빨리 역적놈들을 꽁꽁 묶어 살길을 찾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부모 처자가 모두 도살될 것이고, 그 죽은 시체가 모두 여우와 들쥐, 올빼미나 까마귀 밥으로 쪼아 먹게 될것이오! 빨리 역적놈들을 꽁꽁 묶어 살길을 찾으시오!" 라며 계속 세 번을 크게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희량의 진중에서 크게 먼지가 일어나더니, 여해달(呂海達), 남정(南貞)등이 이웅좌, 정희량, 나숭곤 및 그 휘하 수십 명 부하들을  결박하여 걸어 나오며 부리나케 "역적들을 모조리 결박했소"하고 외치니 우방이 즉시 뛰어들어가  칼을 쳐들고 세 역적놈을 베려하자, 중군장(진주의 우병사 이시번이 사령관, 부사령관을 중군이라함 이때 우하형은 곤양군수였음) 우하형이 급히 제지하며, "나라의 역적은   사사롭게  죽일 수는 없네"라고 하자, 우방이 희량을 발아래 짓밟으며, "이 원수 놈아! 이 원수 놈아! 네 어찌 우리 아버님을 죽였느냐"라 하자 희량이 숨이 막혀 겨우 목소리를 내어 "나는 네 아빌 죽인 원수가 아니다. 그 원수는 나숭곤이다"라고 하니 우방이 울면서 중군장에게 " 제가 만번 죽더라도 종군한 까닭은 오로지 이 원수 놈들의 목을 내 손으로 직접 베는 것입니다. 저는 이 원수 놈들의 간을 꺼내어 아버님의 억울한 원혼을 달래려  합니다. 제발 허락하소서 " 호소하니, 중군장이 불쌍한 마음이 들어 허락하였다. 우방이 마침내  깡충 깡충 기뻐 춤을 치며 세 두목의 목을 칼로 내려쳤다.

마침내 그 머리들을 장대에 매달은 후, 배를 갈라 간을 찾아내 씹어 먹은후 몇 번이고 기뻐 날뛰며 춤을 덩실 덩실 추니, 모든 군사 전원이 눈물을 흘리며 "이공은 정말 열사(烈士)로다,  우방도 저리도 효자구나. 비록 오자서(吳子胥"전국시대 오나라 명장 그는 아비를 죽인 원수를 갚은고사로 유명)도 이보다는 못하리라" 며 칭찬하였다.

다음날 우방은 아버지를 가매장한 곳으로 나아가 원수 갚은 사실을 고한후 마침내 상복으로 갈아 입었다. 이 날은 그가 정확히 아비의 빈소를 떠난지 꼭 10일만의 일이었다.

영조 임금은 이술원 부자의 얘길 듣고 부절을 치며 말씀하시길 " 이술원이 적을 꾸짖으며 순국하니 이는 당의 안호경(顔顥卿:당나라 안록산의 난때 지방수령으로 포로가 되자 안록산의 신하가되길 거부하고 끝까지 반항하다 죽임을 당함.그는 유명한 서예가 안진경의 조카이다)같은 충절이로다. 안호경은  국록을 먹었지만 이술원은 먼 시골  촌구석의 향리로서 이 같은 절개로 우뚝섰구나!  또한 우방이 아비가 죽은 지 단 10일만에 세 역적놈의 머리를 베어 원수를 갚았으니 그 장한 충효(忠孝)가 이들 부자(父子)에게 함께 모였구나!"라며 찬탄하시었다.
(英宗聞述原父子事.擊節曰.李述原罵敵殉身.同於顔早卿.顔早卿猶食君之祿.李述原以遐方一鄕任.立節如此.遇芳父死十日.斬三賊魁以報其仇.忠孝萃於此父子矣)

이리하여 임금께서는 술원을 사헌부 대사헌에 특별히 추증하는 교지를 내리시고, 우방을 개령현감에 제수하도록 하시었다.지금 거창에 포충사가 있는데 관가에서 제물을 친히 갖추어 제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후 6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금상전하(정조)께옵서, 무신년 60돐을 맞아 당시 변란의 군공을 살피시던 중, 경상도 감사가 이우태의 일을 상소하자, 탄식하시며, "선대왕께서 이술원 부자를 포상한 것은 최고의 예우였으나 우태의 공적이 또한 기특하도다. 가히 그 아재비에 그 조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시며 대신들에게 이를 논의하게 하여 우태에게 호조참의를 추증하시고, " 내가 상당성(청주에 있는 산성)에 갔더니, 상당성 사람들이 내게 이봉상, 남연년, 홍림등이 당시 죽음으로서 절개지킨 일을 아뢰어  내 머리칼이 곤두섰느니라. 무릇 이봉상등이 역적에 항거하여 순국함은 가히 열사의반열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임금의 눈에 들어 임명된자로 조정에 서게 된 사람들로서 마땅히 죽기로 그 직책을 다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거창의 이술원 같은 사람은 과거에 급제하여 임금을 섬기는 정식 관직에 임명되지도 않은, 일개 말단 향리로서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죽었으니 어찌 위대하다 아니할 것인가. 우방이 아비가 죽은지 10일만에 세 놈의 역적 괴수 목을 베어 국가의 화란을 말끔히 청소하고, 나라의 원수는 물론 자기 개인의 원수까지 갚았으니  어찌 그리도 신통하단 말인가!  세 역적놈이 술원을 직접 죽이진 않았지만 어찌 우방에게 세 놈다 목베힘을 당할 수 있겠는가? 이는 곧 술원이 만고의 절개와 충렬의 반열에 들 뿐만아니라, 그 공은 이 나라 사직을 구했다 할 것이다. 그러니 이봉상등과 비교해도 훨씬 탁월한 절세의 공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이  유한준이 쓴 이술원전의 모두이다. 류충렬뎐류의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거의 실록에 기재된 사실과 부합하고 있어 거의 논픽션 단편 소설이라 할만하다.


<▲ 거창 웅양에 있는 이술원의 포충사 경내에 있는 이술원과 그의 아들 이우방을 기리는 정려비각. 아비를 죽인 불공대천의 원수를 직접갚은 신데렐라 효자인 이우방은 사사로이 원수를 갚아도 묵인되었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사로이 아비의 원수를 갚은 것이 조선사람들의 정서상 잘못된 것은 없다 하더라도, 정희량 등은 국사범으로 고제 땅에서 생포된 만큼 마땅히 서울로 압송하여 그들의 공초(供招;진술기록)를 받은 후 법에 따라 처단되어야 마땅하다.

곤양군수 우하형이 뒤에서 뭉기적 거리다 뒤늦게 성초역에 이르자 마침 정희량 휘하 함양군 군관들이 배신하여 모조리 굴비 엮듯 엮어 나오다 우연히 마주친 상황이였다. 그는 이때구나 싶어 포로들을 위압적으로 가로챈 것도 모자라 이우방으로 하여금 원수를 갚게 허락하였으니 직무유기요 월권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오로지 공신책록에 눈이 어두운 이기적 행동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다음 회에는 이러한 전장에서 경상우도 겁쟁이 수령들의 추잡한 거래행위를 낱낱이 밝힐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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