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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아줌마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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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4-03-22 00:00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칭찬은 아줌마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있다. 몸집 큰 범고래를 춤추게 하는 건 상으로 주는 생선이나 물질적 보상이 아닌 칭찬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다시 책과 씨름 하게 된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졸업한 지 10여년 만에 다시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배운 교사로서의 지식이 너무 오래되었고, 또 가르치는 학생이 캐나다 학생이니 다시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운 좋게 교사생활을 병행할 수도 있고 마음에 쏙 드는 프로그램이 있어 등록을 했다. 수업 첫 날, 작은 영한 사전을 자랑스럽게 책상 위에 놓고 강의 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던 내게, 교수님의 첫 말씀은 "대학원 수준에서는 그에 합당한 사전을 이용해야 한다"는 단호한 말이었다.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민망하여 그 다음 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후, 나의 용기는 점점 걱정으로 변해갔고 대학원 수업준비로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첫번째 과제는 잠이 달아날 만큼 넘지 못할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더군다나 교수님은 영어가 모국어이든 아니든 동등하게 기회를 주고 동등하게 평가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곤 하였다. 집에서 아이 키우는 일로 6년을 보낸 아줌마로서 한국말로 10장을 쓰라고 했어도 난감했을 텐데 생전 써 본 적이 없는 영어로 10장을 채우라니 정말 고문이었다.

과제물을 제출해야 할 마지막주가 되었다. 겨우 3장을 쓰고는 더 이상 쓰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며칠을 끙끙 거리다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학교에 전화했다. 개인사정으로 수강취소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었더니, 상대방은 "Yes, of course!"라는 말과 함께 "But, you can't have a refund!"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등록금 환불이 안 된다는 대답은 큰 낭패였고 뒤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배수진이었다.

결국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어차피 환불도 안 되는데 끝까지 가보자라는 아줌마식 결론이 내려졌고 마지막으로 담당교수에게 구원의 요청을 해보기로 했다. 이메일로 면담요청을 하니 교수님이 흔쾌히 약속 날짜를 정해주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무슨 말을 들어도 받아들이리라 각오하고, 캠퍼스로 올라갔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문을 열어주던 그 교수님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걱정과는 달리 교수님은 찬찬히 내 글을 읽고서 하나하나 수정과 보완을 해주었다. 그리고 방향도 잘 잡았고 내용도 문제 없으니 그대로 진행하라는 말과 함께 그 동안 나의 수업태도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칭찬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 몇 마디의 칭찬은 나에게 그 어떤 물질적 보상보다도 값지고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캠퍼스를 올라갈 때의 걱정과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차 속에서 혼자 "Yes, I can!"이라고 고함을 치며 춤이라도 출 듯 기뻐하고 있었다.

결국 3일 밤을 새다시피 하여 과제물을 해냈고 기대보다 좋은 결과도 얻었다. 아마 그때 그 교수님이 냉담하게 그날 미팅을 끝냈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내가 되었을 것 같다.

나는 이날 이후로 더더욱 칭찬의 힘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이 칭찬에 목이 말라있다고.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벽인데 그 외국어로 학습을 해야 하고 또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학교에서 소수민족학생으로서 겪는 심적 갈등은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다면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을까?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칭찬이라는 데, 그에 비하면 칭찬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쯤이야 너무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잘하는 아이들에게 잘한다는 칭찬,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잘 참고 견딘다는 칭찬, 그런 칭찬을 하루에 한 번 씩이라도 꼭 해주는 부모가 되어보자. 하루 한번 칭찬이 1년에 365번의 칭찬이 될 것이고 이 칭찬이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밝은 미래를 열어줄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하고 또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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