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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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승/ 연극인

아름다운 사람들

많은 문화 예술적 산물(産物)앞에 단순한 향유자, 소비자에 머물렀던 대중의 역할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문화 현상에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피력함으로써 영향력을 진작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창작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몸소 행하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로 대중이 대중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상입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창조적인 일상을 꿈꾸며,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발길들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한번쯤 생각 해봐야 할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분리된 아름다움, 허영심 깃든 아름다움을 쫓을 때 나타날 공허함입니다. 이른 아침 일터로 나서는 이의 바쁜 걸음에서, 또는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훔치는 일하는 이의 손길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그런 것들이 세상을 더욱 건강하게 합니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위해 성실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엮는 노고의 시간, 그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허영심에 젖은 글과 그림은 이미 아름다운 그들을 화려하게 때로는 감상적으로 치장하려 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그들의 일상 조차, 현란한 묘사를 거쳐야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란 착각에 듭니다. 이런 허영심과 착각에 빠진 작업은, 오히려 일상에 열심인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상처 내는 몹쓸 독으로 돌아옵니다. 무릇 아름다움의 시작은 살기 위해 열심히 애쓰는 데에 있었습니다. 농사도 짓지 않던 아주 오래 전, 양(羊)의 탈을 쓰고 사냥을 나섰던 사람(大)들이 곧 아름다웠던(美) 것은 지금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수 많은 글과 그림을 남긴 조선시대의 대표적 문인화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은 말합니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적다 보니 그대로 한 수의 시가 되더이다.’

땀방울로 값진 날들을 엮는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 성실한 일상의 연장에 서서 소박하고 진솔하게 붓을 들고 펜을 든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허영심에 빠진 작가보다는 성숙한 대중의 한 사람이 되기를 묵묵히 실천하는 모든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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