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03-12-08 00:00

김혜원/
BC한인미술인협회장

아픈 추억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위험에 처하여서도 겁을 내기 말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시고 고통에 처하여서도 그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참 삶의 길 기도문 중에서-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아프고 슬픈 추억들을 가지고 있고 어쩌다 그 순간들이 생각 날 때면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아파할 때가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 같다. 오래 전 아들 Brain (브라이언)이 5학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며, 운영이 잘 안 되는 버섯 농장 때문에 고심하며 살던 시절이었다. 교회에서 여름 가족 수련회를 2박3일로 Mission에서 한다고 해서,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갔다. 친구들과 뛰어 놀 생각에 잠을 설치는 아이들을 달래서 재우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예배 후 여 전도회 회원들과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브라이언 친구 Mike (마이크)가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브라이언이 다쳤어요"하고 소리를 지른다. 우리가 묵는 숙소 뒤쪽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이 더러웠고, 쓰레기들도 그 물에 버려져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브라이언에게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조금 있으려니, 누군가가 브라이언을 안고 뛰어오는데 발을 두른 흰 큰 타올이 완전히 피로 젖어있었다.

그 순간 난 윙윙거리는 바람소리 비슷한 소리만 들렸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911에 전화를 걸었지만, 구급차는 올 생각도 않고 피는 철철 흐르고…. 갑자기 29세 젊은 나이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 오다가 차가 전복되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돌아 가셨다는 친정오빠 생각이 났다. 급해진 마음에 누가 병원까지 운전을 좀 해 달라며 우는데도, 워낙 피를 많이 흘리니 아무도 선뜻 대답하질 않는다. 가까이 지냈던 안 집사님이 보이기에 그 분께 부탁 드리니 고맙게도 빨리 가자고 하신다. 얼마나 감사했던지….그분 차에 피가 묻을까 봐 큰 타올 세 개로 발을 쌌는데도 내 치마까지 피가 펑 젖어온다. "엄마, 미안해. 엄마 말 안 듣고 강에 들어가서. 미안해, 엄마." "나 죽는 거야?" 이렇게 묻건 아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아프게 들린다. 병원에 도착하니, 당직의사 1명이 있었다. "썩은 깡통에 베인 것이니, 깨끗이 소독해 주세요" 소리를 수도 없이 울면서 하니, 난 수술실에서 쫓겨 나오고…. 서른 바늘이 넘는 수술이 다 끝나고 나서도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픈 추억들, 슬픈 두려움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지만, 서로의 아픈 마음들을 감싸 안고 위로하며 사노라면, 고된 삶의 뒤안길에는 기쁨이 있다는 희망으로 슬기롭고 용감하게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CBC 스포츠 통해 캐나다 중계 6월11일 오전 11시(이하 태평양 표준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개막한다. BC주 거주자들은 공영방송 CBC스포츠를 통해 월드컵을 볼 수 있다. CBC스포츠는...
소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 출시
소니(Sony) 캐나다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 ‘넥스(NEX)’를 11일 발표했다. 소니 캐나다는 ‘넥스’가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로 휴대성이 높으며, 깔끔하고 심플한...
세계의 골프장 돌아보기 3 [미국편] 골프 다이제스트(Golf Digest)가 2년 전 ‘미국 최고의 신설 퍼블릭 코스(America’s Best New Public Course)’로 선정한 시애틀 인근 타코마 지역의 챔버스...
밴쿠버에서 이 길을 걸어보셨나요? (1) 걷기의 효능 5월 밴쿠버에 내려진 축복, 햇볕과 선선한 바람, 눈 시리지 않은 초록을 누리는 좋은 방법은 아마도 걷는 것일 것이다. 또한 BC주 보건부가 권장하는 건강하게 사는 길에 동참하는 일도 된다. 걷기와 걷을 곳에...
올림픽 관광 친지 응대 황용복 이 고장에서 열리는 겨울 올림픽이 두 달 여 뒤로 다가왔다. 날씨 궂은 계절이지만 교민들의 한국 친지들도 관람 겸 관광을 위해 모여들 것이다. 고국 친지의 방문은 교민에게 반가움이자 짐이다. 한 두 가지 경기 관람을 주선한다고...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아시아 사람들이 좋다! 캐나다에 온 이후로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어느 모임을 가던지 나와 비슷한 까만 머리의 사람들을 찾는 습관이다. 중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와 같은...
봄맞이 2004.04.05 (월)
김기승/ 연극인 봄맞이 이른 아침, 문득 젖혀 내다 본 커튼 창 밖으로 봄이 가득 내렸습니다. 이름 모를 꽃나무의 가지마다 뽀얀 솜털을 쓴 아이들의 엄지 손톱만한 봉오리가 달리고, 파릇하니 가는 고개를 내민 새싹들은 훈풍에 자르르 몸을 떨고, 낮은...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칭찬은 아줌마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있다. 몸집 큰 범고래를 춤추게 하는 건 상으로 주는 생선이나 물질적 보상이 아닌 칭찬이라는 것이다. 뒤늦게 다시 책과 씨름 하게 된 나도...
이유연/ ECIAD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밴쿠버에 있는 미술대학 세 학교를 다녀봤다. 랑가라는 기초 테크닉 교육에 능하고 UBC는 미술평론 및 미술사에 강하다. 에밀리카는 BC주 주립 미술 대학답게 자존심있는 예술가들을 배출한다....
아름다운 사람들 2004.03.08 (월)
김기승/ 연극인 아름다운 사람들 많은 문화 예술적 산물(産物)앞에 단순한 향유자, 소비자에 머물렀던 대중의 역할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문화 현상에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피력함으로써 영향력을 진작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창작...
침묵은 금? Oh, no! 2004.02.25 (수)
서영미/ 리젠트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사 침묵은 금? Oh, no! 캐나다교육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 일이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때 인종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듣게 되는 질문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해야...
김기승/ 연극인 노래방에서 쓰는 편지 어젠 몇몇 사람들과 노래방에 갔더랬습니다. 반주까지 곁들인 모처럼의 푸짐한 저녁 식사는 자리가 다 끝나서도 쉬 헤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흥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한국 사람이라는 말을 들이댈 것도...
이유연/ ECIAD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아마추어는 빌려오고 프로는 훔친다 완벽하게 오리지널한 것은 없다. 다만 아마추어는 빌려오고 프로는 훔쳐올 뿐이다. 아마추어는 누군가의 디자인을 따서 자기 디자인에 붙여놓는다. 누가 봐도 꿔다 놓은 꼴이...
김기승/ 연극인 노래방에서 쓰는 편지 어젠 몇몇 사람들과 노래방에 갔더랬습니다. 반주까지 곁들인 모처럼의 푸짐한 저녁 식사는 자리가 다 끝나서도 쉬 헤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흥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한국 사람이라는 말을 들이댈 것도...
아픈 추억 2003.12.08 (월)
김혜원/ BC한인미술인협회장 아픈 추억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마옵시고, 위험에 처하여서도 겁을 내기 말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게 하옵소서.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게 하옵시고 고통에 처하여서도 그...
한준태/ 알티우스 승마센터 대표 승마와 스포츠외교 최근 한국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는데, 이는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 했던 입장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경기의 이면에는 각 국가들의...
오유순/ 약사/밴쿠버 한인장학재단 이사장 다시 생각해보는 '평화와 통일' 어쩌다가 캐나다 서부 평화통일(평통) 자문위원이 되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하루 그 자문위원이 되라는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평통'에 대해 평소 생각해 본...
경쟁 2003.11.17 (월)
송근엽/ SFU 하나다 회장 경쟁 두터운 옷 없이는 밖에 다닐 수 없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그저 쌀쌀한 바람만 불지만 한국에서는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태풍급의 바람도 같이 붑니다. 명문대학이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터무니 없는 사회적...
모델(Model) 2003.11.13 (목)
김혜원/ BC한인미술인협회장 모델(Model) 아름다운 산과 푸른 바다. 희미한 그림자처럼 보이는 안개 낀 아침거리, 소리없이 온종일 내리는 보슬비. 그리고 매일 다른 그림을 그리는, 황혼의 황홀한 아름다움.... 밴쿠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화가이고...
말과 기억력 2003.11.03 (월)
한준태/ 알티우스 승마센터 대표 말과 기억력 말의 IQ는 보통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두뇌를 가졌다고들 합니다. 제 경험으로 봤을 때는 말이 상당히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도 되고 또 어떤 때는 정말 둔하기 짝이 없는 동물이라는 기억도...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