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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네 식구, 랭리서 행복하게 살아요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6-08 13:03

관련 기사 : 남윤일

[우리이웃]공개입양을 택한 김태원∙엄양순씨 부부

첫째인 은비(7세)는 차분하고 여성스럽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꼼꼼해서 글씨도 예쁘게 쓴다. 어른스러워 상황판단이 빠르며, 감수성이 풍부해 눈물도 많다. 반면, 둘째인 금비(6세)는 활발하고 터프하다. 성격이 강해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좀처럼 없다. 독창성이 뛰어나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똑똑해서 종종 주변 사람들을 놀래킨다. 성격은 정 반대지만 끈끈한 자매애를 자랑하는 은비와 금비. 천사처럼 밝은 웃음을 가진 두 아이는 랭리에 사는 김태원∙엄양순씨 부부가 '가슴으로 낳아' 사랑과 애정으로 키우는 아이들이다.

최근 입양 추세가 변하고 있다. 입양을 한다면 으레 폐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입양아동에게 입양사실을 알리는 ‘공개입양’이 많아졌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 한국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당당히 공개입양을 택한 것도 사람들의 인식을 다소 바꾸는 계기가 됐다.

김태원∙엄양순씨 부부는 2003년과 2004년에 천사 같은 두 딸, 은비와 금비를 각각 한국에서 공개입양했다. 첫째인 은비는 4개월 14일이 됐을 때, 은비보다 1살이 적은 금비는 생후 14일이 됐을 때 김씨 부부의 가족이 되었다.

“저희 부부는 불임으로 18년동안 아이가 없었어요. 입양을 계속 생각했었지만 주변의 반대에 부딛치곤 했죠. 결국 7년 전에 마음을 굳게 먹고 동방사회복지회의 문을 두드렸어요. 복지회에서 어느 날 4개월 된 아이가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 아이가 바로 은비였습니다"

처음 만난 은비는 전혀 울지도 않았다고.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가 품 안에서 생글생글 웃고만 있으니 그저 행복해 눈물이 나더란다. 은비는 김씨 부부에게 전에는 몰랐던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일찍 입양을 못했던 것도 은비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금비를 입양하기 전에도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부부의 나이도 있으니 하나만 잘 키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인생인데요. 본인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둘째 아이를 간절하기 원했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안 알리고 생후 14일된 금비를 입양했어요. 입양 절차가 완료된 후에 비로소 시댁과 친정에 알렸죠. 지금은 양가에서 얼마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요. 기지가 뛰어나서 얼마나 웃음을 주는지 몰라요"

금비를 입양하고 난 뒤, 아이들을 더 좋은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김씨 부부는 3년 전 랭리로 이민을 왔다.

 

김씨 부부는 ‘입양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하나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훗날 가족 모두 상처를 받게될까봐 공개입양을 택했다고 했다. 부부는 두 아이를 공개입양하기 전부터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고, 아이에게 어떻게 입양 사실을 전해야 할지 한국입양홍보회 등을 통해 알게된 입양 선배들에게 꼼꼼히 배웠다. 아기일 때부터 품에 꼭 안고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아빠한테 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아이들이 크면 보여줄 생각으로 복지회에 부탁해 낳아준 부모가 쓴 편지와 사진을 받아두었다. 편지에는 낳아준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보낼 수 밖에 없는 심경과 좋은 부모를 만나 기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집에서 놀던 은비가 편지를 담았던 박스를 우연히 찾아냈다. 엄양순씨는 그 날 은비를 품에 안고 편지를 은비에게 읽어주면서 함께 펑펑 울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우려와 달리, 다음 날 은비는 편지를 학교에 가져가 학교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설명해 주었다. 입양되었다고 위축되지 않고 친구에게도 당당하게 밝힌 은비가, 김씨 부부는 참 고맙다.

김씨부부는 비밀이든 공개든 입양가정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메트로 밴쿠버에 입양가정이 있다면 함께 모임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입양을 고려하는 부부가 있다면 힘닿는 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고도 했다.

"입양을 하면 아이들에게도, 부부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좋잖아요. 천사같은 아이들과 하루하루 최고로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보니 주변에도 입양을 권하고 있어요. 입양을 하면 너무 너무 행복해서 자꾸만 하고 싶으니 마치 중독같아요"

어느날 은비와 금비가 엄양순씨를 꼭 안으며 말했다. "난 이 엄마가 좋아"라고. 가끔 마음이 아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단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듯 말이다.

은비∙금비네 이메일 주소: seoulum@yahoo.co.kr
한국입양홍보회: www.mpak.co.kr
건강한 자녀양육을 위한 입양가족모임: cafe naver.com/greenmpak.caf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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