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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올림픽 스타, 성시백을 만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3-01 00:00

성시백 선수(23세)는 이번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손꼽혔던 선수였다. 하지만 1500미터와 1000미터 부분에서 불운으로 메달을 놓치며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더니, 26일 500미터와 남자 계주부분에서 은메달을 따내 자랑스런 대한민국 선수의 모습을 세계에 알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낮. 노스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는 성시백 선수의 이모(지형화씨)가 조카의 은메달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성선수의 어머니와 성선수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기위해 모인 친지, 지인들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참으로 길었던 2주간의 여정을 막 마쳐서인지 피곤해 보이면서도 끝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던 성선수는 어머니와 이모들이 준비해 놓은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선수촌 음식만 먹다가 이렇게 맛있는 한국음식 먹으니 적응이 안돼요” 라며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기자는 식사를 하기 전 성시백 선수와 잠시 인터뷰를 나누었다.

-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소감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했었던 큰 시합이었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허탈한 마음이 든다. 처음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좋아서 기쁘다.

-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 스스로 정해놓았던 목표가 있었을 텐데.
(웃으면서)색깔에 상관없이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었다.

- 대회 내내 유난히 불운에 시달려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특히 500미터와 계주 결승이 있던 마지막 날에 대한 부담은 상당했을텐데.
2주 동안 워낙 정신 없이 중요한 시합이 계속 이어졌었기에 마음고생 하거나 부담을 가질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500미터 결승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넘어진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오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500미터 결승전 같은 경우는 다른 선수들과의 충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운이 없게도 깨져있는 빙판에 스케이트 날이 들어가는 바람에 중심잡기가 힘들어 넘어진 것이다. 연습이나 시합을 하다 보면 언제라도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쇼트트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올림픽 전부터 성선수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대표팀에서 (이)호석이와 함께 맏형이기도 했고, 선배님들께서 올림픽에서 워낙 잘해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기대감이 크고 부담도 있으리라 일찌감치 예상을 했었던 것 같다.

- 1500미터 결승전에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동료인 이호석 선수에 걸려 넘어졌었는데 이호석 선수와 사이는 괜찮은지.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그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 일이 있고 나서 호석도 그렇고 서로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합도 끝났고 시간도 꽤 지나서 괜찮아졌다.

- 올림픽 참가 선수들 중에서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있나
특별히 친한 선수가 있기 보다는 쇼트트랙 선수들과는 골고루 친하고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이나 (이)승훈이랑도 가끔 같이 놀러 다니고 서로 응원해 주는 사이이다.

- 올림픽을 계기로 팬들도 많이 생기고 ‘섹시백’이라는 별명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관심을 즐기는 편인가?
(웃으며) 즐기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당연히 기분도 좋고 너무 감사하다.

- 쇼트트랙은 언제 시작했나.
9살 때 시작을 했다.

-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건가?
내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처음부터 꾸준히 잘 성장했었던 것같다. 사실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쇼트트랙을 그만두려고도 했었지만, 코치님이나 체육선생님께서 운동을 포기하지 말라고 권유 하셨고 쇼트트랙이 나랑 맞는 것 같기도 해서 계속 하게 되었다.

- 쇼트트랙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속도감이다. 가끔은 무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속도를 즐길 때는 상당히 짜릿한 기분이 든다.

- 운동을 하다 보면 어려움과 시련도 많았을 텐데 혹시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있었는지.
포기하고 싶었던 것까지는 아니지만 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선발전에서 탈락을 하거나 할 때는 큰 시련을 느낀다.

- 존경하는 쇼트트랙 선수가 있다면?
안현수 형이다. 현수형은 천재성이 다분한 동시에 시합 때도 차분하고 대단한 노력파이기 때문에 본받을 것이 상당히 많은 형이다. 워낙 친한 형이기도 해서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많은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현수형이 요즘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있어, 이번에는 내가 형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내가 아직 그런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아폴로 오노 선수도 본받을 것이 많은 선수이다. 오노는 연습을 할 때에도 가장 일찍 링크장에 나타나서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노력파이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노처럼 꾸준하게 오랜 기간 동안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시합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이 저질러서 화도 나게 하고 실망도 많이 하게하는, 뭐랄까, 애증이 많이 섞인 선수이다.


- 올림픽도 끝났는데 한국에 돌아가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돌아가자마자 바로 세계선수권 대회와 대표선발전이 있기 때문에 그 준비를 해야 한다. 회포를 푸는 것은 아마 그 시합들이 다 끝난 후가 아닐까 싶다.

- 여자친구는 있나. 미니홈피 사진 공개 이후로 여자 쇼트트랙의 김민정 선수와 좋은 사이냐는 말도 있다.
인터넷에서 보니까 많은 말이 떠돌아 다니는데, 여자친구는 없다. 김민정 선수와도 친한 누나동생 사이이다.

- 밴쿠버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밴쿠버는 이모도 살고 계시고 누나도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던 곳이라서 친근하다. 한두 번 놀러 온 적도 있고, 작년에는 시합 때문에 오기도 했다. 항상 좋은 기억과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도시이다.

- 쇼트트랙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즐기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이번 대회가 워낙 컸고 초반에 좋지 않은 성적에 신경 쓰다 보니 그런 마음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즐기는 마음을 다시 찾아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선수들을 보면 즐기지 못할 때까지, 은퇴시기를 놓치면서 까지 쇼트트랙을 하는 선수가 있는데 나는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운동을 하고 싶다. (지금은 즐기고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충분히 즐기고 있다.

-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과 이곳 밴쿠버 교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대회를 치르는 동안 많이 응원해주시고 위로를 해주셔서 말할 수도 없이 큰 힘이 되어주셨다. 그런 응원이 아니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 정말 한국에 계시는 국민들과 밴쿠버 교민들에게 큰 감사를 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주셨던 박성인 단장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성시백 선수의 목소리는 상당히 나긋나긋했지만 할말은 다 하는 ‘기백’이 느껴졌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에는 계속 문자확인을 하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호석이가 같이 다운타운 나가자고 빨리 좀 오라고 하네”라며 웃었다. 이렇듯 성선수와 이선수 사이는 걱정 안 해도 될 듯 하다. 다만 지인과 이웃들의 사진, 사인 요구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어 이호석 선수에게 한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뿐.


이번 올림픽에서 성선수와 더불어 한국 언론의 관심을 함께 받기도 했던 성선수의 어머니, 홍경희씨는 “(시백이가)노력한 것에 비해서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에서 잘 해주고 다치지 않아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고 말하며 성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밴쿠버 교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손상호 인턴기자 dsonline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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