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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은메달 2개,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한혜성 기자 hele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0-06-02 12:11

‘수라’ 한식당의 한상조 쉐프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지난 28일부터 3일간 열린 밴쿠버 최대 먹거리 축제인 ‘잍 밴쿠버(EAT! Vancouver)’는 주류 시음회, 요리 설명회 등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프로그램 가운데 한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BC 요리사 협회(BC Chef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CityTV 마스터 쉐프 경연대회(BC Chefs Citytv's master chef)’와 ‘음식 전시회(culinary salon cooking competition)’였다. 다운타운 랍슨가(Robson St.)에 위치한 수라(SURA)한식당의 조리장, 한상조 쉐프가 한인 최초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한식 대표’로 나선 한쉐프는 대회 첫 날부터 다른 출전자의 경기도 참관하며 참가 요리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꼼꼼히 지켜봤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식재료로 한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한식을 다민족 사회에서 보편화시키고 싶다”
경기 당일. 한쉐프는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긴장도 되어 보였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로 향하던 중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식당 단골손님이라는 캐나다인 여성이 “셰프 한!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요리 대회를 위해 경연장으로 가고 있다는 한쉐프의 대답에 응원을 보냈다.

 

한쉐프는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29일 경연대회장에 들어섰다. ‘마스터 쉐프 경연대회’는 대회 직전에 개봉되는 ‘블랙 박스’ 속 재료와 각자 준비해 온 ‘비밀 재료’를 이용해 35분간 최고의 메인 요리를 만든 뒤, 우승자를 가려 승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컨벤션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한셰프는 분주하게 모든 주방 식기들을 옮겼다. 많은 한인들이 관중석 앞자리에 앉아 한쉐프를 응원하고 있었다. 잠시 후 대회가 시작됐다. “오늘 가지고 온 ‘비밀 재료’가 뭐죠?”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셰프는 두루뭉실하게 랩으로 포장된 황색의 무언가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바로 된장이었다.

 

이윽고 개봉된 ‘블랙 박스’ 안에는 메추리와 메츄리 알이 들어있었다. 한쉐프는 잠시 동안의 생각에 잠긴 후에 거침없이 요리를 시작했다. 한국 신라 호텔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경력, 드라마 ‘대장금’에 조리 자문을 했던 일, TV쇼에 출연했던 과거, 그리고 한국 산업 인력 관리공단에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 감독 심사위원을 맡았던 경력 등 진행자가 한쉐프의 프로필을 읽어 내려가자 관중들이 환호로 답해주었다.

요리 준비에 주어진 시간은 35분이었지만, 한쉐프는 빠른 손놀림으로 모든 요리를 27분 만에 완성시켰다. 메추리를 튀기고 서양인에 입맞춘 된장 소스가 준비됐다. 잠시 후, 심사위원들이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결과는 0.75점의 근소한 차로 상대 쉐프의 승리였다. 다소 힘이 빠져보였지만 한 셰프는 미소 지으며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쉐프는 “괜찮아요. 결과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세계인들의 앞에서 한국 요리를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만으로도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심사위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한 셰프는 다음 날 있을 전시회를 위해 경연장을 빠져 나와 ‘수라’로 향했다.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만난 한쉐프는 조금 피곤해보였지만 희망에 차있었다. 음식 전시회를 위해 밤을 꼬박 새며 6개의 메인 요리와 1개의 조각 요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시장에 가서도 모든 요리는 다시 꾸며지고 다시 손보아졌다. 조각 요리의 제목은 ‘풍경’이었다. 강에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강을 가로 질러 다니는 잉어, 날아다니는 학으로 전시장을 찾은 인파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꿀과 간장으로 졸인 인삼강정, 랍스타 궁중 떡볶이, 양념 갈비, 바나나 잎 도미찜 등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받았다.

전시 요리에 대한 심사결과는 오후 3시쯤 발표되었다. “조각 부문 은메달, 그리고 메인 요리 부문 은메달, 미스터 상조 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한쉐프는 자리에 함께한 사랑하는 딸과 가족의 축하 속에 2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쉐프의 눈은 “첫 술에 배부르랴. 지금부터가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방 식구들과 식당 종업원이 한 마음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번 대회 경험이 앞으로 캐나다에서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한쉐프는 “어떠한 물질적인 보상보다도 앞으로 매해 열리는 잍밴쿠버 행사에 한인 셰프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역할을 작게나마 충실히 수행했다고 생각해 너무 만족한다”라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한쉐프는 한식의 맛과 멋을 통한 선전만이 세계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 느끼게까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5000년의 역사 속 선진적 음식 문화를 발전시킨 한국은 김치만해도 그 종류가 수 백 개에 달합니다. ‘다대기’라는 소스 하나로 여러 음식의 맛과 멋을 승화시킬 수 있는 한식의 장점은 다민족 사회 내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려면 그 나라의 의∙식∙주 문화를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하는데, 바로 이 ‘식’에 해당하는 한식을 통한 선전이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열정, 바로 그 열정과 함께 밴쿠버 주류 사회 중심에 한국 음식과 함께 우뚝 선 한쉐프를 기대해본다.

나용학 인턴기자 alexna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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