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푸른눈의 UBC 노교수 “내가 韓 역사 연구하는 이유는···”

이채정 인턴기자 michelinalee04@g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08 09:25

UBC 한국학과 설립의 주역 도널드 베이커 교수
다산 정약용, 광주 민주화운동 등 객관적으로 연구하려 노력
한국 양극화 문제 우려돼··· 발전 위해선 화합이 중요


한국은 풍부하고 독특한 역사·문화를 지니고 있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 그리고 최근에는 K-POP 등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세계 유수 대학에서 한국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이루어지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는데, UBC에서도 문화, 역사, 문학, 종교학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하는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하늬바람 기자단은 40년 전 UBC에서 한국학 프로그램(Korean Studies Program)을 설립하고,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한국 역사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도널드 베이커(Baker) 교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형성된 한국인들의 신념과 가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역사학자로, 지난 40년 동안 UBC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종교, 철학, 전통 과학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971년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북미는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과는 매우 다른 문화를 접하게 됐다. 그리고 한국 역사와 문화의 독특한 성격뿐 아니라, 어떻게 수 세기 동안 한국인들이 고유한 문화 정체성을 유지해 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가장 잘 알려진 주제는한국 가톨릭 교회의 초기 역사(18세기-19세기)’와 한국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에 대한 연구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독특함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18세기 후반에 도입되어 거의 한 세기 동안 극심한 박해를 견뎌내야 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 다산 정약용에 대해 연구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그가 학자이기 이전에 매력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가운데 종종 한국과 중국의 차이를 강조하고, 그의 글들은 한국의 전통 역사와 문화의 독특한 측면을 식별하는 데 유용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핵심 연구 주제는 1980 5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는가?

 

광주는 내가 처음 한국에서 지냈던2의 고향'이며 한국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주에서 배운 것들과 사귄 친구들 덕분에 나의 인생을 한국학에 헌신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1980 5, 광주에서한국어를 구사하지만 한국인은 아니었던유일한 역사학자로서, 한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 사건에 대해 알려야 할 의무를 느끼며 ‘5.18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40년 넘게 자료를 수집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은 객관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평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UBC에 한국학 프로그램(Korean Studies Program)을 설립하고 성장시킨 과정은 어땠는가?

 

북미에서 한국에 대해 알리고자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1983년 당시 북미에는 독립적인 한국학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이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는 조건으로 UBC 교수진에 합류하게 되면서, 한국학 프로그램 설립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한국학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가르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한국 언어학 전문가인 로스 킹(King) 교수를 초빙했고, 한국 문학 번역가 브루스 풀턴(Fulton) 교수가 UBC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나의 첫 석사 학생 중 한 명인 린형구(Hyung-Gu Lynn)는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거친 후, UBC로 돌아와 나와 함께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후 한국 민속음악 교수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우리 프로그램에 영입했다. 3년 후 은퇴하고 돌아볼 때, 북미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에서 이처럼 훌륭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게 기억될 것 같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근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상황들에 대해 걱정이 된다. 특히 최근 한국 방문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목격한 정치적 양극화가 우려스러운데, 진보와 보수 세력 간 소통의 부재가 커 보였다. 이는 현재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음에도, 더욱더 우려가 되는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어렵게 이루어 낸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 나가려면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도 걱정된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한국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인구가 감소하면 이민자 유입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전통적 문화가 변질될까 우려된다. 한국이 계속해서 이민자를 유입하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한국인들의 출산을 통해 과거와의 유대가 유지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이 캐나다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도 현지 문화가 잘 유지되는, 소위건강한 샐러드볼 문화’를 갖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이민자 인구의 확대와 한국인 인구의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 역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한국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아시아학과(Department of Asian Studies)와 역사학과(Department of History)에서 제공하는 강의 수강과 도서관이나 온라인상에서 한국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가령 한국사에 대한 일반적인 개관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용으로 마이클 세스와 유진박의 최근 교과서를 추천한다. 한국 전쟁, 1960년대 이후의 경제 발전, 일제강점기 동안 한국의 변화, 그리고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여성 유교 철학과 같은 전문 주제에 대한 책들도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다. 학생들이 관심 있을 만한 주제인 한국의 요리와 스포츠 서적도 찾아볼 수 있고, 이 모든 책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으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공식적인 은퇴를 앞두기 전에 꼭 마무리하고 싶은 몇 가지 미완성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1980 5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혼돈 속에서 광주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대한 것으로, 책 한 권 분량의 연구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 500년 동안의 과학사이다. 그 외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산 정약용의 자서전을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독려하여 케임브리지 한국사 시리즈 출판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도서관 서가에 중국, 일본, 인도의 케임브리지 역사책들은 있지만, 한국 역사책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한 출판사로부터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다만 내 연구 노트가 출판사가 원하는 분량의 두 배가 넘어, 어떻게 줄여야 할지 고민이 크다.

무엇보다 내가 은퇴 전까지 정말 바라는 것은 영미권에서의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방식에 확실한 변화가 있으면 하는 것이다. 더 많은 비한국인이 나만큼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인생을 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UBC K.I.S.S. 13기 하늬바람 학생 기자단

이채정 인턴기자 michelinalee04@gmail.com

사진제공= UBC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컴퓨터공학과 경영학 결합한 UBC의 ‘BUCS 프로그램’
‘준비된 인재’ 키우는 양성 과정··· 진로 선택 폭 넓어
졸업생에게 직접 듣는 BUCS 만의 특별함과 차별성
눈부시게 발전 중인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과 여러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기술과 경영이 융합한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UBC 파이낸스 전공한 박세원 EY 비즈니스 컨설턴트
한국 고교 졸업 후 UBC 거쳐 ‘세계 4대 회계법인’ 들어가기까지
현재의 취업 시장에서는 졸업 후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는 유망학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UBC 사우더 경영 대학에서도 금융(Finance), 회계(Accounting)와 같은 학과들이 그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데이터 애널리스트 해리 안
UBC BIE 프로그램, 11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
문제 해결 통해 인내심·사고력 향상··· 견고한 코호트
UBC의 유망학과로 꼽히는 ‘Bachelor of International Economics(이하 BIE)’가 신설된 지 11년이 되었다. 국제경제학과로 해석되는 BIE는 경제학과 경영학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내...
UBC 한국학과 설립의 주역 도널드 베이커 교수
다산 정약용, 광주 민주화운동 등 객관적으로 연구하려 노력
한국 양극화 문제 우려돼··· 발전 위해선 화합이 중요
한국은 풍부하고 독특한 역사·문화를 지니고 있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 그리고 최근에는 K-POP 등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나날이...
UBC 경영 대학원 박사 과정 4년 차 '박재철 연구원'
최근 새롭게 대두된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경제 동향이나 산업구조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등학생 대상 멘토링 행사··· 여러 분야 종사자 멘토로 나서
제품 관리자와 매니저 약사가 말하는 진로 탐색 팁
▲10월 7일 UBC 랍슨 스퀘어에서 열린 라움한글 주최 멘토링 행사에는 여러 분야의 멘토들이 참석해 한인 고등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팁을 전했다. (사진 제공=라움한글) 밴쿠버 온누리...
두 번째 단편 작품 '정동' 연출한 최우진 감독
클리셰 배제한 독특한 호러로 VIFF서 호평
▲하우스 호러 단편영화 <정동>으로 VIFF에서 호평을 받은 최우진 감독 (사진= 김세정 인턴기자)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한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8일까지 성황리에...
캐나다 한국어 교육학회 고경록 학회장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환경 아직 열악”
지난달 17일 UBC 밴쿠버 캠퍼스에서 캐나다한국어교육학회(CATK)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캐나다 전역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참석해, 디지털 시대에...
[Biz&People] 노스밴쿠버의 ‘제로 일회용컵 카페’ 노마드 커피
노스밴쿠버 모스키토 크릭 인근에 위치한 노마드 커피(Nomad Coffee)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음료 주문 후, 본인이 미리 준비해 온 컵을 익숙하듯 바리스타에게 넘겨준다. 이곳에서는 일회용...
가이 블랙 씨, 가평전 기념식 맞아 랭리-포천 300km ‘대장정’
“한국전 기념사업 위해 평생 바칠 것”
가이 블랙(Guy Black) 재향군인회 명예 회원이 가평전투 기념식(4월 21일)을 앞두고, 오는 14일 한국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블랙 씨는...
트랜스링크 소속 버스 운전기사 김병건 씨
메트로 밴쿠버에는 매일 아침 저녁 시민들의 출퇴근길과 등하교길을 함께하는 6000명의 든든한 동행자가 있다. 하루 평균 수 백명의 친절한 발이 되어 주는 버스 운전사다. 밴쿠버에서...
TD 은행 브렌트우드점 그레이스 김 지점장
“전공보다 경험 중심의 경력 개발이 중요”
  금융기관과 관련된 커리어는 경영 혹은 금융 전공자만이 갈 수 있는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부수고 프랑스어를 전공했음에도 고객 관리직부터...
‘해외취업 성공 수기 공모전 대상’ UX/UI 디자이너 김소희 씨
‘2년제 졸업’ 어학연수생이 캐나다서 2.5배 연봉 받기까지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코트라 해외취업성공기 공모전에서 밴쿠버 출신의 청년이 대상을 받았다. 밴쿠버 본사의 음악 레이블...
견종호 주밴쿠버총영사 신년 인터뷰
“교민들의 안전·편익증진 위해 노력할 것”
한국과 캐나다는 지난 1963년 1월 공식 수교를 맺은 이래 경제·정치·문화·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해왔고,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거쳐 작년부터 ‘포괄적 전략...
항만·사진·금융업 종사자, N잡러 정현리 씨
낮에는 항만노무자, 저녁엔 재무설계사, 주말엔 사진작가로 변신하는 이가 있다. 이름은 하나인데 직업은 서너 개인 밴쿠버의 프로 N잡러 정현리(28, 켈리 정)씨다. N잡러란 2개 이상의...
UBC 커리어 전략가 롭 킴이 들려주는 커리어 찾는 ‘꿀팁’
새로운 사람 만나 소통 방법 배우고, 다양한 경험 쌓아야
세상에는 여러 직업이 존재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흔히 알려져 있으며 한정된 직업에만 가능성을 가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관심사와 적성에 잘 맞는 다채로운...
15일 코퀴틀람 시의원 선거서 재선 성공
스티브 김(한국명 김형동) 코퀴틀람 시의원이 지난 15일 진행된 BC주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김 의원은 22명의 후보 중 세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하며, 8명의 시의원 중...
10월 15일 BC 지방선거, 랭리타운십 시의원 후보로 출마
오는 10월 15일에 열리는 BC주 지방선거에서 랭리타운십 시의원에 출마한 장민우(영어명 Michael Chang) 후보를 지난 21일 랭리타운십 시청 건물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선거운동에...
델타 임나영 양, 배구 U-19 국가대표 프로그램 뽑혀
코트서 온몸 날리는 ‘리베로’··· 올림픽 꿈 키위
한인 학생이 캐나다 최고 주니어 배구 선수들만 모이는 국가대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눈길을 끌고있다.   사우스 델타 세컨더리 스쿨의 11학년 임나영(영어명 에스더) 양은 지난 5월...
경비행기 손수 제작에 도전 ‘교민 이상우씨’
직접 만든 경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꿈꾸는 이가 있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어느 젊은이의 포부가 아니다. 내년에 일흔을 앞둔 자칭 비행 모험가 이상우(69)씨의 이야기다.그의...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