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배제한 독특한 호러로 VIFF서 호평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한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8일까지
성황리에 열렸다. 240편의 장편 및 단편 영화가 상영된 가운데,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6편의 한국 영화들 중 최우진 감독의 단편 영화
<정동>은 비일상적이고 흥미진진한 시나리오를 드러낸 전 세계의 단편 영화를 모은 ‘International Shorts: Not Your Everyday Drama’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최우진 감독은 2년 전에 선보인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 이후 두 번째 단편
영화인 <정동>을 출품해, 부천 판타스틱국제영화제와 밴쿠버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제의 막바지를 향하던 6일 하늬바람 기자단은 밴쿠버를 찾은 최우진
감독을 만나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동>은
어떤 영화인가?
<정동>은 내가
영화계에 입문해서 찍은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특정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거창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개인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과 연출하고자 하는 씬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3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엔터테이닝한 영화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정동>이라는
제목이 영화에 시사하는 바는?
어떤 분들은 지역 이름이라고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더라. ‘정동'은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급격히 일어나는, 진행 중인 사고(思考)가
멎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의 파동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세 친구가 보유한 트라우마를 실제로
목도했을 때 발현되는 공포감을 중심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는데, 영상의 끝에 ‘정동'의 뜻을 설명하면서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선보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첫 연출작인 <크리스마스가 따뜻한 이유는 말이죠,>는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아주 높은 영화였다. 내가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는, 심적으로 포만감 있는 촬영 과정이었다. 하지만 첫 영화를 찍을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히
촬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다행히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시행착오를 잘 극복한 것 같다. 지난 영화에서는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면,
<정동>에서는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과 연출 방식을 가다듬고자 했다.
<정동>은 ‘하우스 호러’라는 특색 있는 장르의 영화인데, 기존 호러 영화와 차별화하고자 하는 점이 있었는지?
<정동>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트라우마를 묘사하기 위해 꼭 표현하고자 하는 연출과 촬영 기법이 있었다. 이를 적절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폐쇄적인 공간’인 ‘집’을 무대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늦은 밤, 삐걱대는 바닥,
스산한 효과음 같은, 일종의 ‘클리셰’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같은 호러 영화지만 아주
환한 대낮에 관객에게 압박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이른바 ‘대낮의
악몽’과 같은 밝고 화사한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고나 할까?
<정동>에서
반영하고자 한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참고한 영화 혹은 감독이 있었는지?
<정동>은 최우진의
시그니처 테크닉을 선보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세 등장인물은 각각 자신이 보유한 트라우마를
마주한다. 나는 이 장면을 상실감, 신체적 폭력, 죄책감 등과 같은 주제에 맞는 색다른 방식으로 연출하고 싶었다. 나의
작품 스타일은 1940년대부터 활동한 구로사와 아키라와 1970~80년대의
브라이언 드 팔마가 선보인 카메라의 독특한 움직임과 화면 전개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방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한 감독들의 기술을 오마주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정동>은 “멋진 한국적인 반전"이 드러난다는 평이 있다.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공포감 연출과 이질적인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는 호평에 대한 소감은?
개인적으로 ‘한국적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아니지만, 내 영화가 특별하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아 아주 기분이 좋다. 밴쿠버국제영화제가 캐나다 3대 영화제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큰 영화제에서 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전문적인 지식이 뛰어나지 않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상업 영화로, 나에게
영화란 ‘관객에게 엔터테이닝함을 선보이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 진짜 재밌다”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정동>의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
아무래도 영화가 ‘집’을
배경으로 한 ‘하우스 호러’다 보니, 영화 배경과 콘티에 적합한 이층집을 한국에서 찾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 특히
아직 학생의 신분이다 보니 직접 촬영 세트를 지을 수 없었다. 전국을 샅샅이 돌면서 다행히 영화에 어울리는
집을 찾아서 촬영에 임할 수 있게 됐고, <정동>을
제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만들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흔히 상업 영화라고 하는, 오락으로서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호러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이다. 앞으로는 단편 영화뿐만 아니라 상업 장편 영화 역시 선보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호러 베이스의 액션 활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
미래의 밴쿠버국제영화제에 내 작품이 장편 영화 부문으로 출품되었으면 좋겠다.
<정동>의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지금은 소위 말하는 ‘K-컬쳐’가
많이 유행해서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한국 문화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와 영화 <정동>을 통해 한국을 알릴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동>을 찍은 영화감독 최우진의 신작 영화를 보고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앞으로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
UBC K.I.S.S. 13기 하늬바람 학생 기자단
양태웅 인턴기자 iouqou9999@gmail.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 |
![]() |
“마케터에서 빅테크 개발자로··· 출신 배경이 강점됐죠”
2025.03.21 (금)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 안혜선 씨
서른 중반에 해외 이직 성공··· 입사 1.7년차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시애틀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안혜선 씨 비전공자가 IT업계에 취업하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나...
|
“할머니표 김치찌개가 금메달 요리의 원동력 됐죠”
2025.02.21 (금)
캐나다 요리 경연대회 우승자 알렉스 김 셰프
한식 재료에서 많은 영감··· 메뉴에 활용하기도
알렉스 김 셰프(가운데)가 지난 1일 오타와에서 진행된 캐나다 요리 경연대회 우승 이후 기뻐하고 있다 / Canadian Culinary Championship 지난 2월 초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요리 챔피언십...
|
“아픔 치유하는 그림의 힘··· 현대인의 마음 건강 돌봐요”
2025.01.31 (금)
미술치료 9년차 박난 심리상담사의 이야기
아트파크 심리상담소의 박난 상담사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경험이다. 하지만 거창한 심리 상담을 받기에는...
|
지천명에 나이·언어 장벽 넘어 캐나다 의사로
2024.12.27 (금)
한국 흉부외과 과장에서 캐나다 의사 되기까지
캐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손영상 박사의 도전기
구로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일하다 50이 다된 나이에 캐나다로 이민, 53세에 나이에 캐나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손영상 박사한국에서 대학 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탄탄한...
|
“캐나다 MZ 홀린 ‘퍼프 패딩’ 제 손 거쳐 탄생했죠”
2024.11.29 (금)
캐나다 대표 브랜드 아릿지아의 김채연 디자이너
“디자이너는 여행으로 시야 넓히는 것이 중요해”
아릿지아 매장에서 포즈를 취한 김채연 디자이너. 본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슈퍼 퍼프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밴쿠버에 살고 있다면 아릿지아(Aritzia)의 주력 상품인 슈퍼 퍼프(Super Puff)...
|
수요 급증하는 유망 직업 ‘언어재활사’의 모든 것
2024.10.18 (금)
Aretē Centre의 이민형 언어재활사
“원활한 의사소통 위한 다리 역할 하며 큰 보람”
언어나 의사소통과 관련된 장애를 진단하고 재활을 도와주는 언어재활사(Speech-Language Pathologist, SLP)는 최근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최고의 직업 10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AI로...
|
[총선 인터뷰]버나비서 ‘한인 맞대결’ 최병하-이한 후보
2024.10.04 (금)
NDP 최병하 “경찰·검사 출신의 한인 목소리 대변자”
보수당 이한 “버나비 문제 직접 경험한 검증된 일꾼”
제43대 BC주 총선이 오는 10월 19일(토)에 다가온다. 총 93명의 BC주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3회 연속 집권을 노리는 BC NDP(이하 NDP)와 중도우파인 BC 보수당(이하 보수당)의 2파전 양상으로...
|
도시를 탐구하는 사나이, 밴쿠버의 미래를 설계하다
2024.08.09 (금)
밴쿠버 도시계획가 이의태 씨
밴쿠버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주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주택 위기는 주거의 문제를...
|
“캐나다 바다 지킨다는 뿌듯함, 말로 설명 못해요”
2024.06.12 (수)
해군 15년차 전투체계 엔지니어 정인식 소령
강인한 정신력과 소명 의식은 필수
한인 캐나다 이민 역사가 60년을 넘어가면서, 주류 사회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는 한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들은 커뮤니티와 한국-캐나다 관계 발전에...
|
더김치 홍진경 “집김치의 원조, 세계화에 앞장섭니다”
2024.05.10 (금)
[Biz&People] 식품 회사 CEO 겸 방송인 ‘홍진경’
김치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 슈가 열풍이 김치 업계 전반까지 확대된 것이다. 자극적인 맛의 '맵단짠'(맵고...
|
코딩과 경영 둘 다 잡는 ‘취업 치트키’ 학과가 있다?
2024.03.29 (금)
컴퓨터공학과 경영학 결합한 UBC의 ‘BUCS 프로그램’
‘준비된 인재’ 키우는 양성 과정··· 진로 선택 폭 넓어 졸업생에게 직접 듣는 BUCS 만의 특별함과 차별성
눈부시게 발전 중인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과 여러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기술과 경영이 융합한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
“늦은 유학에도 '빅4 회계법인' 취업 성공했죠”
2024.03.06 (수)
UBC 파이낸스 전공한 박세원 EY 비즈니스 컨설턴트
한국 고교 졸업 후 UBC 거쳐 ‘세계 4대 회계법인’ 들어가기까지
현재의 취업 시장에서는 졸업 후 일자리를 빨리 찾을 수 있는 유망학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UBC 사우더 경영 대학에서도 금융(Finance), 회계(Accounting)와 같은 학과들이 그중 하나로 꼽힌다....
|
“UBC 졸업생이 알려주는 국제경제학과의 모든 것”
2024.02.16 (금)
글로벌 부동산 기업 데이터 애널리스트 해리 안
UBC BIE 프로그램, 11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 문제 해결 통해 인내심·사고력 향상··· 견고한 코호트
UBC의 유망학과로 꼽히는 ‘Bachelor of International Economics(이하 BIE)’가 신설된 지 11년이 되었다. 국제경제학과로 해석되는 BIE는 경제학과 경영학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내...
|
푸른눈의 UBC 노교수 “내가 韓 역사 연구하는 이유는···”
2023.12.08 (금)
UBC 한국학과 설립의 주역 도널드 베이커 교수
다산 정약용, 광주 민주화운동 등 객관적으로 연구하려 노력 한국 양극화 문제 우려돼··· 발전 위해선 화합이 중요
한국은 풍부하고 독특한 역사·문화를 지니고 있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 그리고 최근에는 K-POP 등의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나날이...
|
빅데이터·인공지능의 현주소는? UBC 박재철 연구원이 들려주는 취업 준비 꿀팁
2023.11.14 (화)
UBC 경영 대학원 박사 과정 4년 차 '박재철 연구원'
최근 새롭게 대두된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경제 동향이나 산업구조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
“이 직업이 궁금해요” 전문가에게 듣는 커리어 세계
2023.10.25 (수)
고등학생 대상 멘토링 행사··· 여러 분야 종사자 멘토로 나서
제품 관리자와 매니저 약사가 말하는 진로 탐색 팁
▲10월 7일 UBC 랍슨 스퀘어에서 열린 라움한글 주최 멘토링 행사에는 여러 분야의 멘토들이 참석해 한인 고등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팁을 전했다. (사진 제공=라움한글) 밴쿠버 온누리...
|
"23분에 담은 한국형 하우스 호러의 진수"
2023.10.11 (수)
두 번째 단편 작품 '정동' 연출한 최우진 감독
클리셰 배제한 독특한 호러로 VIFF서 호평
▲하우스 호러 단편영화 <정동>으로 VIFF에서 호평을 받은 최우진 감독 (사진= 김세정 인턴기자)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한 밴쿠버국제영화제(VIFF)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8일까지 성황리에...
|
한류 타고 번지는 한국어 열풍··· 그 현주소는 어디?
2023.09.01 (금)
캐나다 한국어 교육학회 고경록 학회장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환경 아직 열악”
지난달 17일 UBC 밴쿠버 캠퍼스에서 캐나다한국어교육학회(CATK)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캐나다 전역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참석해, 디지털 시대에...
|
“다음 세대 생각하며 종이컵 5만개 아꼈어요”
2023.07.28 (금)
[Biz&People] 노스밴쿠버의 ‘제로 일회용컵 카페’ 노마드 커피
노스밴쿠버 모스키토 크릭 인근에 위치한 노마드 커피(Nomad Coffee)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음료 주문 후, 본인이 미리 준비해 온 컵을 익숙하듯 바리스타에게 넘겨준다. 이곳에서는 일회용...
|
“한국전 용사들의 헌신 기리며, 걷고 또 걷습니다”
2023.04.12 (수)
가이 블랙 씨, 가평전 기념식 맞아 랭리-포천 300km ‘대장정’
“한국전 기념사업 위해 평생 바칠 것”
가이 블랙(Guy Black) 재향군인회 명예 회원이 가평전투 기념식(4월 21일)을 앞두고, 오는 14일 한국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블랙 씨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