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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이제는 당신이 주인공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9-06 17:18

“한인 2세 꿈의 무대 이끈 티칭프로 브라이언 정”
그에게 골프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운동이었다. 부모의 권유로 어린 시절부터 채를 잡게 됐지만, 달걀보다 작은 공을 홀컵까지 툭툭 쳐나가는 게 전부인 이 스포츠를 그는 좋아할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그린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은,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해도, 누군가에게 스윙을 가르친 이후다. 자신에게 배운 골퍼가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그는 희열을 느꼈고 골프에 온전히 마음을 열었다. 골프 티칭프로로 살고 있는 브라이언 정씨의 이야기다.





“올해만 소속 선수 15 차례 우승, 잘나가는 골프 선생” 
브라이언 정씨를 소개할 때 숫자는 참 요긴하게 쓰인다. 그의 선수들이 이제껏 일궈낸 우승 횟수는 약 80번. 올해만 해도 소속 선수 8명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열다섯 차례나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BC주만 놓고 보면 골프선생으로서 그는 공식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와 선수들의 무대는 BC주 혹은 캐나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은 브라이언 정씨에게도 가슴 벅찬 무대였다. 쟁쟁한 선수들의 진검 전투장에서 그의 선수 중 한명인 김수빈씨가 150명 중 30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박세리, 김인경보다도 더 좋은 성적이다. 그는 캐디로서 이 대회를 제자와 함께 했다.

이쯤에서 또 다른 숫자 한가지. 브라이언 정씨는 BC주에서 2명 이상의 선수를 LPGA 대회에 출전시킨 최초의 티칭프로이기도 하다.








골프와의 인연이 꽤 깊어 보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따라서 캐나다에 정착했는데, 이민 온 이유가 바로 골프였어요. 프로 골퍼가 제 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의 꿈이었죠.

중간에 골프를 그만뒀다고 들었는데요.
11학년 때 포기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에 맞는 코치도 만나지 못했고, 그때만 해도 영어도 능숙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죠. 저는 골프보다는 단체 운동을 더 좋아했습니다. 베드민턴도 꽤 했지요. BC주 대회에서 1등까지 했으니까.

옆에서 보면 한 우물만 판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19세 이후에는 한 길만 갔어요. 그때부터 레슨을 시작했거든요.

꽤 어린 나이였네요.
고등학교 졸업 후 일자리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골프선생이었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누군가에게 스윙을, 공이 러프나 벙커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제 적성을 발견하게 된 거죠. 

그래서 티칭프로에 도전하게 됐군요.
레슨을 시작할 때 GTF는 이미 갖고 있었는데, 웬만하면 누구나 딸 수 있는 흔한 자격증이에요. 어려운 건 CPGA였죠. 제가 CPGA를 취득한 건 2003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BC주에 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 티칭프로가 대여섯이 안 됐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당시에는 통과 기준이 엄격했고, 테스트도 1년에 한 차례뿐이었지요. 지금은 많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티칭프로로서 첫 성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처음으로 우승을 거둔 것은 언제였나요? 
2005년이었요. 그때의 감동은 잊지 못하지요. 저한테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어 준 해였지요. ‘우승시킨 선생’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학생들도 많이 몰렸습니다.

그 후부터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겠군요.
아니요, 그렇다고 볼 수도 없어요. 우승을 경험한 친구 몇이 더 좋은 코치를 찾겠다며 제 곁을 떠나갔거든요. 





김수빈 선수는 브라이언 정씨의 자랑이다.
이번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그는 캐디로서 자신의 제자와 호흡을 맞췄다.



“선수 키워서 무엇하나…좌절 후 내가 느낀 것은”

가슴이 쓰렸겠군요.
그 정도가 아니었어요. 충격이었죠. ‘우승까지 시켰는데, 뭐가 잘못됐나…’선수는 키워서 무엇하나…’ 뭐 이런 식의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요. 그런데 얼마 후 그 충격이 제게는 일종의 자극이 되었어요.

어떻게요?
좌절만 하고 있어스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세계 티칭프로 중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사람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어요. 매년 한 차례 그들을 만나, 레슨을 청했지요.

적지 않은 투자였겠네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 레슨을 통해 제 골프에서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있어야 할 것은 채울 수 있었어요. 그 레슨은 지금도 매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림의 고수가 되기 위한 한 소년이 이 도장, 저 도장을 찾아다니며 비기 하나씩을 배우는 장면이 연상되는데요.
맞아요, 그것과 같아요. 여하튼 제가 새로 키운 아이들이, 3년만에 제 앞선 제자들을 꺾고 우승했을 때 마침내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올해만 열다섯 번의 우승을 일궈냈다고 들었는데, 가르치는 비결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목표설정과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저는 레슨 전에 자신의 목표를 적어오라고 시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자신의 속마음을 노트에 옮겨적으면서 아이들을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티칭프로의 역할은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성장하면, 아이들 스스로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골프만 놓고 보면, 자신의 잘못된 스윙이나 습관 등을 자기 혼자 고쳐나가게 되죠.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친 학생이 이번에 US오픈에 출전한 김수빈, 김혜수 선수겠군요.
두 친구 모두 제게는 감동이죠. 김수빈 선수의 경우, 이번 LPGA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30위에 올랐어요. 우승한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기 쉽지만, 아마추어 선수로서 김수빈 선수가 거둔 성적은 정말 대단한 거에요.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티칭프로로서의 꿈이 더욱 커질 것 같은데요.
그렇지요. LPGA대회에 출전시켜야겠다는 것이 예전의 꿈이었다면, 지금은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히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목표설정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브라이언 정씨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전세계 티칭프로 수십만 명 중 상위 50위 안에 드는 것, 그리고 캐나다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이 제 목표에요. 그 꿈 자체가 저에게는 훌륭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목표설정과 동기부여, 한인 1·5세나 2세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제가 잘 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게 된 일을 꾸준히 해왔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성과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얘기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김혜수(Sue Kim) 선수의 US오픈 입성기는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선수는 금년 대회에도 여자 골퍼들에겐 꿈의 무대인 US오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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