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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데이케어 선생님으로 살아가기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8-23 15:23

최우정씨 “힘든 만큼 보람된 직업, 취업률도 상대적으로 높아”



데이케어 교사가 되는 길은 꽤 만만해 보인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데다, 일자리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이런 생각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 푹 놓고 이 직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좀 무모한 구석이 있다. 정작 어려운 문제는 교사가 되기 전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불린 이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직업세계에 계속해서 탑승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격증 뿐 아니라 몇 가지 패스가 더 필요하다. 현재 데이케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우정씨를 통해 이 직업의 속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최우정씨가 데이케어 교사-정식 명칭은 유아 교육자(Early Childhood Educator)-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초의 일이다. 이때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너무 순조롭게(적어도 겉보기에는) 일자리를 얻었다. 이민자들에게는 특히 더욱 좁게 느껴지는 취업 관문을 단숨에 통과한 것이다.

 
석사 출신 연구원, 데이케어 교사로 직업 갈아타다

한국에서도 유치원 교사로 일하셨나요? 쉽게 취직이 된 걸 보면 경력이 탄탄했을 것 같은데요.
아니요, 전혀요. 한국에서는 이공계 대학원을 마치고 대기업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던가요? 연구원과 데이케어 선생님…, 둘의 조합이 어딘가 좀 어색하잖아요.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홀트아동복지회(한국의 입양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연구소 앞 보육원에서도 틈틈이 아이들을 돌봤지요.

그럼 이민은 언제 오게 된 건가요?
처음부터 이민할 생각은 없었어요. 회사에 1년간 휴직계를 내고 잠시 쉬러왔던 거였죠. 그러다 밴쿠버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착하려면 공부가 필요했고,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유아교육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어떤 코스를 밟았나요?
데이케어 교사와 관련된 자격증은 크게 네 가지가 있어요. 우선 보조교사 자격증이 있는데, 기초 과정을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합니다.

자격증을 따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보조교사의 경우,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3개월 정도면 공부를 마칠 수 있어요. 이 자격증만으로도 취직은 가능하죠. 문제는 제약이 많다는 거에요. 아이들을 대할 때, 보조교사는 항상 정교사와 함께 있어야 해요. 때문에 보조교사 자격증만으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좀 한계가 있어 보여요.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군요.
그렇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 사립학교에서 10개월 과정을 이수했는데, 10주에서 12주 동안의 실습을 마치면 3세에서 5세까지의 아동을 돌볼 수 있는 자격증을 신청할 수 있게 돼요. 이때는 보조교사와는 달리 독립적으로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동의 연령별로 자격증이 각각 다른 모양입니다.
예, 맞아요. 앞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0세에서 3세 이전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과정에 등록할 수 있어요. 이 기간 역시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 경우는 실습을 제외하고 5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이밖에도 장애아동을 돌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과정을 따로 밟아야 해요.

그럼 이런 자격증만 있으면 일단 입사 지원은 가능한 건가요?
두 가지가 더 필요한데요. 일단 범죄기록이 없어야 하고, 응급처치(First Aid) 자격증도 있어야 해요.








영어실력은 필수, 그렇게 ‘고상한’ 직업은 아니다

지금의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게 된 건가요?
0세에서 3세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나갔다가 고용이 됐습니다. 운이 좀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막상 일을 시작한 이후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영어 때문에 문제라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동감이에요. 영어가 제일 힘든 부분이죠.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원어민처럼 술술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다는 게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영어실력이 좀 미흡하다고 해서 도전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영어는 구사할 수 있어야 겠지요?
물론이죠. 이를테면 아이가 다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전후 사정을 부모에게 상세히 설명해 줘야 하는데, 영어실력이 바닥이면 곤란하겠지요. 취직도 어렵고 막상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버티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죠.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해야 될 일인 것 같군요. 그런 면에서 영어실력은 필수겠네요.
캐나다가 다문화사회여서 그런지 몰라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이를 문제삼는 부모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런 부모들에게 자신의 진심-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다는-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요.

영어 이외에도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데이케어 교사를 좀 고상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오래 일하기가 좀 힘들 거에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견뎌야할 부분이 많거든요.

예를 든다면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가르쳐 주거나 등등의 일들도 있지만 데이커어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은 이런 것만은 아니에요. 아이가 울 때 안아서 달래야 하고, 음식을 엎지르면 곧바로 치워야 돼요. 3세에서 5세 과정은 교사 한 명당 8명의 아이를, 0세에서 3세는 4명의 아이를 담당하게 되는데(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게 그리 쉽지가 않아요. 교사들 중에는 허리가 안 좋아져서 고생하는 사람도 꽤 있어요.

직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그만큼 절망도 클 수 있겠군요.
예 맞아요. 그러니까 데이케어 관련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냉정히 따져봐야 돼요.

어떤 사람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어떤 사람들이 이 일을 할 수 있죠?
표면적으로는 일단 자격증이 있어야 겠고, 영어실력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 겠죠. 여기까지는 기본이에요. 이 일을 오랫동안 즐겁게 하려면 직업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해요. 원어민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한 태도겠지요.

원어민 교사와의 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얘기하는 거죠?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동요나 동화책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요. 이것 역시 일종의 문화라고 생각되는데, 어찌됐건 그들이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을 우리 같은 이민자들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데이케어 교사로서 보람된 직업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취업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그 이후의 노력이 더 필요한 거군요.
0세에서 3세 과정을 함께 공부한 친구들 중 대부분이 데이케어 교사로 일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 사정 때문에 쉬고 있어요. 이런 것만 보면 취직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닌 것 같아요. 말씀드렸지만, 문제는 취직 그 이후죠.


데이케어 교사들의 대우는 소속된 회사나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다. 최우정씨에 따르면, 처음 임금은시간당 13달러에서 15달러 정도이며, 1년 정도 일하면 시간당 17달러에서 20달러로 올라간다. 데이케어 교육과정은 VCC, 더글라스, 캐필라노, 스프라쇼 대학 등에 개설되어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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